유모가 오다

김담의 연재소설 <소향전> 131화

김담 | 기사입력 2016/04/22 [11:49]

유모가 오다

김담의 연재소설 <소향전> 131화

김담 | 입력 : 2016/04/22 [11:49]

한국의 근현대사를 살아온 한 여성의 이야기. ‘씨받이’라고 불렸던 대리모 소향의 일대기가 연재됩니다. [편집자주]

 

-장서방! 장서방 일났소?-

부르는 소리와 함께 문이 벌컥 열리고 찬바람이 방안으로 확 들어오는 바람에 꿈결에서 소리를 들은 장서방은 눈을 뜨고 보니 태광이 문지방에 손을 대고 고개만 들이밀고 황급히 부르고 있다. 눈에 들어오는 아침 일광이 눈부시다. 그렇다면 내가 늦잠이라도 잤단 말인가? 장서방은 서둘러 일어나며 머슴으로서 미안한 마음으로 한편으로는 스스로의 규율을 지키지 못한 자책도 들어 뒤에서 뭐라고 말을 하고 있는 태광을 밀어내고 우선 마당으로 나선다.

-뭐라고 하셨지요? 송아지가 뭐요?-

분명 태광이 송아지 뭐라고 했었다. 고개를 휘둘러보니 안채 정기에서는 이미 연기가 나고 동녘 하늘이 훤하다. 자신보다도 광수에미가 먼저 종가에 왔다는 것만도 미안해진다. 머리를 쓸어 올리며 정신을 가다듬는데 태광이 장서방의 소매를 잡아끈다.

-가봅시다. 우찌 된 긴지. 죽었다 카이-

그러고 보니 솟을대문 옆에 누가 서있다. 송아지를 얻어간 남정네가 분명하다. 일전에 설사를 한다고 해서 들린 적도 있었는데 그 집 남자다.

 

태광의 목소리는 건넌방 태섭의 귀에도 들린다. 예민한 안방 큰아지매의 귀에는 더 또렷이 들린다. 태섭은 지난밤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한편 억울하고 한편 화가 치밀고 처량해지고 혼자만 덜렁 남겨진 것 같은 공허함에 뒤척이기만 했었다.

안방의 큰아지매는 안 그래도 장서방의 기척이 늦는다고 생각하며 소향의 방으로 가서 한수를 안아올까, 이제나 저제나 한수의 울음소리를 기다리고 있던 참이다.

송아지가 죽었다는 것을 들은 태섭은 자신의 황폐한 처지에 보태진 또 하나의 불길한 일이라고 여겨진다. 송아지 값이 문제가 아니라 도무지 자신의 주위에서 일어나는 순풍이라고는 보이지고 않고, 역풍만을 느낀다. 하지만 안방의 큰아지매는 한편으로는 송아지의 죽음이 좋은 소식은 아니지만 대수롭게 여긴다. 살다보면 미생이 죽기도 살기도 하지 생각하며 그저 한수가 깼다는 울음소리만 기다린다. 발소리와 말소리가 대문을 지나 사라지자 한수의 울음소리 전에 소향의 방문이 열리고 소향이 팔에 한가득 귀저기를 안고 나와 정기 쪽으로 간다.

 

-아침부터 와 나왔노? 찬바람 씌면 안 되는데?-

광수에미는 정기에서 바쁘다. 지금이야 남의 살림이라지만 그래도 자신이 십수 년을 지킨 정기라 별채 정기보다 더 몸에 익어있다. 연신 몸을 돌리며 솥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하고 불을 지피고 칼로 도마 위를 다지던 광수에미는 소향이 아침 찬바람에 나온 것을 보고 놀란다.

-괜찮아예. 한수 기저귀 빨라고예-

안방의 큰아지매 귀에도 다 들린다.

-야가 정신이 있나 없나? 그카다 바람 들모 팽생 애 묵는다. 여 놓고 드가라 고마!-

이제 겨우 한수를 낳은 지 보름밖에 안됐는데 벌써 찬물에 손 담그면 바람이 들 것이라는 광수에미의 말이 소향에게나 안방의 큰아지매에게나 크게 심각하게 들리지 않는다. 그때 소향의 방에서 한수가 깨어나 울어 젖힌다. 방문 두 개를 지나야 들을 수 있건만 어찌나 큰소리로 우는지 큰아지매 귀에는 바로 옆에서 우는 것 같다. 벌떡 일어나 대청으로 나서서 신을 돌려 신는데 광수에미가 문소리를 들었는지 정기 안에서 큰소리로 큰아지매한테 말한다.

-행님, 야가 와이 캅니꺼? 찬바람까지 씌고-

하지만 한수의 울음소리로 귀가 꽉 찬 큰아지매는 대답도 않고 돌계단을 내려 마당으로 내려서는데 정기에서 고개만 내민 광수에미는 한마디 더 보탠다.

-이따 아침 묵고 유모가 온다 켔심더-

그 말에야 고개를 돌려 광수에미를 힐끗 본 큰아지매는 그래도 소향의 방안으로 들어가버린다. 소향도 들었다. 한수에게 젖을 먹일 유모가 온다고. 그러면 자신이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단 소리다.

 

순간 머릿속으로 셈을 해보니 이제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 그냥 가슴팍이 쿵하고 무너진 걸 소향은 들었다. 귀가 먹먹하다. 머리는 어지럽다. 그래도 한수가 울어대는 소리는 귀에 들리고 또 뭐라 얼러대는 큰아지매의 말도 들린다. 숨 넘어갈듯 우는 한수를 빨리 가슴에 안고 젖을 물리고 싶지만 큰아지매 팔에 안겨있을 한수를 넘겨받기도 주저하는 마음이 있다. 어제 광수가 한 말이 또 생각난다.

-뭐하노? 얼라 우는데-

광수에미의 흘기는 눈길에도 소향은 꿈쩍도 않고 기저귀를 안고 그대로 서있다.

-얼라가 배가 고프든가 아니모 똥을 쌌던가. 퍼떡 안가고 뭐하노?-

소향의 귀에 작은아지매의 재촉은 들리지만 그래도 멍하니 서서 큰아지매의 팔에 안겨있을 한수의 모습만 그린다. 자신이 한수를 달라고 하고 싶지만 큰아지매가 불러주기를 기다린다.

-오늘 아침에는 장서방이 불도 안 때서 뜨신 물도 없다. 빨래는 이따 내가 하꾸마. 드가거라- 하고 소향의 빨래를 뺏아 든 굉수에미는 소향을 밀어낸다.

소향은 마당으로 나와 천천히 한 발짝씩 방문 쪽으로 가면서 자신의 방안에서 들리는 한수의 울음소리와 큰아지매의 얼러대는 소리를 듣는다. 한수는 큰아지매의 팔에 안겨있고 유모가 곧 한수의 입에 젖을 먹일 것이고 그러면 자신은 이집에서 없어지고 말 것이다. 갑자기 머리끝까지 기운이 치솟는 걸 느끼고는 방문 앞까지 남은 서너 발자국을 뛰어 방문을 열어젖히고 방으로 뛰어들어 다짜고짜 말도 없이 큰아지매의 팔에 안겨 우는 한수를 낚아챈다.

-아가, 아가-

소향은 주저앉아 울어대는 한수를 한 팔로 흔들며 다른 한 손으로는 가슴팍을 열어 한껏 불어있는 가슴을 들이대자마자 한수는 울음을 뚝 그치고 얼굴을 젖에 묻어버린다. 한술의 숨결에, 젖을 빨아대는 가쁜 숨결에 소향의 숨결도 가쁘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잔물결 같아진다. 큰아지매는 순식간에 일어난 소향의 행동에 저어기 당황했지만 한수의 울음이 그친 것에 만족하여 소향의 곁에 앉아 한수의 얼굴을 덮고 있는 강보의 한 자락을 손으로 들춰보려는데 소향이 슬며시 몸을 틀어 돌아앉는다. 그렇겠지. 아직은 어린 소향이 젖 빠는 모습을 어려워하겠지 하고 그냥 그대로 소향의 옆쪽에 앉아있지만 실은 소향이 자신도 모르게 한수를 큰아지매로부터 떼어놓은 것을 모르는 것이다.

 

아침상이 식어도 장서방이나 태광이 돌아오지도 않았다. 광수에미는 속으로 구시렁거리며 할 수 없이 물동이를 이고 샘으로 간다. 소향이 정기 살림을 살 때는 장서방이 물이며 불이며 전부 알아서 척척 해주더니만 이제는 늦잠까지 자질 않나, 물독에 물이 떨어져도 모르질 않나 하며 입을 씰룩대며 샘으로 간다. 아침 햇살이 비추는 샘가에는 두어 명의 아낙들이 있는데 그중에 창호어마이도 있다.

-아이고, 우짠 일로 샘엘 다 나옵니꺼?-

한 아낙이 광수에미를 보고 활짝 반긴다.

-머슴 있는 종가에서 아지매가 와 물을 이로 옵니꺼?-

또 다른 아낙이 자리를 비켜주며 광수에미에게 호들갑을 떤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동네사람들 입에 풀칠하는 것은 거의 종가에서 꾸어다 먹는 양식이고 또 그 양식들을 관장하는 것이 광수에미니 밉보일 수가 없는 처지다. 그러나 창호어미이는 입도 뻥긋하지 않고 곁눈질로만 광수에미를 살펴댄다.

-무슨 일이 그케 재미있노? 내는 좀 알모 안되나?-

저만치 올 때 들렸던 무슨 수군대는 말을 묻는 광수에미다.

-아, 그기예. 꾸루와이가 지 처를 아주 죽이다시피 해서예. 굴신도 못하고 누버있다 캅니더-

아낙이 주저함도 없이 말을 널어놓는다.

-아주 죽을 정도라 카던데-

다른 아낙이 처음의 아낙을 보며 말한다.

 

그런 와중에 시키지도 않았지만 자연스레 두 아낙은 두레박을 올려 퍼 올린 물을 광수에미의 물동이에 쏟아댄다. 광수에미는 아주 자연스럽게 두레박질을 할 생각도 없이 그냥 옆에 서서 -와? 무신 일이고?- 하고 마치 손윗사람이 묻듯 한다. 실은 그 아낙들도 창호어마이나 광수에미나 비슷한 또래지만.

-몰랐는데 꾸루와이 댁이 천주당에 댕깄는 갑심더, 함창 천주당 말입니더-

불과 대여섯 두레박으로 광수에미의 물동이는 이미 가득하지만 광수에미는 머리에 일 생각도 없이 꾸루와이의 얘기가 흥미롭다.

-운제 또 천주쟁이가 됐다 카더노?-

아낙을 보며 묻지만 옆에 앉아 빨래를 하고 있는 창호어마이는 전혀 거들지도 않는다.

-모리지예, 원체 말이 적은 여편네라 한동네 살민서도 우리도 몰랐심더-

또 한 아낙이 거든다. 광수에미는 앉아있는 창호어마이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내려다보는데 눈꼴이 아주 험하다.

-쿤데, 그기 우쨌다고? 와 아 어마이를 직이다시피 했노?-

 

함창의 천주교회가 독일에서 온 왕신부에 의해 조용하지만 제법 활성화 되고 있던 참이었다. 유독 경북의 문경이나 상주를 중심으로 일제시대 전후부터 많은 순교자도 있었고 은밀하게 전파되어온 천주교는 마치 지표면 밑에 있는 잔디뿌리처럼 소리 소문도 없이 번지고 있었다. 불과 함창에서 이십 리도 안 되는 역곡에는 이미 왕신부가 설립한 성심원이 문둥이들을 위해 시설을 마련했고 또 함창에서 한 삼십 리쯤 되는 태우가 살고 있는 퇴강에도 사오십 년이나 됐다는 천주당이 세워져있듯이 인근에는 알듯 모를 듯 이미 천주교 세력이 상당하다.

함창 천주당에서 매주 성경공부를 열었는데 꾸루와이댁이 밤에 함창까지 가서 성경을 공부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반복하였지만 원체 집을 비우고 사는 꾸루와이는 전혀 모르고 지냈다. 어느 날 밤에 셋이나 되는 새끼들을 남겨두고 집을 비운 것을 본 꾸루와이는 늦게 돌아온 처를 개 패듯 두들겨 팼지만 처는 무슨 목멘 사연인지는 몰라도 성경공부를 멈추지 않고 계속 틈만 나면 함창 천주당을 들락거렸고 마침내 거칠 것 없는 꾸루와이는 절룩거리는 한쪽 다리로 천주당 문을 박살내고 마누라 머리채를 질질 끌고 나온 것이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험악한 꾸루와이를 말릴 생각도 못하는 사이에 이미 마누라를 반쯤 죽여놓은 꾸루와이는 그길로 술집으로 가 만취하였고 마누라는 동료 신자들이 들추어 업고 태봉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아이가 셋씩이나 있지만 조석은커녕 의식도 있는 둥 마는 둥 집안 꼴이 엉망이라 옆집에서 보다 못해 거들고 있지만 정작 꾸루와이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여전히 세상트집 혼자 잡으며 낮에는 시빗거리 찾아 헤매고 밤에는 걸려든 시비를 술과 싸움으로 해결하고 다닌다.

 

-여편네가 살림이나 살모 되지 모하로 밖으로 싸댕기노? 그카이 안카나?-

고개도 들지 않고 빨래를 치대던 창호어마이가 한마디 내뱉는다. 사실 창호어마이한테 꾸루와이는 달갑지 않은 위인이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그래도 사람들을 끌어들여 술판을 벌려주거나 닭이라도 한 마리 잡아대며 노름판을 차려주어 입에 풀칠할 지전 몇 푼이라도 건저 주는 위인이다.

두 아낙은 창호어마이의 말을 귓전에 담지 않는듯하지만 광수에미는 그 말을 듣자 눈을 샐쭉 치켜뜨고 미운감정을 섞어 대꾸를 한다.

-밖으로 댕기는 기 뭐가 우떤데? 절에 가나 천주당에 가나 그기 그기지. 우쨌던 그 꾸루와이는- 하고 다음 말은 하지 않고 물동이를 머리위로 올리는데 두 아낙이 거들어 올려준다.

-꾸루와이하고 붙어먹나. 와 편을 드노?-

광수에미는 돌아서서 걸음을 옮기면서 창호어마이가 듣던지 말든지 한마디 하는데 못 들을 리 없는 거리다.

-이 문디 같은 년이. 니 주디 조심해래이!- 하고 벌떡 일어난 창호어마이가 광수에미의 뒤 꼭대기에 불꽃같은 눈길을 쏘아대지만 광수에미는 태연하게 허리를 일렁거리며 물동이를 이고 가버린다.

 

아침도 거른 채 해가 머리위로 치솟은 늦은 아침에 장서방은 태광과 함께 종가로 왔다.

-행님. 일났심니꺼?-

평소라면 일어났기는커녕 조금 있으면 점심상을 받을 시간이지만 문도 꿈적 않은 걸 아는 태광은 그리 물으며 그냥 문을 열어젖힌다. 길게 누워 눈을 감고 있던 태섭은 눈도 뜨지 않고 손을 머리위에 올리고 -와? 들어오든가 문을 닫든가- 찬바람이 싫다는 뜻이다.

마루 끝에 서있는 장서방을 뒤돌아보며 태광은 들어오라는 손짓을 하고 태섭의 방안으로 들어간다.

-오늘은 와 기침이 이리 늦십니꺼? 선거운동 안 갑니꺼?- 하며 자리를 잡고 장서방도 들어오며 문을 닫는다. 태섭은 선거운동이라는 말에 감고 있던 눈 속에 아주 진한 어둠이 확 깔리는 것을 느끼지만 그냥 한숨만 길게 내쉬며 방안에 들어선 장서방 때문에 선거 얘기는 접고 딴 얘기로 대신한다

-송아지가 우찌 됐다고?-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묻는 태섭을 보며 장서방은 한껏 늘어진 태섭의 심정을 알 것 같다. 하지만 자신이 들어서서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다. 그저 태섭 자신이 스스로 수습하는 걸 배울 수밖에. 그것이 탯줄을 끊고 사는 세상 이치 아닌가 하며 입을 다문다.

 

-행님이 우찌 압니꺼? 들었는교?-

 태광이 장서방을 돌아보며 의아한 듯 -안 그래도 그일 때문에… 우짜까예?- 하고 또 장서방을 돌아본다. 태섭은 만사가 다 귀찮다. 그깟 송아지 한 마리 때문에 안 그래도 어지러운 머릿속을 더 어지럽게 하고 싶지 않다.

-우짤 기 뭐있노? 죽은 송아지를 내가 살리줄까?-

태광의 귀에 들리는 태섭의 말은 이해가 안 된다. 태광은 나태하게 반응하는 태섭을 향해 짜증내듯 -아이, 그기 아이고 그케도 송아지 값이 한 삼만 환이나 되는데- 하며 얼굴을 찡그린다.

-아침을 우짜까예?-

대청 끝에서 건넌방에 대고 광수에미가 성가신 목소리로 묻는다.

-좀 있다 점심 묵자. 아침은 됐고-

속상한 김에 장서방과 함께 죽은 송아지를 앞에 두고 송아지 주인이 주는 탁주를 아침부터 두어 잔 마셔서 배가 고프지도 않다.

-고마 됐다. 죽은 놈은 죽었고 날아간 돈도 이미 날아갔다. 우짤 기 하나도 없다- 하고 태섭은 만사 귀찮은 듯 돌아누워 버린다. 장서방은 손으로 태광을 툭 쳐서 나가자고 시늉을 한다.

그러나 태광은 도무지 태섭의 태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다. 선거가 코앞이라고 매일같이 바깥출입을 하던 행님 아닌가? 눈을 크게 뜨고 장서방을 보며 얼굴을 찡그리지만 장서방을 슬며시 일어서서 문을 열고 나와 버리자 뒤에 태광도 따라 나온다.

-나중에 얘기하시지요. 오늘은 날이 아닌 모양입니다- 하고 장서방이 신을 신고 정기로 들어간다. 물도 불도 살피고자 하는 마음에서다. 안 그래도 광수에미는 장서방이 나올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마디 하려던 참이었는데 얼굴이 술에 익어있는 것을 보고 말을 않고 밖으로 나와 버리는데 서방의 얼굴도 벌겋다.

-무신 대수라고 아침부터 술을 자시는교!-

묻는 투가 아니니 분명 들볶아대는 것이다.

송아지 값이 날아간 마당에 내어놓으라고 할 수도 없는 지질이도 없는 남정네나 안 받자니 또 삼만 환의 큰돈 아니냐 하는 심정으로 우두커니 서있던 태광이 마누라의 그 소리를 듣자 -마실만 하이 안 마싰겠나? 니가 뭐 안다고 아침부터 꼬장 부리노?- 하고 부아를 부린다.

 

광수에미가 지지 않고 무어라 대꾸하려는 참인데 안방 문이 열리더니 큰아지매가 손가락을 입에다 대고 쉬 하는 것을 물지게를 챙겨들고 정기를 나서던 장서방이 보고 안방에 한수가 잠을 자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장서방은 소향의 닫힌 방문을 본다. 그리고 그 방안에 혼자 있을 한수의 엄마 소향이를 순간 보는 듯하지만 그냥 샘을 향해 나가는데 웬 젊은 아낙이 등에 애기를 업고 들어서고 뒤에 있던 광수에미의 말이 들린다.

-인제 오나! 어서 온나. 춥제? 행님. 유모 왔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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