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에 지하철에서 발생한 강간…두 ‘미도스지 사건’

성폭력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결의가 필요한 때

다카미 요코 | 기사입력 2020/11/12 [19:43]

대낮에 지하철에서 발생한 강간…두 ‘미도스지 사건’

성폭력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결의가 필요한 때

다카미 요코 | 입력 : 2020/11/12 [19:43]

올해 1월, 일본 오사카에서 강제성교 등의 죄로 한 남성이 체포되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사건이 일어난 것은 작년 6월의 일이다. 오사카시의 지하철 미도스지(御堂筋)선 나카츠역 플랫폼에서, 대낮에, 10대 여성이 남성에게 강제성교를 당했다.

 

[*2019년 오사카 미도스지 사건과 그 재판: 2019년 6월 23일 오후 3시경에 오사카 메트로 미도스지선 차 안에서 10대 후반 여성이 42세 남성에 의해 신체접촉을 당하고, 나카츠역에서 내리도록 강요당한 후, 역 홈에서 강제성교를 당했다. 10월에 강제성교 등 죄로 체포, 검찰에 송치된 용의자에게는 여죄가 있었다. 해당 사건 외에도 강제추행 3건과 민폐방지 조례위반 1건을 저지른 바 있었다.

 

올해 1월 27일에 오사카 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 후에, 처음으로 용의자를 체포했다는 발표가 있었고 언론을 통해 이 사건이 알려졌다. 4월 16일 법원의 판결은 징역 8년(검찰 구형은 징역 9년)의 실형. 법원은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이 매우 심각하며, 형사책임은 중대하다고 보았다. 재판정에는 일본 여성들이 피해자를 지지하며 방청연대를 가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일본의 많은 여성들에게 1988년 11월에 일어난 소위 ‘미도스지 사건’(지하철 안에서 성추행을 하는 두 남성에게 여성이 주의를 주자, 그녀를 강제로 하차시켜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장소로 끌고 가 강간한 사건)을 연상시키며 분노에 떨게 했다. 

 

▲ 작년 6월, 오사카 지하철 미도스지선 한 플랫폼에서 발생한 강제성교 등 범죄 사건은 1988년 일본을 떠들썩하게 했던 ‘미도스지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사진 출처: pixabay)   

 

1980년대부터 오사카에서 성폭력 등 여성에 대한 폭력 근절을 요구하며 피해자 지원 등의 활동을 해온 ‘위민즈 센터 오사카’(women's center osaka)의 다카미 요코 씨의 글을 싣는다. [편집자 주]

 

“도와줘요. 치한이에요”

 

“어두운 밤길을 조심하세요. 치한이 있습니다!”라는 내용의 포스터가 동네에 붙어있었다. “어떻게 조심하라는 거야! 치한 행위를 하지 말라고 써야지!” 이렇게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사회는 이상하다. 친구와 식사하고 돌아가는 길에 그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는 1979년 즈음이었다. 항상 이용하던 대중교통 JR 전철 안에서 일어났던 일이 떠올랐다. 나는 항상 앞에서 두 번째 차량 가운데 문 옆에 서서 경치를 바라보다가 종점에서 내린다. 그런 일상에 대해 의심조차 없었는데, 통근과 통학으로 만원인 전철에서 사람들의 움직임이 일그러지는 게 보였다.

 

세 번째 차량에서 한 여성이 고개를 숙이고 전철에 가득 찬 사람들을 조용하게, 하지만 힘차게 가르며 내 옆까지 왔다. 고등학생이네, 생각하며 얼굴을 보았는데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울상이던 학생이 눈물을 쏟으며 내 어깨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도와줘요. 치한. 뒤에 있는 사람, 검은 옷.”

 

그녀 바로 뒤에 있는 남자가 내 눈길을 피하는데 손은 그녀의 교복 속에 있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남자의 발을 밟고 오른손을 잡아 올리며 “치한이에요!” 큰 소리로 외쳤다.

 

전철이 종착역에 멈추기 직전이었기 때문에 한 승객이 그 남자의 옷을 붙잡고서 홈에 있던 역무원에게 신고해줬다. 역무원이 가해자와 그녀를 역사 2층에 있는 방으로 데려가며 경찰이 올 거라고 전했다. 하지만 그녀의 손은 떨렸고 잡은 내 손을 놓지 않았다. 역무원도 나에게 “같이 있어주세요”라고 하기에, 곁에 있었다.

 

출근 전이었지만, 금세 끝날 거라고 생각했다. 현실은 풀려나기까지 8시간 이상 걸렸고, 다음날 회사 상사로부터 질책을 당해야 했다.

 

성폭력 피해에 무관심한 사람들

 

하지만, 그때 겁에 질린 그녀를 두고 내가 출근을 할 수 있었을까? 역무원도, 경찰도, 성추행 가해자도 남성. 피해자의 모습을 보니 아무래도 내가 곁에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녀 역시 내 손을 쥐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옆에 앉아서 내가 본 대로 역무원과 경찰에게 이야기했다.

 

▲ ‘위민즈 센터 오사카’(women's center osaka)에서 활동하는 필자 다카미 요코 씨.  ©페민 제공

 

가해자는 “치한” 상습범으로, 제3의 증언자도 있어서 체포되었다. 그는 나를 노려보며 ‘네가 붙잡지 않았으면 난 잡히지 않았을 거야’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순간, 그가 내 얼굴을 기억할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느꼈다.

 

피해자는 그날 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자신이 얼마나 그 남자에게서 풀려나려고 저항했는지, 가해자가 언제부터 어떤 식으로 자신의 몸을 만졌고, 자신은 어떻게 저항했으며, 왜 큰 소리를 내지 않았는지, 조서 작성을 위해 남성 경찰관에게 계속 이야기했다. 애초에 피해를 당한 사람이 얼마나 저항했는지 등을 입증해야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녀는 이번만이 아니라 때때로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다고 했다. 다른 차량에 타거나, 다른 시간대에 타보기도 했지만, 피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녀는 시종일관 고개를 숙인 채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그날은 치한을 피해 전철에서 내리려고 했지만, 다음 전철을 타면 학교에 지각하게 되기 때문에 만원 전철 안에서 인파를 가르며 “도와주세요”라고 말하면서 다음 칸으로 옮겼다고 한다.

 

만원 전철 안에 있던 사람들은 그녀의 “도와주세요”란 요청을 듣지 못한 것일까? 주변에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는데…. 성추행을 당하는 여성을 못 본 척하는 한 명 한 명의 무관심이 성폭력 피해에 무관심한 일본 사회를 보는 것 같다. 누군가의 정의, 한 명의 선의만으로는 성폭력 범죄는 없어지지 않는다.

 

두 개의 ‘미도스지 사건’을 마주하며

 

1988년에 ‘미도스지 사건’이 일어났고, 일본 각지에서 여성들이 분노를 표하며 들고 일어났다. 여성들의 항의와 대책 마련 요구가 이어지자, “치한은 범죄행위입니다!”라는 열차 내 방송이 흘러나오게 되었다. 

 

▲ 1988년 발생한 ‘미도스지 사건’에 분노한 일본 여성들이 사회적 목소리를 제기했다. 이를 계기로 “치한은 범죄행위입니다”라는 안내방송과 함께 포스터가 게재되었다.   ©페민 제공


아마도 그때 “그래! 맞는 말이야!”하고 감동했던 여성이 많을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를 단속하기 위한 순찰과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철도회사의 대응에 그치지 않고, 직접적으로 성추행 가해자를 향한 방송이었기 때문이다. 여성이 “스스로를 지키지 못한 것”(치한 조심하세요!)이 아니라, “나는 성범죄 피해를 당했다”(치한은 범죄행위입니다!)고 말할 수 있게 된 것이기도 하다. “치한은 범죄입니다”라는 포스터도 1994년부터 부착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2019년 또다시 일어나고야 만 오사카 지하철 미도스지선 나카츠역 홈에서의 강제성교 등의 범죄 사건. 홈에 역무원이 있었다면 막을 수 있었을까? 지하철 인원 삭감의 폐해도 있겠지만, 역무원이 없는 장소에서는 또 피해가 일어날지 모른다. 여성전용칸이 이런 일을 예방할 수 있을까? 이미 여성전용칸이 있지만, 피해자는 차량에서 내려 나카츠역 홈에서 피해를 당했다.

 

지금 한 명 한 명이, 사회 전체가 성폭력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해야 할 때다.

 

[“허락 없이 만지지 마” 위민즈 센터 오사카는 어떤 곳?]

 

1984년에 ‘위민즈 센터 오사카’의 전신인 ‘여자를 위한 클리닉 준비회’가 만들어졌다. 여성에게 성의 있는 설명을 해주지 않고, 진정한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일어나는 의료행위에 항의하는 움직임이었다. 특히, 성폭력 피해 직후의 진찰에서 산부인과 의사의 말과 태도가 피해자에게 큰 상처를 준다는 목소리가 제기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위민즈 센터에 모인 여성들은 가정폭력 피해자로서 남편과의 관계 속에서 성적 행위를 강요당한 경험과, 과거에 겪은 강간 피해를 서로 이야기하는 가운데 “내 몸은 나의 것, 내 허락 없이는 누구도 만질 수 없다”는 생각을 굳혔다.

 

이후, 서로 나이와 생활 영역이 달라도 자신의 몸과 성에 얽힌 불안과 경험, 고민, 사회 속에서 살아가면서 느끼는 팍팍함을 솔직하게 나누고, 문제점을 사회에 제기하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전국에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구제센터를 만드는 활동을 해왔고, 지금까지 47개 도도부현에 구제센터가 실제로 설치되었다.

 

‘미도스지 사건’과 같은 성폭력 범죄에 대응해야 하는 것은 철도회사와 경찰, 의료기관뿐 아니다. 각자의 장소에서 고통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들이 안심할 수 있고 안전한 생활을 할 수 있게 국가가 어떻게 보장할지를 고민하는 것은 정치가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위민즈 센터 오사카’에서는 올 5월, 관계 부처와 여성의원들에게 성폭력 피해자 지원에 관한 요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 기사는 <일다>와 기사 제휴하고 있는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의 보도입니다. 고주영 님이 번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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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신들 2021/03/02 [22:52] 수정 | 삭제
  • 진짜 범죄를 안 당해봐서 더듬는 정도로 호들갑 떠는거임. 대림동에서 칼침 맞고 인천에서 복합골절 나올때까지 집단구타 당해봐야 엉덩이 더듬는건 좆도 아니었구나 깨닳음. 잡기도 애매하고 증거도 없는 치한잡느라 인력 소비하느니 살인하고 마약 유통하는 새끼들 잡는데 하나라도 더 보태는게 맞음. 여성계 정치인들 권력잡으려고 계속 헛소리 해대는데, 결국 저런년들 뽑으면 나라 말아먹고 더 강간률 높아지는게 팩트.
  • 제리 2020/11/13 [12:44] 수정 | 삭제
  • 지하철 내 대부분의 시민들이 다 피해자의 편에 서줄 거라는 인식이 있다면, 확실히 가해도 예방되고 피해자의 피해도 최소화될 수 있겠죠. 성폭력을 가볍게 여기거나 피해를 무시하는 사회라는 진단이 맞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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