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날

김담의 연재소설 <소향전> 135화

김담 | 기사입력 2016/06/02 [16:58]

떠나는 날

김담의 연재소설 <소향전> 135화

김담 | 입력 : 2016/06/02 [16:58]

한국의 근현대사를 살아온 한 여성의 이야기. ‘씨받이’라고 불렸던 대리모 소향의 일대기가 연재됩니다. [편집자 주]

 

-오늘은 와 우리 집에서 밥 묵자 카노?-
숟가락을 들면서 태광이 마누라에게 묻는다. 반찬이라고는 두어 가지 김치와 된장뿐인 것이 못마땅한 태광은 종가에서 먹었더라면 입맛에 맞는 반찬이 한결 더 많았을 것을 생각하며 묻는 것이다. 듣는 둥 마는 둥 마누라는 괜히 상위의 반찬을 아이들 앞으로 이리저리 옮겨대지만 결국 그 자리가 그 자리다.

-종가 식구들이 전부 따로따로 묵심니더. 오늘은 캐서 우리꺼정 무울라고 여따 채렸심더- 광수에미는 우악스럽게 밥숟가락을 입으로 넣은 후 김치 한 자락을 손으로 쭉 찢어 불룩한 입으로 더 욱여넣는다. 태광은 그런 마누라의 모양을 보며 아직 첫 숟가락도 뜨지 않은 채 마른 입맛만 다신다.

 

광수에미는 저녁에 종가에 밥상만 네 개를 차려서 들이밀었다. 하나는 태섭이 방에 또 하나는 안방에 그리고 세 번째로 소향이방에 밥상을 갖다 주고 장서방은 그냥 정기에서 먹도록 마련해주었다. 시아주버니 태섭은 태섭이대로 영 천근같은 납덩이를 얻고 있는 행색이고 안방 형님도 얇게 얼어붙은 얼음조각처럼 얼굴이 까칠한 표정이고 소향도 고개를 들 줄 모르고 입은 입대로 더 붙어버려 억지로 말을 시키지 않으면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덜렁거리는 광수에미지만 그 정도의 눈치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선거가 없어졌다는 것도 서방한테 들어서 안다. 한수가 태어난 지 삼칠일이 다 됐으니 떠날 일로 마음이 무거운 소향의 사정도 안다. 물론 안방 차지하고 있는 형님도 잔치 벌릴 마음이 아니라는 것도 알지만 그래도 같이 밥을 먹을 때 밥상 앞에서 한마디 말도 없이 밥 씹는 소리만 서걱거리며 목구멍으로 삼키자니 밥알이 위장에서 살아 튀어나올 것 같이 불편하고 어색했던 광수에미는 아예 밥만 챙겨 집으로 와서 식구들과 먹는다. 속이 후련하다. 퍼질러 앉을 수 있어 편하고 우저적대며 먹을 수도 있고 눈치 볼 일도 없고 할 말도 맘대로 할 수 있어서 좋은 것이다.

 

-소향이 낼 갑니더-
김치를 찢어서 광수와 재수 밥그릇 위에 올려주면서 무심하게 한마디 하는 광수에미다. 겨우 한 숟가락 밥을 뜨던 태광은 숟가락을 놓으며 -집에 술 없제?- 없는 줄 알면서도 묻는 것이 차라리 밥 대신 술을 먹고 싶다는 표현이다.
-돌아댕기민서 그렇게 무면 됐제 무신 술을 집에서꺼정 자실라고? 퍼떡 밥이나 자시이소!- 마누라가 부라린 눈이 오늘따라 더 크게 보인다. 태광은 벌써 날짜가 그렇게 흘렀나 싶다. 소향이 간다니.
-낼 간다고?-
되물으며 태광은 사실 자신은 소향이 일이나 한수 일이나 다 남의 일처럼 건성으로 듣고 보고 했었는데 소향이 내일 간다고 하니 그래도 다시 한 번 남의 일이 아니었구나 하고 느낀다. 그 와중에 광수와 재수도 거의 동시에 엄마에게 물어댄다.
-낼예?-
-아침에 간다 쿠더라. 행님이-
큰아지매 말이라는 뜻이다. 떠나는 소향이 자기 입으로 하지 않은 말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조금은 어색하거나 불편하더라도 큰아지매가 들어서 모든 일을 절도 있게 진행시키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종가의 모양새를 보더라도 또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

 

-행님 집에 가모 술 있겠제?-
태광은 마누라를 보며 밥 대신 술 마시고 싶은 마음을 은근히 전하자 광수에미가 눈꼬리를 말아 올리더니 할 수 없다는 듯 -맘대로 하소. 그 집에 오데 술 떨어지는 것 봤소?- 하고 말을 마치자마자 태광이 벌떡 일어나 허리춤을 동여매고 방을 나설 준비를 하자 광수도 -엄마야 내도 큰집에 가도 되나? 그서 밥 무울란다- 하고 엄마를 쳐다보자 재수도 덩달아-내도- 하고 소리를 지른다. 광수에미는 그저 자신의 숟가락질에 열심이다.
-맘대로 해라- 하고 방문을 열고나서는 서방과 두 아이들의 뒤를 보다가 언뜻 소향의 모습이 눈에 걸리고는 입에서 긴 탄식이 나온다.

 

날짜를 달력에 표기해놓지 않은 소향이일지라도 이미 지난 며칠 동안 큰아지매로부터 들은 말이나 또 작은아지매의 동정 서린 말로 가는 날이 내일로 못 박힌 것은 알고 있다. 소향은 거절도 부정도 반대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소향도 동의하고 있다는 것을 이미 모두에게 알린 것이다. 한수를 품에 안고 젖을 먹일 때 그저 한없이 얼굴을 내려다보면서 울뿐이었다. 오늘도 큰아지매는 예외 없이 젖 먹일 때만 빼고 한수를 거의 하루 종일 안방에서 건사하였다. 받아놓은 저녁 상위의 밥과 국은 이미 차갑게 식어있다. 시간은 흐르고 있고 그 시간을 잡아 주저앉힐 수도 없고 그러니 자신은 시간의 힘으로 밀려가고 있는 것을 소향은 안다. 온 사지에 맥이 풀려 내린다. 가슴이 휑하게 비어져가고 시선이 고정되지 못할 만큼 불안하다. 하지만 이겨낼 방법도 찾지 못하고 있는 소향은 쥐고 있는 주먹에 땀이 배어나오는 것도 모르고 옆에 쌓여있던 한수의 기저귀를 끌어안고 푹 쓰려져 부들부들 떨며 나오는 울음을 목으로 삼킨다.

 

-아지매- 하고 문이 벌컥 열리더니 광수를 앞세우고 재수도 우르르 들어오다 문간에 놓여있던 밥상 다리에 재수의 발이 걸려 상이 넘어진다. 국이 방바닥에 쏟아지고 두어 가지 반찬이 뒹군다. 그러나 밥그릇의 밥은 그대로 그릇 속에 담긴 채 구르고 있다. 당황한 광수와 재수는 눈만 커다랗게 뜨고 이제 막 고개를 들어 그들을 바라보는 눈물 맺힌 소향의 눈을 바라본다.
-내는 아이다. 재수다-
광수는 엎질러진 밥상의 죄를 변명하고 있다. 소향은 두 아이의 얼굴을 그저 빤히 쳐다보면서 아무 말이 없다. 상이 넘어진 것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갑자기 재수는 변명도 앙탈도 부리지 않고 울음으로 자신의 죄를 상쇄하듯 운다. 그리고 열려있는 문으로 나가버린다. 광수도 소향의 방에 올 때의 속내는 잊은 듯 어색하게 서있기만 하다가 그냥 슬그머니 나가서 문을 닫아버린다. 음식냄새가 코에 전해지지도 않는다. 눈에는 쏟아져 내린 저녁이 방바닥에 흩어져있는 것이 보이지만 머릿속에는 아무 생각도 없는 소향은 그냥 두 팔을 무릎위에 내리고 귀신처럼 앉아있다. 그리고 또 시간은 흐른다.


-아들이 저지레했다고-
분명히 큰 목소리의 작은아지매인데 소향의 귀에는 모기소리만큼 작게 들린다. 문이 열리고 방안을 들여다본 작은아지매는 입으로 무언가 계속 말을 하며 지껄여대며 주섬주섬 치우더니 상을 들고 나가고 잠시 후 걸레를 들고 다시 들어왔다.

-니는 묵도 안한 상을 엎었구나. 우짤레-
방을 닦다가 말고 앉아버린 광수에미는 아무 말도 없이 멍한 눈을 뜨고 있는 소향을 보며 탄식을 한다.
-이건 뭐고?- 하고 윗목에 있던 공책과 연필 두어 자루를 손에 들고 작은아지매는 살핀다.
-와 여따 갖다놓고-
광수나 재수가 방에 흘리고 간 것으로 여긴 작은아지매는 치마에 챙기는데 문밖에서 큰아지매가 한수를 데리고 온 모양이다.

 

-문 좀 열어라- 하는 소리에 광수에미가 허리를 뻗어 문을 열자 큰아지매는 한수를 안고 들어서며 -자네 여기 와 있었구만- 하고 말은 광수에미에게 하지만 눈은 넋이 빠진 소향을 본다.
-아이구-
혀를 차며 광수에미는 걸레질을 계속한다. 어쩐 일인지 한수를 받아들지도 않는 소향을 큰아지매는 그냥 쳐다만 본다. 큰아지매는 방에 앉으며 한수를 소향의 눈앞에 내려놓으며 한수의 얼굴을 가렸던 포대기를 들추어낸다.
-배가 고픈 모양이다. 그럴 때도 됐지 이제- 하며 소향의 반응을 기다리지만 소향은 한수의 얼굴에 눈만 고정시키고 꼼짝도 않는다. 걸레질을 하고 있던 광수에미는 큰 엉덩이를 옮기더니 방에 놓인 한수를 안고서 소향의 가슴팍에 들이밀며 -아놔, 니 새끼 아이가. 실컷 믹이라- 하며 여전히 눈으로 한수만 보고 있는 소향에게 윽박지른다.

 

그제야 소향은 한수를 안더니 젖을 내놓는 대신 얼굴에 한수를 갖다 대고 자신의 얼굴을 꼭 붙인다. 큰아지매는 보기가 민망한지 칭얼대는 한수에게 젖을 먹이지 않는 소향이 못마땅한지 살짝 돌아앉으며 -낼 아침 일찍 오라고 당부는 해놓았나?- 하고 광수에미에게 묻는다. 유모를 이르는 말이다. 한수를 얼굴에 묻고 있는 소향을 보다가 광수에미는 큰아지매의 그 말을 듣고는 -그 말을 꼭 여서 해야 됩니꺼?- 하고 도로 걸레질을 팍팍 해대며 -얀들 오죽하겠심니꺼? 행님은 아를 안 나봐서 모림니더. 할 장소 안할 장소 따로 있는 긴데- 하고 중얼거린다.

 

말을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한다는 것을 탓하는 광수에미는 아주 예외적이다. 종가의 며느리들로서 단지 종부라는 것만 빼고는 둘의 위치가 그다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지만 그동안 광수에미는 거의 단 한 번도 큰아지매의 말에 반박이나 반대를 하지 않고 살아왔다. 때로 자신이 억울하다고 생각이 들 때도 감히 말을 아꼈던 광수에미인데 오늘 저녁은 그것도 자신의 일이 아닌 소향의 일로 큰아지매를 나무라고 있다.

 

큰아지매도 방에 들어서면서부터 소향의 몰골을 보고 행여 소향에게 자극이 될 만한 언행을 가리던 중이었는데 불쑥 입에서 유모 얘기가 나왔다. 사실 모든 것을 미덥지 못한 광수에미를 통해서 전달하고 전달받는 큰아지매의 입장에서 당장 내일 아침부터 한수에게 젖을 먹일 유모의 일은 중한 일이었고 그리고 그것을 확인하는 일은 미룰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광수에미의 말은 큰아지매를 잠시 생각하게 만들기는 했지만 그러나 시인하거나 물러서는 큰아지매는 아니었다.

 

-한수는 이집 아들이고 종손일세. 그리고 이집 아들이면 내가 종부인 이상 내 아들이고. 누가 놓고 안 놓고는 불문인줄 모르나? 그리고 유모를 물어보는 것은 종손을 건사하는 종부로서 당연한 일 아닌가? 자네 함부로 말하지 마-
말끝에는 앙칼진 목소리까지 실려있다.
그리더니 이제는 소향을 향해 똑바로 돌아앉아 치마를 고치고 -너도 내일 아침에 일찍 떠날 준비를 해라. 길도 먼 길이니 해 있을 때 삼천포까지 가려면 서둘러야 한다. 한수에게 젖 물리고 안방으로 데리고 와라- 하고 긴 치마를 끌고 나간다.

 

입이 허하게 벌어진 채로 광수에미는 어이가 없다는 듯 큰아지매가 나간 방문을 보지만 아무 말도 못한다. 소향은 자신의 가슴속에서 울어대고 있는 메아리 때문에 사실 둘의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도 않았다. 천천히 한수를 내려 젖을 물리자 한수는 조용히 그러나 옹골차게 젖을 빨아댄다. 소향은 속으로 그래, 다 먹어라 내 속까지 다 먹어라. 내가 없어지도록 다 먹어라 그래서 삼천포 갈 내가 없어지면 좋겠다. 훨훨 날아서 삼천포 가겠다던 소향의 생각이 훨훨 다 날아가 버렸다. 광수에미는 계속 혀를 차대며 정신없이 젖을 먹고 있는 한수의 볼에 손가락을 대고는 다른 한손으로는 소향의 머리를 쓸어 올린다. 마땅히 소향에게 위로가 될 만한 말을 몰라서이다.

 

저녁을 혼자서 정기에서 먹었던 장서방은 할 일 다 마친 저녁이라 슬렁슬렁 자기 방쪽으로 가다가 소향의 방안에서 들리는 큰아지매의 말을 무심코 들었다. 속으로는 틀린 말이 하나도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심한 말이라고 여겼던 장서방이 자기 방안에 있던 장에서 산 털신을 들고 나와 방안에 대고 부른다.
-광수 어머니도 여기 있습니까?-
방문이 열리고 장서방이 신발을 방안으로 들이밀며 -소향이한테 맞을라나 모르겠네요- 하고는 자신의 손으로 방문을 닫으며 -춥습니다. 문 닫으세요- 하고 돌아서 자신의 방으로 간다. 소향과 무슨 말이라도 주고받을만하지만 소향도 한수에 취해 장서방의 말도 귀에 들리지 않고 장서방 역시 그런 소향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이다.
속으로 소향이 내일 떠나고 나면 이제 자신이 떠날 것이라고. 꼭 소향이 보다 나중에 갈 이유는 하나도 없지만 왠지 소향을 떠나보내는 것까지 마치 제 일마냥 느껴져서다.

광수에미가 한수를 안방에 주고 와서는 소향의 방에서 잤다. 소향이 애처로워 같이 눈물까지 보인 광수에미지만 잘 때는 심하게 코까지 골아대는 바람에 소향은 밤을 꼬박 샜다. 깜깜한 밤중인가 싶었는데 벌써 장서방이 일어나 아궁이마다 불을 지피고 있다. 오늘인가. 이제 날이 밝으면 가고 싶지 않은 삼천포로 가야 될 날이다. 날이 새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날은 새고 말았다.
-아이고, 니는 벌써 일났나? 좀 잤나?-
광수에미는 머리를 쓸어 올리며 밝은 문을 두리번거리며 까칠한 소향의 모습에서 한숨도 자지 못한 것을 눈치 채고 또 자신은 죽은 송장처럼 잔 것을 미안해하며 일어선다.
-니는 나오지 마라. 내가 물은 안에 들라주꾸마-
방안에서 소향은 온 귀가 안방 쪽으로 쏠려있다. 한수가 울어대면 곧 한수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직 한수는 울지를 않는다.

 

정기에 앉아 불을 때고 있던 장서방에게 광수에미는 -자 혼자 갈라나 모리겠심더. 그 먼 길을- 하며 가마솥 뚜껑을 열어본다. 아직 물이 김도 내놓지 않고 있어 도로 닫으며 -암만 그래도 기차역까지는 누가 가야 안 되겠십니꺼?- 하고 허리를 펴고는 장서방을 내려다본다. 장서방은 부지깽이만 잡고서 그저 불길만 보고 있다가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지 못했던 것을 알려준 광수에미를 향해 -그렇군요, 소향이를 동행해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는데. 광수어머니가 가시지요?- 하자 광수에미가 눈을 반짝거리며 -그렇지예? 쿠모 내가 가야지- 하고 도로 가마솥 뚜껑을 열고는 이제 막 김이 서리는 물을 퍼내서 대야에 담아 소향의 방안에 들인다.

-암만 그래도 깨끗이 하고 가래이. 너거 어무이 보기도 그렇고- 하고 돌아서는데 안방문이 열리고 큰아지매의 말이 들린다.
-소향이 좀 오라 하게-
광수에미는 돌아서서 소향의 방문을 다시 열고 소향에게 전갈을 하려는 참에 소향이 이미 들었다는 듯 -세수만 하고 갈게예- 하고 먼저 말을 하자 열려있는 방안을 그저 휘 둘러보며 광수에미는 긴 한숨을 쉰다.

장서방은 소향을 대면하는 것이 어려워 뒷단으로 괜히 왔다 갔다 한다. 아침을 마련한다고는 하지만 광수에미도 일이 손끝에 닿질 않는다. 그런데도 건넌방 태섭은 오늘 소향이 가는 날인줄 알고 있는지 아니면 모르는지 방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있다.
입던 옷 그대로 소향은 안방으로 들어왔다. 한수가 새근거리며 아직 자고 있다. 울어주지도 않은 한수가 조금은 밉지만 그래도 소향의 온 눈이 한수에게만 꽂힌다.
-이건 내가 너한테 줄 돈이다. 두 마지기 값이다. 조심해서 지니고. 먼 길이니 또 조심하고- 그리고 말끝이 흐려지더니 큰아지매는 아무 말이 없다. 그 외에 할 말이 생각아 나지 않아서다. 소향은 돈도 보이지도 않고 큰아지매의 말이 귀에 들리지도 않는다. 한수가 빨리 깨어나 울어주기만 기다린다.
-그동안 고생했다. 또 인연이 있을지 모르지만…. 다 팔자라 생각하고 살아라-
그때 움찔거리던 한수가 팔을 두어 번 휘젓더니 앵하고 운다. 소향은 서둘러 한수를 번쩍 안아서 가슴에 끌어안고는 가슴을 열어 입에 젖꼭지를 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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