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찾아 스페인, 프랑스에 이어 베를린에 왔어요

<우리가 독일에 도착한 이유> 선정: IT 마케팅 매니저, 베를린

채혜원 | 기사입력 2019/09/12 [21:10]

행복을 찾아 스페인, 프랑스에 이어 베를린에 왔어요

<우리가 독일에 도착한 이유> 선정: IT 마케팅 매니저, 베를린

채혜원 | 입력 : 2019/09/12 [21:10]

※ 밀레니엄 시대, 한국 여성의 국외 이주가 늘고 있습니다. 파독 간호사로 시작된 한국 여성의 독일 이주 역사 이후 반세기가 지난 지금, <일다>는 독일로 이주해 다양한 직업군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 여성들을 만납니다. 또한 이들과 연관된 유럽의 여러 젠더와 이주 쟁점에 대해서도 함께 다룹니다. -편집자 주

 

선정 이주 이력서

 

이주 5년 차.

2011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교환학생

2012~2013년 한국에서 스페인 컨설팅 회사 재직

2014년 스페인 코르도바로 이주, 컨설팅 사업개발 부서 재직

2015년 독일 베를린 글로벌 회사 ‘어카운트 매니저’(Account manager)

2018년 프랑스 파리 디지털노마드 스타트업 ‘어카운트 매니저’

2019년 8월 베를린 헬스테크 회사 ‘퍼포먼스 마케팅 매니저’(Performance Marketing Manager)

 

▲ 베를린에서 재직 중인 회사 앞에서 선정 모습.     ©촬영: 채혜원

 

선정의 이주 이력서에 쓰인 대로, 그의 이주는 스페인에서 시작됐다. 대학에서 공부할 때는 정치외교학과 국제사무학을 함께 공부하면서 다양한 대외활동에 참여했다. 당시 선정은 언어를 배우고 친구를 사귀는 일 모두 흥미로웠기 때문에 막연히 해외 취업에 대해 생각했었고, 6개월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교환학생을 다녀오고 나서는 유럽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커진 상태였다.

 

그는 졸업 후 한국에 있는 스페인 컨설팅 회사에 취직했다. 그리고 1년 뒤, 그의 열망대로 스페인으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스페인 코르도바에 위치한 본사 사업개발 부서에서 일해 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은 것이다. 코르도바에서 일하는 동안에는 근처 대학원을 다니며 공부도 병행했다.

 

하지만 스페인은 짐작보다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사회였다. 1년 정도 살았을 때,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을 정도였다.

 

“스페인은 남성이 우위에 있는 사회예요. 코르도바에서는 길거리에서 여성에게 ‘어이, 예쁘네!’라고 말을 던지는 경우가 너무 잦아서 가끔 사는 게 지장이 있다 싶을 정도였어요. 제가 아시아 여성이니까 더 만만했겠죠. 무엇보다 스페인 회사의 경영진은 대부분 남자였어요. 그만큼 제가 본받을 여자 선배를 찾기가 너무 힘들었고요.”

 

선정은 불만족스러운 상황을 오래 놓아두지 않았다. 다시 새로운 도전을 감행했다. 그 도전은 전 세계 스타트업이 모여들고 있는 독일 베를린으로 향했다. 2년간 떨어져 지내야 했던 프랑스인 파트너와 같은 도시에 함께 살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선정은 당시 일자리 정보를 얻을 곳이 마땅치 않아 무작정 회사 정보를 검색했고, 수백 개의 이메일을 보낸 끝에 한 글로벌 회사에 최종 합격했다. 면접과 과제 평가, HR 테스트, 인·적성 평가 등 두 달간 전형이 이어진 후였다.

 

스페인에서 독일 베를린으로

 

베를린에 처음 도착했을 때 선정은 모든 것이 행복했다. 그는 미국인 대표와 독일 경영진이 운영하는 모바일 마케팅 회사에서 어카운트 매니저(Account manager) 일을 맡았다. 주요 업무는 아시아 고객을 스카우트하고, 그 고객 그룹을 대상으로 글로벌 모바일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하는 일이었다. 선정은 이 일이 좋았고 만족감도 높았다.

 

▲ 370만 인구 중에 약 33%가 이주자인 베를린 풍경.     ©촬영: 채혜원

 

그러나 2년 뒤 모든 상황이 바뀌었다. 경영진이 바뀌면서 회사가 어수선해지고 친한 동료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더니 점점 선정이 알 수 없는 회사가 되어갔다. 부정적인 이야기가 너무 많이 들리기 시작했고, 더이상 이런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즐겁지 않았다. 그래서 선정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뒤에 무언가를 정해놓지 않은 채 무작정 사표를 썼다. 새로운 삶을 찾아야 했다.

 

그는 그동안 배우고 싶었던 것도 배우고, 해보고 싶었던 프로젝트를 하기로 결정했다. 크게는 두 가지 실험을 했는데, 첫 번째는 ‘디지털 노마드로서의 삶’ 두 번째는 ‘해외코칭’ 시작이다.

 

첫 번째 실험: 디지털 노마드

 

선정의 첫 번째 실험은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보는 것이었다. 그는 ‘디지털 노마드’를 ‘컴퓨터나 노트북, 인터넷만 있으면 공간 제약 없이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새로운 업무 형태’라고 설명했다. 이 실험을 위해 선정은 회사를 관둔 이후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디지털 노마드 스타트업과 계약한다.

 

“언젠가부터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해왔었고, 파리 스타트업 일을 시작한 건 첫 실험이었어요. 스스로 내 시간을 컨트롤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왔거든요. 그래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서든 내 일을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했어요.”

 

▲ 선정은 디지털노마드로 아시아 전역을 여행하며 일했다.     ©선정

 

디지털 노마드는 아직 실험단계다 보니 여전히 디지털 노마드에 대한 정의가 회사마다 다르고, 의견 차이가 크다. 선정 역시 디지털 노마드 일을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제약이 많았다. 회사와 디지털 노마드에 대한 일의 방식과 의견 차이를 좁히는 일은 쉽지 않았다. 선정이 1년 가까이 디지털 노마드 스타트업과 일하며 느낀 점은 아래와 같다.

 

1. 항상 바뀌는 일상과 흐트러지는 규칙적인 생활.

2. 집이 '집'이 아니다. 어딜 가나 새로운 거처에 적응하는데 적어도 일주일이 걸린다. 동네도 잘 알 수가 없다. 매번 일할 카페를 찾아다니는 재미가 있긴 하지만 일정 기간 동안만 내 집이 되는 '숙소'는 진짜 내 집이 되긴 힘들었다.

3. 카페에 가도, 코워킹-스페이스에 가도 직장동료는 없다. 친구도 직접 만들어야 한다.

4. 인터넷이 늘 문제. 여행지를 옮길 때마다 일할 수 있는 장소를 찾는 건 일상이다.

5. 규칙이 없으면 벌이도 없다. 본인 관리가 그만큼 중요하다. 흐트러졌다간 한순간에 무일푼 되기 십상이다.

6. 집이나 카페, 코워킹-스페이스 등에서 일하는 게 능률이 더 잘 오를 때도 있지만 회사에서 정해놓은 회의 시간마다 조용한 장소를 찾아야 했다.

7. 디지털 노마드라고 해서 회사에 있는 한 100% 자유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항상 누군가에 의해 스카이프나 메신저 앱을 통해 감시당할 수 있다.

 

디지털 노마드 회사와 계약을 해지한 이후에도 선정의 디지털 노마드 실험은 계속됐다. 파트너와 함께 한국과 동남아시아 곳곳을 여행하며 해외코칭과 온라인 마케팅, 커머스 운영 등의 일을 이어갔다. 그리고 또 하나의 새로운 실험을 시작한다. 해외 취업을 준비하는 한국인 후배들을 돕기 위한 해외코칭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다.

 

두 번째 실험: 해외 취업을 돕는 해외코칭 시작

 

선정이 2015년 처음 베를린에 도착했을 때, 스타트업 등에서 일하는 한국인을 만나기 어려웠다. 궁금한 것에 관해 물어보거나 조언 구할 사람이 없어서 자신의 블로그(blog.naver.com/fabsteph)에 구직 과정과 직접 일하면서 느낀 것을 세세히 기록하기 시작했다.

 

블로그에 정보를 올리자 해외 취업에 대한 관심이 있는 이들의 질문이 점점 많이 쏟아졌다. 선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는 회사 업무와 블로그를 통해 쏟아지는 질문에 답하는 일을 병행하려면 해외 취업과 관련한 코칭을 사업 아이템으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처음에는 블로그에서 해외 취업 코칭 신청을 받았다. 선정은 되도록 현지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많이 주려고 노력했다. 예를 들어 왜 해외에 나와서 일하고 싶은지, 서류와 면접 준비하는 방법, 어떻게 전략을 짜야 하는지, 회사에서 어떻게 하면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지 등 다양한 정보에 대해 코칭을 시작했다.

 

“대부분 여성들이 제게 코칭을 신청해요. 남성은 지금까지 두 명밖에 없었고요. 확실히 코칭은 1:1로 할 때 효과적인 걸 느껴요. 열심히 준비하고 있지만 방향을 못 잡고 있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저는 전략적인 접근을 도와주고 있어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정말 열심히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들 한국에서 엄청 열심히 일하고 있는 분들이거든요.”

 

▲ 선정의 코칭 페이지.     ©이미지: solremote.co

 

선정은 이 일을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 ‘프리랜서’로 등록했다. 블로그가 아니라 예약 시스템으로 이용자들이 편하게 코칭 받을 수 있도록 코칭 신청 웹페이지(solremote.co)도 개설했다. 선정의 코칭은 크게 ‘해외 취업 준비’와 ‘디지털 노마드 첫걸음’으로 나뉘어 있다. 해외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을 위해 경력 키워드 정하기, 도시/산업군 정하기, 포지션 정하기, 접근 방법, 이력서/커버레터 작성법 등을 돕고 있다. 디지털 노마드와 관련해서는 디지털 노마드로 가능한 직업, 필요한 온라인 스킬, 코워킹 스페이스 등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선정은 “한국인은 외국인에 비해 무엇을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정작 원하는 걸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망설이지 말고 우선 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코칭을 도와준 친구들에게 방향을 제시해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정말 뿌듯하다”고 말했다. 요즘에는 해외 취업에 대한 코칭과 함께 전반적인 커리어 상담도 하고 있다.

 

다시 새로운 시작

 

선정은 지난 7월, 베를린의 새로운 회사에 입사했다. 다시 회사에 들어가기로 결심한 후 최종 면접을 본 회사가 다섯 군데였는데, 여성 직원 비율이 높고 팀 면접을 봤을 때 팀원들과의 호흡이 잘 맞아 이 회사를 택했다. 독일 남성인 팀장이 팀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프로젝트를 같이 진행하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프리랜서로 해외 코칭하는 일을 긍정적으로 수락해준 것도 이 회사를 택한 이유였다.

 


Tip. 선정이 경험한 독일 글로벌 회사 채용 과정

 

Q. 일반적인 채용 과정은?

 

A. “과정이 복잡하다. 보통 이력서를 비롯한 서류를 제출하고 스카이프로 1차 면접을 본다. 이후 경력직인 경우, 업무와 관련한 엑셀 시험이나 과제 테스트를 받는다. 이 테스트 결과를 토대로 나중에 면접 때 발표를 하는 곳도 있고, 관련 질문만 하는 곳도 있다. 면접은 팀장 면접과 팀 면접, 이사진 면접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최근 이직을 준비할 때는 과제 테스트가 너무 많고 세세해서 오랜 시간을 투자했다.”

 

Q. 이번 이직 과정에서 최종 면접을 다섯 군데 봤다고 했는데, 면접 분위기는 어땠나.

 

A. “사실 팀 면접과 팀장 면접을 보면 이 회사와 맞는지 아닌지 느낌이 온다. 예를 들어 최종 입사하게 된 회사 팀 면접을 봤을 때, 팀원들과 대화가 잘 통했고 그들이 나를 너무 맘에 들어 했다. 이후 진행될 팀장 면접에 대한 팁도 줬다. 이 팀과 일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다른 한 곳은 규모가 꽤 큰 회사였는데 압박 질문도 많이 했고, 팀장과 경영진 인터뷰 때 회사와 내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크게 받았다. 압박 질문의 예로는 스페인 파트너사와 어떤 일을 하려고 하는데 실제 예상되는 이윤 규모를 당장 계산해보라는 질문을 받기도 했고, 자신을 가구로 표현한다면 어떤 가구로 표현하겠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Q. 한국과 비교할 때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인가.

 

A. “개인 정보를 묻는 일이 없다. 독일에서는 나이, 결혼 여부, 전 회사에서 받던 연봉 등을 절대 물어볼 수 없다. 본인이 희망하는 연봉만 적을 뿐이다. 압박 질문을 하더라도 인격을 침해하거나 상대방에게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주는 질문 역시 불가능하다.”


 

‘여자 선배’의 존재가 가져다주는 의미

 

선정은 어느덧 6년 넘는 시간을 유럽에서 보냈다. 그가 스페인과 프랑스, 독일에서 일하며 가장 크게 느낀 점 중 하나는 ‘여자 선배의 중요성’이다. 여성 리더를 보며 후배들은 꿈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에도 분명한 ‘유리천장’이 존재하지만, 한국과 스페인에 비하면 상황이 훨씬 낫다는 게 선정의 의견이다.

 

“독일과 프랑스에서 일하면서 확실히 여성 리더가 많다는 걸 느껴요. 예를 들어 디지털 노마드로 계약했었던 파리 회사는 4명의 경영진 중 3명이 여자였어요. 독일 회사를 다닐 때도 높은 직군에 있는 여성을 많이 볼 수 있고요. ‘여자 상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직원은 물론 여기에도 있어요. 그래도 독일 회사에서 일할 때 가장 좋은 점은 내가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이에요. 나이, 성별 불문하고요. 물론 아시아인으로서 겪는 제약과 유리천장은 분명하게 존재해요. 승진 심사에서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되는 걸 이미 너무 많이 겪었으니까요.”

 

앞으로 선정은 유럽의 어디에서, 어떤 삶을 꾸리고 싶을까.

 

“몇 년이 될지 모르지만 당분간 회사에 있을 예정입니다. 회사에서 성장할 수 있다면, 무엇보다 고위직으로 갈 수 있다면 회사에서 일하고 싶어요. 만약 그게 아니라면 제 사업을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현재 하고 있는 해외코칭 일도 더 키워보고 싶고요.”

 

선정은 향후 거주지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프랑스인 파트너와 바람대로 프랑스 남부를 가게 될지 스페인으로 다시 가서 일하게 될지, 아니면 베를린에 계속 살게 될지 말이다. 어딜 가나 거주 연장을 위한 비자를 취득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각종 서류 작업을 매번 해야 하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그 지겹고 고된 일을 또 하면서 선정은 당분간 유럽에서 꿈을 계속 키워나갈 계획이다.

 

▲ 이주자의 도시라 불리는 베를린에는 행복을 찾아 온 많은 이들이 살고 있다.     ©촬영: 채혜원

 

스페인, 프랑스, 독일에서 이어지고 있는 선정의 삶을 관통하고 있는 키워드는 ‘행복’이다. 그의 삶에서는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나 자신이 행복한지,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행복을 느끼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선정을 비롯한 많은 여성에게 ‘행복’이 중요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독일에 살면서 다양한 세대의 한국 여성을 많이 만날 수 있었는데, 대게 그들은 하던 일을 그만두거나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 유럽으로 떠나온 상태였다. 그런 그들에게 공통으로 들은 말이 있다.

 

“어느 날 저를 들여다보니 행복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우선 여행을 떠나왔어요. 다시 행복해지기 위해 여기서 혹은 돌아가서 새로운 열쇠를 찾을 거예요.”

 

선정과 같이 많은 한국 여성에게 변화가 일고 있음을 본다. 우리는 이제 행복해지고 싶어 하고, 행복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안정된 직장과 안락한 보금자리를 모두 버리고 빈손으로 독일로 떠나온 2016년의 내 모습처럼.

 

오늘도 행복을 찾아 한국에서, 유럽에서, 또 다른 어딘가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모든 여성을 응원한다.

 


[여전히 견고한 독일의 유리천장]

 

독일 여성들이 느끼는 유리천장은 여전히 견고하다. 독일과 스웨덴에 본사를 둔 올브라이트 재단(AllBright Stiftung) 자료에 따르면, 독일 기업의 여성 경영이사진 비율은 8%에 그쳤다. 낮은 비율이지만 이는 1년 전에 비해 0.7%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여전히 160개에 이르는 독일 상장 회사 중 105개 회사는 경영이사회에 여성이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 나라별 30대 대기업 여성 고위직 비율 이미지     © 올브라이트 재단

 

독일 기업 이사회는 한국과 달리 감독이사회와 경영이사회로 나뉘는데, 경영이사회와 달리 감독이사회의 여성 비율은 30.7%로 증가했다. 이는 2016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기업 내 여성 관리직 30% 할당제’가 큰 역할을 했다. 독일 대기업의 여성 관리직 비율도 30.9%로 증가했으며, 할당제가 시행되기 전인 2015년에 비해 약 9% 증가했다.

 

독일 리서치기관 ‘Bürgel’ 자료에 따르면, 회사 규모에 따라 여성 관리직 비율은 차이를 보인다. 직원 수가 10명 이하인 소기업에서는 여성 관리직 비율이 26.1%지만 101~500명 직원 규모 회사에서는 12.1%로 떨어진다. 이에 비해 직원이 5백 명 이상인 회사의 여성 관리직 비율은 13.4%로 조금 높으며, 직원 수가 1만 명 이상인 대기업의 경우 관리직 여성 비율은 16.8%다.

 

올브라이트 재단 비프케 이사는 “독일처럼 경영이사회에 여성 비율이 낮은 것은 스웨덴이나 미국 등에서는 상상할 수 없다”며, “남성만으로 구성된 이사진은 더이상 사회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올브라이트 보고서 연구 대상 국가 중 30대 대기업의 여성 고위직 비율을 분석했을 때에는 미국이 24.8%로 가장 높았고, 이어 스웨덴(24.1%), 영국(20.1%), 폴란드(15.5%), 프랑스(14.5%) 순으로 조사됐다. 독일은 12.1%로 가장 낮았다.


 

※ 필자 소개: 채혜원. 독일 베를린 거주. 한국에서 우먼타임스, 여성신문 기자와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에서 전문직 공무원으로 일했다. ‘젠더’ 영역에 대한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독일로 이주, 국제 페미니스트 그룹 ‘International Women Space’ 멤버로 활동하며 유럽 페미니즘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chaelee.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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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톰 2020/02/15 [01:05] 수정 | 삭제
  • 우연히 검색하다가 좋은 기사 읽고 갑니다. 유럽에서도 일을 해보고 한국에서도 일을 해본 입장에서 저는 유럽에서의 인종차별이 한국에서의 여성차별보다 훨씬 더 견딜만하다는 판단에서 다시 해외행 준비중입니다. 이번엔 자리잡고 살 나의 땅을 찾을 마음으로요. 많은 여성분들 응원합니다. ^^
  • ㅇㅇ 2019/09/17 [14:39] 수정 | 삭제
  • 길은 어디로든 통한다는 얘기를 겪어보니 알겠더라구요. ^^ 연재 기대됩니다..
  • 나리 2019/09/13 [19:33] 수정 | 삭제
  • 흐트러졌다가는 한순간에 무일푼 ㅋㅋ 완전 공감이 가는 말입니다
  • kiki 2019/09/13 [09:32] 수정 | 삭제
  • 내가 알기로도 독일이 유럽에서 성별 격차가 큰 가부장적인 나라라고 들었는데 통계를 보니까 여전하네요. 그러나 헬조선 여성이 체감하기엔 여자선배들이 훨씬 많이 눈에 띤다고 얘기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한 대한민국 현실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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