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근현대사를 살아온 한 여성의 이야기. ‘씨받이’라고 불렸던 대리모 소향의 일대기가 연재됩니다. [편집자 주]
섣달이 들어선 지도 한참이나 되었다. 큰바람 때문에 인심조차 가물어있고 정월이 코앞이라 설이 머릿속에 든 사람들은 제수며 설빔이며 머릿속이 어수선하지만 올해는 거의 실종 상태이고 체념의 상태이다. 살아있는 사람들조차 허덕이는 판에 죽은 사람들 챙기는 것이 무슨 대수랴 하지만 그래도 누가 물으면 그렇게 대답은 하지 않는다. 없는 형편에는 집안에 있는 돈이 될만한 것들을 죄다 내다 팔아서라도 무엇인가를 장만하고 사고 마련해서 설을 준비한다. 놋그릇도 다 내다판다. 일본 놈들도 모르게 땅을 파서 숨겨놓았던 것을 올해는 이기지 못하고 몇 푼에 팔았다. 무슨 봉황이 그려진 병풍도 지게에 지고 한약방에 팔았다. 몇 대째 집에서 내려오는 굵직하게 붓으로 쓰인 그것도 사정사정해서 팔았다. 어떤 집은 남자가 객지에서 돌아오기만 기다린다. 기다리는 식구들의 마음은 남자가 보따리 한가득 아이들의 새 옷을 사오고 안주머니에서는 지전 한 다발을 꺼내놓을 것이라고 꿈을 꾸며 냉구들 위에 놓인 땟물 절여진 이불을 나누어덮고 고개는 삽작으로 향하고 시루속의 콩나물처럼 앉아있다.
삭풍이 만만하게 불어댄다. 넓은 태봉의 뜰이 더욱 그렇게 만들고 있는데 일찌감치 일어난 소향은 오늘도 머리만 어지럽지 마냥 손을 놓은 채 넋을 놓고 있다. 오직 의식에 붙들려있는 것이라곤 팔에 안겨있는 한수뿐이다. 어제도 큰아지매가 그랬다. -혼자 가겠냐? 누구라도 오라고 전보라도 넣어야 안 되겠냐?- 삼천포에 기별을 넣어서 소향이와 동행할 사람을 부르는 게 어떻냐는 것이었다. 소향은 그저 괜찮다고 답했을 뿐이다. 그리고 큰아지매도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어쩌면 소향에게 갈 날을 알려준 정도에 지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삼칠일 후에 간다고 소향은 한 번도 말하지 않았는데 큰아지매의 입에서 그렇게 굳어지게 되었고 또 자연스레 그렇게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갈 날이 내일모레인데도 소향은 도무지 갈 일이 한 십 리쯤은 남아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느린 걸음으로 가면 한 달쯤 걸리는 것처럼 말이다. 훌훌 날아서 삼천포로 가겠다던 마음은 지금은 온데간데없다. 팔에 안겨 아직도 색색거리며 자고 있는 한수의 눈 위에 파란 실핏줄을 내려다보며 소향은 자신도 모르게 양팔에 힘이 들어가고 꼭 끌어안는다. 아까부터 마당을 왔다 갔다 하는 장씨아저씨의 발소리를 듣고 있었다. 아궁이에 불을 넣은 후라 어디서 들어왔는지 연기가 코끝에 닿는다. 섣달 해는 늦게도 뜬다. 방안에서 일렁거리는 호롱불빛이 방문을 훤히 비치는 것으로 봐서 아직 아침햇살이라고는 한 줄기도 없는 것이다. 장서방이 소향의 방문에 비치는 불빛을 알고 불러본다.
-한수는 깼나?- 소향이라 안 부르고 한수를 대신해서 부른다. 아직도 깜깜한 아침을 장서방은 부지런을 떨며 아궁이마다 아침 군불을 넣어두고 정기 가마솥에도 물을 한가득 끓이고 있다. 사람을 구하기 전에는 가지마라고 했던 큰아지매가 어제 장서방에게 혹시라도 아무도 없으면 장서방이 소향이를 삼천포까지 데려다주라고 당부까지 했다. 손으로 꼽아보지는 않아서 정확한 날짜는 장서방도 모르고 있었는데 그 일로 비로소 소향이 갈 날이 모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어쩌면 큰아지매도 자기를 중심으로 한 원래의 종가의 모습으로 돌려놓기를 원하고 있을 것이라고 장서방은 생각한다. 그래도 왠지 소향이 안타깝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저 안타까울 뿐 사실 그들의 계약대로 이행되고 있는 일이 극히 자연스러울 것이라고 또 한편 여겨진다.
-예- 하고 소향이 대답을 했지만 장서방이나 소향이나 왜 불렀는지 또는 무슨 대답을 기다리지는 않았다. 그저 둘 다 서로의 존재를 확인만 했다는 것으로 아직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조용한 아침나절에 종가를 떠나가는 둘만의 마음만 서로 교환했다. 또 장서방의 발소리가 정기 쪽으로 멀어져가는 것을 들은 소향은 아득해지는 귀를 대신해 눈을 돌려 방안을 휘 둘러본다. 모든 것이 새롭게 보인다. 선반 위에 놓여있는 바느질 당새기가 눈에 띈다. 그 속에 숨겨있던 빨간 감홍시는 장서방이 광문을 훔쳐 열고 준 것이었다. 겨울이 된 이후로는 그나마 그 위에 쌓여있던 이불조차 아랫목 쪽으로 내려진 탓에 아무것도 없다. 한수를 위한 모든 것들이 다 안방에 있기 때문에 지금 소향의 방안에는 겨우 기저귀 몇 자락밖에 없다. 시름 가득한 짧은 아침에 마침내 아침 햇살이 문가에 비치는가 싶더니 방안에 있는 소향의 귀에도 들릴 정도로 씩씩대는 작은아지매의 콧바람소리가 대문을 통해 들린다.
-아이구, 물이 설설 끓네예- 좋다는 듯 호들갑에 가까운 목소리다. 그도 그럴 것이 추운 아침에 끓는 물을 퍼내서 손을 담그는 것이 한기 서리는 찬물을 퍼내는 바가지질보다 좋을 수밖에 없으니 장서방에게 고맙다는 말 대신 하는 것이다. -오늘이 장입니더. 지캉 함창에 갔다 오랍디다. 행님이. 오늘- 아궁이 앞에서 불을 쬐고 앉아있는 장서방을 피해 광수에미는 재주도 좋게 이리저리 잘도 피해 다니며 성가시다고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정기 일을 하며 입으로 띄엄띄엄 몇 마디 한다. -아직 대목장도 아닌데 무슨 일로 말입니까?- 할 일 없을 때는 부지깽이가 불만 헤집는다고 했다. 장서방 손에 잡혀있는 부지깽이가 괜히 불속을 쑤시고 다닌다. -소향이 준다고. 뭐 좀 사오라 캅디더- 손끝에 달린 일에 정신을 반은 쏟은 광수에미는 말하는 것에 나머지 반을 쓰고 있어 마디말을 하고 있지만 장서방은 다 알아듣는다. -저도 간다고 했는데 저 준다고 뭐 사란 소리는 안 하던가요?- 장서방의 웃는 얼굴이 아궁이에서 비춰 나오는 불빛으로 탈바가지상이다. 광수에미는 분주히 움직이던 손과 발을 멈추고 -새 사람 구하기 전에는 안 간다고 카던데? 행님이?- 하고 장서방을 내려다본다. 그렇게 결론이 났는가? 장서방은 한 번도 동의해본 적이 없는데 어느새 그렇게 굳어져있다. 다시 불속을 들여다보며 장서방은 하긴 한식이냐 청명이냐 하는 정도의 차이뿐이니 별것 아니다 싶다. 자신의 삶을 마무리하는 것인지 아님 새로 정비하는 것인지 사실 자신도 잘 모른다. 알 수도 없는 일 아닌가? 향후 진행되는 방향에 따라 끝일수도 있고 새로워질 수도 있지만 자신은 크게 기대도 희망도 부여하고 있지 않다. 단지 모든 것을 네모지게 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이름도 찾고 죄값도 치루고 무엇보다도 쓰고 있던 허울을 훌쩍 벗어버리는 것이 장서방에게는 중요하다. -안 글십니꺼?- 맥을 놓고 불구경을 하며 혼자만의 생각에 잠겨있는 장서방에게 광수에미는 다짐을 하는 듯 물이 뚝뚝 떨어지는 바가지를 손에 들고 장서방에게 고개까지 숙여 되묻는다. 그런 광수에미를 올려다보며 장서방은 무슨 말인지 모르는 얼굴로 -뭐가 말입니까?- 하고 묻는다. -뭐긴 뭐교? 장씨 얘기지- 하고는 휙 돌아서서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것으로 봐서 설명하기가 싫은 모양이다. 장서방도 분명 중요한 말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일어서서 훤히 밝아오는 아침을 향해 크게 기지개를 하며 모처럼 장구경에 호기심이 든다.
* * *
태섭은 몇 날 며칠 동안 지고 있었던 구들을 오늘은 벗고 함창으로 나섰다. 장날인줄 알고 나온 것도 아닌데 마침 장날이라 사람들로 북적댄다. 그저 집에 있는 것이 싫어서 나왔다. 그런데 사람들을 마주치는 것이 더 싫었다.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는 할 일이 있음을 분명히 안다. 마누라가 일러둔 돈이다. 마련해두라고 했으니 마련해야 하는데 어느 조합으로 갈까? 재보다가 점촌보다는 거래가 적었던 함창조합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것은 점촌에서는 큰돈을 염출했던 것 때문에 이미 많은 땅을 잽혀둔 까닭이다. 혹시라도 함창조합에는 문서를 주지 않아도 될 것이라 믿고 조합장 문을 열고 들어선다.
그러나 불과 반 시간도 채 되지 않았을 때 태섭은 경직된 얼굴로 문을 나선다. 그리 큰돈도 아닌데 문서를 필요로 한다는 말에 그냥 일어섰다. 소문은 순식간이었다. 태섭이 방안에 머무는 동안 이미 정부에서 발표한 참의원선거 취소가 퍼졌고 그 선거에 목매고 뛰던 태섭에 대한 사람들의 입방아가 태섭이만 빼고 다 알고 있는 사실이 된 것이다. 소문은 그리 태섭에게 호의적으로 나도는 게 아니었다. 없고 배고픈 사람들의 질투 때문인지 아니면 그동안의 사람들에 대한 종가의 미온적인 태도 때문인지는 몰라도 땅이란 땅은 다 잡혔다는 둥, 기생집마다 밀린 술값이 수십만 환에 이른다는 둥 심지어 안방마님은 서울로 가버렸다는 둥 마을에 송아지까지 풀어주거나 겨울날 양식까지 꾸어주는 것과는 영 딴판으로 악의적 소문이 흉흉하게 퍼지고 있었지만 종가와 그 속에 머물고 사는 사람들만 모르고 있는 중이다.
겨울 하늘이 제법 보기 좋게 푸르다고 느낀 태섭은 머리 바로위에 이고 사는 하늘인데 자신이 얼마 만에 보는지 비로소 느낀다. 터덜거리는 발걸음이 갈 곳이 없다. 참의원선거를 위로하는 사람들도 귀찮고 누구를 만나거나 찾아가기도 싫다. 그런데 더 가기 싫은 곳이 종가다. 바로 자신의 집이다. 그러고 보니 더 이상 갈 곳이 바닥이 난 태섭은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이 가던 것을 멈추고 앉아보니 태봉으로 돌아가는 길의 중간쯤에 와있다. 언젠가 창호네 아바이가 영문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맞아 죽은 바로 그 묘지 근처다. 햇볕이 잘 드는 양지쪽에 태섭은 앉아서 담배를 빼물고 인생이 참 간사하다고 느끼며 연기를 탄식하듯 뿜어낸다.
* * *
광수에미는 태봉을 나설 때만 해도 소향이 떠나갈 때 줄 것들을 장만한다고 마음 한구석이 서늘했건만 붐비는 사람들 틈에서 온갖 물건들이 즐비한 것을 보고 취해버리는 바람에 어느새 입에서는 찬사를 연발하며 손으로 집어보고 몸에 대보고 뒤집어보고 모로 보고 가로 보고를 해대며 옆에서 그저 망부석처럼 따라만 다니는 장서방도 의식하지 못한다. -살겁니까?- 보다 못한 장서방은 시간만 흘러가고 피곤해지는 것을 느끼고는 책망하듯 광수에미에게 묻자 장서방의 눈길을 바라본 광수에미는 비로소 정신을 차리듯 -그케 말입니더. 하도 못보던 것이 많아서리. 행님이 소향이 입힐 옷가지들을 사라 켔으이 옷전으로 가보입시더- 사실 장서방도 소향이를 위해 무언가를 마련하고 싶었다. 하지만 무엇을 주어야 좋을지 그저 막연하기만 했던 참이었는데 마침 광수에미가 옷이라는 말을 하자 마음에서 그렇지 하고 동의를 한다. 이 추운 겨울에 그래도 몸을 감싸는 것이 최고겠지. 어쩌면 발에 꿸만한 털신이라도 있다면 더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털신이 사고 싶어진다. 그런데, 아차, 문수를 모르고 있다. 괜히 손을 펴서 허공에 재보지만 그걸로 알 리 없다.
-광수어머니. 혹시 소향이 고무신 몇 문 신는지 압니까?- 발걸음은 옷전으로 가면서 갑자기 신발 문수를 묻는 장서방에게 광수에미는 -와예? 신 살라고예? 갸는… 내꺼보다 한참이나 적던데, 모립니더- 옷전에는 설빔을 빙자하여 옷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아이들 옷이 주로 걸려있고 바닥에도 들출수록 더 나오게끔 수북하게 거름더미처럼 놓여있다. -여기서 사고 있으시오. 저는 신발 하나 보고 오지요- 광수에미에게 이르고는 장서방은 속으로 역시 따듯한 털신이 좋겠다고 결정했다. 까짓 문수를 모르지만 장서방 손바닥만 한 걸로 산다면 분명 크거나 맞을 것이라 생각하고 성큼성큼 신발점에 들어서서 역시 설 때문에 대목을 보려고 쌓아놓은 신발을 뒤적이며 그중 헝겊으로 쌓였지만 속에는 털이 복슬복슬한 것을 골랐다. 그동안 여름이나 겨울이나 그저 고무신만 신고 있던 소향을 생각해볼 때 지금 장서방 손에 들려있는 털신은 운동화처럼 생겨서 어쩌면 소향이 처음으로 신을 수도 있다고 여겨진다. 옷전으로 돌아오니 광수에미가 보이질 않는다. 장이라고 해봐야 한 바퀴만 휘돌면 다 거기서 거기라 장서방은 제자리에 우선 한눈에 보이는 사방을 둘러보고 다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찾아 나선다.
* * *
소향은 큰아지매를 고마워해야 할지 아니면 야박하다고 생각해야 할지 몰라 아침부터 방안에서 골몰하고 있다. 말로는 아침 밥상을 물리자마자 한수를 챙겨 안고 가며, 밤새 고생했으니 이따가 젖 물리기 전까지 잠이라도 자라고 하며 갔지만 그것이 진정 자신을 생각해서 하는 말인지 아니면 한수를 떠안고 가며 체면치레하는 것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그리고 여기저기 말끝에 이제 갈 날이 몇 밤 남았다고 넌지시 알려주는 것도 역시 아쉽다는 것인지 아니면 날짜만 되면 즉시 떠나라는 말인지 통 모르겠다.
하지만 소향이도 분명히 아는 것은 있다. 바로 서로가 서로에게 한 약속, 처음에는 누구보다도 소향이 더 그 약속을 기다렸는데 이제는 도대체 그 훨훨 날아갈 마음이 어디 구석에 숨었는지 소향이 자신도 모르겠다. 올 때 보살님을 따라와서 어떻게 왔는지 몰라도 됐는데 막상 갈 날이 내일모레인데 혼자 어떻게 삼천포까지 가나 하는 걱정도 순간순간 들기도 하지만 가다가 못가면 떠돌면 되겠지 하는 옹심까지도 생긴다.
억지로 삼천포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식솔들을 떠올려본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종락이다. 겨울이라 코가 한 자는 빠져 말라붙어있을 것 같다. 향숙이는 자신이 뭘 사올까 하고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물론 먹을 사탕이나 센베이 조각을 눈이 빠지게 기다릴 것이다. 숙향이는 다 커서 자신이 겪었던 일을 알고 있을 것이지만 학교가기 싫다하던 노마는 아직도 철이 없는 그대로 일 것이고 하며 억지로 삼천포 갈 마음을 일구어내지만 눈에서는 눈물이 나온다.
한수가 없는 한시가 오늘따라 더 견딜 수가 없어서 소향은 벌떡 일어선다. 그동안 한 번도 한수를 찾은 적이 없던 소향이다. 큰아지매가 데리고 오면 젖을 물리고 품에 안고 있고나 하지만 또 큰아지매가 데리고 안채로 가면 그저 바라만 보았던 소향이지만 지금은 기다릴 수가 없는 심정이라 문을 거의 박차다시피 하며 안채 대청에 가서 부른다. -한수 깼심니꺼?-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는데 소향은 한수가 깼느냐고 물으며 눈물을 소리도 없이 뚝뚝 흘러내린다. 대답도 없이 조용히 안방문이 열리더니 큰아지매가 앉은 채로 몸을 내밀고 소향을 본다. 오들오들 떨며 울고 서있는 소향을 보던 큰아지매는 한참이나 아무 말 없이 본다. 소향도 다음 말없이 그저 큰아지매의 눈을 한참이나 보며 울지만 자신이 울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따가 내가 데리고 가마- 하고 큰아지매는 조용히 문을 닫아버린다. 자고 있는 한수를 생각해서 말도 문소리도 극히 조용히 하고 있다. 닫힌 문을 바라보던 소향은 마침내 엉엉 하고 울음을 터뜨린다. 자신도 모르게 터져 나온 통곡이다. 소향이도 놀라서 얼른 돌아서서 자기 방문으로 가면서도 막을 수 없게 나오는 통곡을 감출 수가 없다. 눈물에 어른거려 문고리도 잡을 수가 없다. 방안으로 들어서는 발길에 고무신도 한 짝 딸려 들어왔다. 그냥 널려있던 이불위에 엎드려 맘껏 울음을 쏟아낸다. 속이 시원해진다. 소리도 더 크게 나오는가 싶더니 속은 따라서 더 시원해짐을 느낀다.
큰아지매는 그 소리를 다 듣고 있다. 한 번도 소향이 문 앞에서 한수를 찾은 적이 없었다는 것도 다 알고 있다. 하지만 기어이 이런 순간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닥치고 보니 냉정한 줄 알았던 자신도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냥 두고 보고 있다. 종가에서 여자 곡소리가 난다고 난리칠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두고만 볼 수도 없을 일인데 자고 있던 한수가 마침 팔을 허우적대더니 앵하고 울어댄다. 낳은 엄마와의 교감인가 하는 생각이 순간 든다. 큰아지매는 포대기를 곱게 안고 울어대는 한수를 얼러대며 소향의 방문 앞으로 가서 소향을 부른다. -문 열어라-
이 기사 좋아요
<저작권자 ⓒ 일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
일다의 방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