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바라는 장애인이 되려다간 권리 다 빼앗겨’

장애여성 승차 거부 사태와 온라인 비방이 보여주는 것

가시와라 토키코 | 기사입력 2021/09/06 [10:01]

‘세상이 바라는 장애인이 되려다간 권리 다 빼앗겨’

장애여성 승차 거부 사태와 온라인 비방이 보여주는 것

가시와라 토키코 | 입력 : 2021/09/06 [10:01]

올 4월, 휠체어를 타는 칼럼니스트 이제나 나츠코 씨는 자녀, 활동지원인 등 총 다섯 명이 함께 시즈오카현 아타미시에 있는 기노미야 신사까지 여행 일정을 짰다. JR(Japan Railways, 일본철도)을 이용하여 오다와라역-> 아타미역-> 기노미야역의 경로를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데 승차 희망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JR 오다와라역에서, 역무원이 “기노미야역에는 계단밖에 없으니 안내할 수 없다. 아타미역까지만 가도 괜찮겠냐?”고 물었다. 원래 계획대로 기노미야역에서 내리고 싶다는 뜻을 다시 비추자, 역무원은 “아타미역까지. 그 다음은 알아서”라고 말했다. 이제나 씨는 장애인차별해소법 상의 ‘합리적 배려’를 근거로 역무원을 3~4인 불러달라고 했지만, 불가능하다고 하여 1시간 정도를 허비해버렸다.

 

결과적으로는 이제나 씨가 일단 아타미역까지 가자, 네 명의 역무원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종착역인 기노미야역에 도착했을 때는, 역무원이 전동휠체어를 나르고 이제나 씨는 활동지원인에게 안겨 내릴 수 있었다. 당시 역무원은 “이번에는 특별히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이제나 씨는 자신이 겪은 일을 블로그에 게시하며, 장애인의 이동권 문제에 대해 상기시키고자 했다. 그러나 “제멋대로다”, “감사할 줄 모른다”, “방식이 잘못됐다” 등 장애인 당사자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로부터 악플이 쇄도했다. (이제나 나츠코 씨 인터뷰 기사: https://ildaro.com/9139)

 

이제나 나츠코 씨가 겪은 JR의 승차 거부와 그 후의 온라인 비방. 여기에서 보이는 현실은 무엇이며,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인가 짚어보려고 한다. 사이타마현 지역에서 자립생활을 하는 장애인들을 지원하는 ‘무지개모임’의 가노 토모에 씨와 하토미 타쿠나리 씨에게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리고 오랫동안 장애인 당사자의 탈시설 운동을 해온 마츠나미 메구미 씨의 기고를 받았다. 또한 온라인 상의 인권침해 문제를 다루는 미야시타 모에 변호사의 의견도 싣는다.

 

▲ “내리고 싶은 역에서 내릴 수 없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중증장애인의 탈시설을 모토로 건 ‘무지개모임’에서 활동하는 가노 토모에 사무국장(좌), 하토미 타쿠나리 씨.


무인화되는 역, 목소리 내지 않으면 권리를 빼앗긴다

 

“내리고 싶은 역에서 내릴 수 없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이제나 씨는 그 말을 했을 뿐이죠.”

 

이렇게 말한 사람은 ‘제아무리 중증 장애가 있어도 시설이 아니라 지역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이 당연하다’를 모토로 활동하고 있는 사이타마시의 장애인단체 ‘무지개모임’ 사무국장으로, 휠체어를 사용하는 가노 토모에 씨(45)다.

 

“언젠가부터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은 사전연락을 달라’는 종이가 붙어 있더라고요. 왜 장애인만 역에 사전연락을 해야 하죠? 타고 싶을 때 타고, 내리고 싶을 때 내리는 것이 인정되지 않다니, 말도 안 되죠.”(가노 토모에 씨)

 

같은 모임의 휠체어 사용자인 하토미 타쿠나리 씨(37)는 2019년, 도쿄 이케부쿠로역에서 30분 걸리는 집 근처 JR 사이쿄선 미나미요노역으로 가려고 한다고 역무원에게 말했을 때, 점심시간이라 미나미요노역에 역무원이 없기 때문에 1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휠체어가 무거워서 역무원이 경사로를 깔아줍니다. 그전에도 내릴 역에 연락이 닿지 않으면 태워주지 않아서 불편한 점이 많았지만, 1시간 기다리라는 얘기는 또 처음 들었어요.”(하토미 타쿠나리 씨)

 

‘무지개모임’ 구성원들이 평상시에 이용하는 역에 대해 조사해보았더니, 6개 역 중에서 4개 역에 역무원이 없는 시간이 있었다. 미나미요노역은 오전 약 2.5시간, 오후 4시간, 밤 2시간 동안 역무원이 없었다. 미나미요노역의 하루 이용자 수는 1만9천 명(2019년)으로 비교적 큰 역이다.

 

역의 무인화 추세는 사이타마현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영 적자 등을 이유로 일본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문제다. 2019년도 국토교통성의 조사에 따르면, 무인역은 전체 역의 48.2%에 달한다. 무지개모임에서 2020년 2월에 JR동일본과 사이타마시 측에 공공 교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라는 요청서를 제출했지만, 개선의 기미는 없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장애인단체 등과 함께 무인역 이용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작성 중이라고 밝혔지만, 작년 오이타현에서는 장애인 당사자 등이 무인화 방침에 대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 JR(일본철도) 역무원에게 ‘승차 거부’의 말을 들은 이제나 나츠코 씨는 장애인도 당연히 권리로서 보장된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 높인다. 사진은 미나미요노역 모습. (페민 제공)


한편, 이제나 나츠코 씨를 향한 온라인 비방에 대해 가노 씨는 이렇게 지적했다. “장애인 주제에 의견을 말하다니 건방지다, 라고 말하고 싶은 거겠죠. 이걸 용인하면 다음은 여자 주제에, 외국인 주제에, 이렇게 점점 넓어질 겁니다. 세상이 바라는 ‘분별 있는 장애인’이 되어버리면 권리는 눈 깜짝할 새에 빼앗기고 맙니다.”

 

하토미 씨도 “함께 이제나 씨를 비방하는 장애인들은 스스로 ‘분별 있는 장애인’이 되어 어떻게 하려고 저러나 하는 의문이 듭니다”라고 꼬집었다.

 

마츠나미 메구미 기고글: ‘합리적 배려’는 철도의 의무다

 

장애인들은 역에 계단밖에 없던 시대에 일부러 거리로 나가 역무원에게 도움을 요청해 전철에 오르면서 엘리베이터의 필요성을 호소해왔다. 장애인 당사자들 중심으로 한 운동의 결과, 배리어프리(barrier-free: 고령자나 장애인과 같이 사회적 약자들이 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물리적, 심리적 장벽을 허무는 것을 뜻함)가 조금씩 진척되어 왔지만, 지금도 배리어는 남아있다. 그것을 메꾸는 것이 일본에서 2016년부터 시행된 장애인차별해소법이다.

 

해소법은 배리어 때문에 ‘평등할 권리’(예를 들어 교통수단을 이용할 권리)가 지켜지지 않을 때, 단 한 명이라도 ‘배리어 제거’를 요구할 수 있도록 돕는 법률이다. 대화와 합의를 형성하여 배리어를 배제하는 것을 ‘합리적 배려’라고 한다. 사업자에게도 ‘합리적 배려’를 제공할 것이 의무화되었지만, 그러한 사실조차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을 이번 사건을 겪으며 사무치게 깨닫게 되었다. 오다와라역에서 역무원이 이제나 씨에게 한 말은 명백한 법 위반이다.

 

이제나 씨는 결과적으로 종착역에서 내릴 수 있었지만, 이것은 철도회사가 ‘합리적 배려’를 했을 뿐 ‘특별 대우’한 것이 아니다. 더구나 역무원의 “이번만 특별히” 발언은 “다음에 오는 사람에게는 합리적 배려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나 다름 없다.

 

또한, 이제나 씨가 ‘사전연락’을 하지 않았다고 질타를 당했지만, 일찌감치 역에 와서 준비를 요청한 것으로 이미 충분하다.

 

누구든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다. 아직도 존재하는 배리어를 메꾸는 것이 장애인차별해소법인데, 이를 역무원에게 철저하게 주지시키지 않고 장애가 있는 승객이 꾸역꾸역 참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의 모습인 것이다. 그것을 지적하고 개선하고자 목소리를 낸 것이 이제나 씨다.

 

▲ 대학 강사이자 오랫동안 장애인 탈시설 운동을 해온 마츠나미 메구미 씨(좌)와 온라인 상의 인권침해 문제를 다루는 미야시타 모에 변호사(우)의 모습.


많은 경우, 여론이 비방하는 타깃은 여성이다. 이제나 씨에게 “장애인 주제에” “여자 주제에”라고 비방하면서, 논리적으로 목소리를 높인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감정이 그 비방의 근저에 있는 것 같다. 분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야시타 모에 변호사: 온라인 공격의 표적이 되는 소수자 여성

 

앰네스티 조사에 따르면 트위터 상의 여성 저널리스트와 여성 정치인에 대한 포스팅 중 비백인 여성이 백인 여성보다 약 34% 더 굴욕적인 언급을 당한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가령 자이니치코리안(재일조선인) 여성, 장애여성, 아이누(소수민족) 여성과 오키나와 여성, 피차별부락 여성 등 복합차별을 당하는 소수자 여성이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이들이 목소리를 내면 온라인상에서 표적이 되는 경향이 있다.

 

온라인상의 비방이 쇄도하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며, 확산의 속도도 빠르지만, 제도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 사업자에게 신고를 해도 삭제 기준은 블랙박스화되어 있고 사업자 중에는 법원이 가처분 결정을 하지 않는 한 삭제하지 않는 곳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피해자의 부담이 너무 크다.

 

‘온라인상의 새로운 거버넌스’라는 관점에서의 법제도가 필요하다. 총무성의 연구회에서도 작년에 있었던 프로레슬러 기무라 하나 씨가 온라인상의 비방에 괴로워하다가 자살한 사건을 계기로, 인터넷 사업자의 자율규제가 논의되고 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야 하는데, 일단 그것을 전제로 온라인상의 인권침해에 대응할 수 있는 특별법도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 인터넷 사업자의 삭제 기준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필요하며, 인권침해 방지를 위한 인식의 확산도 꾀해야 한다.

 

-<일다>와 기사 제휴하고 있는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의 보도입니다. 고주영 님이 번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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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아 2021/09/06 [15:51] 수정 | 삭제
  • 제목이 모든 걸 다 말해주고 있네요.. 배리어프리 사회를 향한 장애인 당사자들의 당당한 목소리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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