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공간을 먹을 수 있는 ‘숲밭’으로 만드는 기후농부들

<여성이 말하는 기후위기>⑤ 기후위기X퍼머컬쳐

소란 | 기사입력 2021/11/01 [10:23]

도시 공간을 먹을 수 있는 ‘숲밭’으로 만드는 기후농부들

<여성이 말하는 기후위기>⑤ 기후위기X퍼머컬쳐

소란 | 입력 : 2021/11/01 [10:23]

지난 9월 16일, 여성환경연대에서 주최한 제6회 에코페미니스트들의 컨퍼런스가 ‘여성X기후위기’를 주제로 열렸다. 서울시 성평등기금 지원을 받아 진행된 이 행사에서, 기후위기 시대에 대안을 찾고 실천하는 5명의 여성들이 강의한 내용을 연속 기고를 통해 소개한다. [편집자 주]

 

기후농부는 땅을 갈지 않는다

 

인류는 농경을 시작하면서 많은 먹거리를 대량 생산하고 정착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출산을 하여 노동력을 재생산하고 아이와 노인 등을 돌보는 일을 전담하게 된 여성들은 경운처럼 강력한 육체노동에 적합하지 않다 여겨져 생산 노동과 분리되기 시작했다. 수렵·채취 사회보다 농경사회에서 가부장제가 강화된 배경이다.

 

지금도 농사라고 하면 당연히 땅을 갈아야 많은 생산물이 생긴다고들 생각한다. 매년 4월이면 지구는 가장 높은 이산화탄소 배출률을 보이는데, 이는 바로 인간이 매년 대량 생산을 위해 땅을 갈기 때문이다.

 

▲ 소란 은평전환마을 대표는 모든 땅에 퍼머컬처 알박기를 하기 위해 곳곳에 퍼머컬처 실현지를 만들고 있다.

 

9월 16일은 세계 오존층의 날이었다. 현재 인류의 문명으로 이산화탄소가 과잉 배출되고 있고, 그로 인해 지구의 오존층은 심각하게 파괴되고 있다. 많은 과학자들이 전기차나 수소차,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면 지구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하는데, 이 방법은 앞으로 발생될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는 있지만 이미 배출된 탄소를 줄일 수는 없다. 그런데, 이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땅속에 탄소를 가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땅을 살려야 한다. 땅을 살리기 위해서는 경운을 하면 안 된다. 땅을 갈지 않고 미생물이 살아있는 흙에는 지금 지구에 과잉 배출된 탄소의 1/3을 다시 가둘 수가 있다. ‘경운을 안 하면 뭐가 자라냐’는 질문이 떠오르겠지만, 땅을 갈지 않아도 아주 잘 자란다.

 

실제로 농사를 지을 때 땅을 갈지 않으면 땅속의 미생물이 증가하고 땅의 뿌리들이 발달하면서 스스로 땅이 작물을 먹여 살리고 땅을 비옥하게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탄소는 땅속에서 계속 축적이 되면서 지구에 과잉 방출된 탄소를 계속해서 줄이게 된다. 특히 다년생의 먹거리와 나무를 기르면 먹거리를 생산하면서도 탄소 저장률은 해마다 더 증가한다.

 

도시에 살면서도 기후농부가 될 수 있을까? ‘숲밭’ 만들기

 

은평전환마을의 사람들은 탄소를 땅속에 가두기 위해 퍼머컬처 농법을 사용한다. 퍼머컬쳐(Permaculture)란 영속적이라는 의미의 Permanent와 농업을 뜻하는 Agriculture의 합성어로, 지속가능한 농업을 꿈꾸는 농법이자 운동이며 삶의 방식을 의미한다.

 

▲ 지난 8월 은평 기후농부들이 퍼머컬처 텃밭에서 지은 작물들을 수확해 선물꾸러미를 만들어 보물찾기 형식으로 지역주민들과 나누었다. (출처: 서울농부포털)

 

많은 과학자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모든 농지를 다시 퍼머컬처 방식으로, 땅을 살리는 방식을 택한다면 지금 이 기후위기를 막아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도시에 살면서도 기후농부가 될 수 있을까? 방법이 있다!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공간을 먹을 수 있는 경관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를 숲밭, 포레스트 가드닝(Forest Gardening)이라고 한다.

 

산은 물을 주거나 퇴비를 주지 않아도 알아서 잘 자라고, 산에 있는 많은 생명들은 다른 생명들까지 먹여 살린다. 그리고 많은 산소를 배출하고, 탄소를 가둔다. 이런 공간을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 바로 옆에 만들자는 것이다.

 

도로 주변, 공원, 학교 같은 공유지, 이런 공간을 다 먹을 수 있는 ‘숲밭’으로 만든다면 먹거리도 자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금 기후위기에 문제가 되는 여러 가지 환경들도 개선할 수 있다.

 

로컬푸드 채식식당에서 도시락 배달을 하며

 

전환마을은평은 ‘밥풀꽃’이라는 로컬푸드 식당을 2014년 11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지역에서 생산한 먹거리로 도시에서도 자급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시작한 식당이다. 밥풀꽃은 누가 어디에서 생산해서 누가 요리하는 먹거리인지 알 수 있는 식당이다.

 

▲ 전환마을은평의 부엌 <밥풀꽃> (여성환경연대 제공)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감염병에 대한 인간의 책임을 느끼고 채식식당으로 전환했다. 그런데 코로나 시국이 장기화됨에 따라 궁리 끝에 도시락 장사로 확장했다. 일회용 쓰레기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 배달하고 이후 도시락을 받아오는 형태로 사업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도시락을 받는 분들의 사정도 알게 되고, 특히 돌봄이 필요한 분들을 알게 되었다.

 

전환마을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자연에너지 사용이나 생태적 전환을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지만, 사실 우리가 진짜로 하려는 것은 바로 ‘관계를 전환하는 일’이다. 기후위기는 각자도생하는 각자의 문제를 더 가속시킨다. 위기를 혼자서 극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취약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 많이 소유하고 소비할 능력이 돼야 기후위기를 대비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기후위기는 서로 연결하고 돌보는 일이 상식이 될 때 해결될 수 있다. 사람을 돌보고 지구를 돌보고 공정하게 분배한다는 것이 전 세계 만여 개 전환마을의 목표이다. 각자도생이 아니라 서로 돌보는 것, 끊어진 관계들을 재연결하는 작업이 바로 지구의 전환마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 세계 오존층의 날이었던 9월 16일, 여성환경연대에서 주최한 제6회 에코페미니스트들의 컨퍼런스 ‘여성X기후위기’에서 소란 전환마을은평 대표가 땅을 갈지 않는 퍼머컬쳐에 대해 발표하는 모습. (출처: 여성환경연대)

 

전세계 만여 개 전환마을의 목표는 ‘관계의 전환’

 

2021년 오늘을 우리는 살고 있다. 2030년에도 우리는 대부분 살아있을 것이다. 과학자들은 2030년 안에 지구 온도가 1.5℃ 상승하고, 1.5℃가 오르면 기후위기가 굉장히 가속화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다시 말하면 지금 인류는 엄청난 과제를 안고 있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들이 우리라는 이야기이다. 우리가 앞으로 10년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서 이 지구가 달라질 것이다.

 

이제 다른 문명의 대전환을 만들어야 한다. 서로 돌보고 자연과 재연결하는 그런 사람들이 신인류로서 태어나야 한다. 스스로가 타고난 활기를 되찾고, 서로를 돌보며, 세상을 치유하는 과정에 참여하고, 또 이런 결심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에코페미니스트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10년 동안 지구에 새로운 문명을 만드는 길에 더 많은 사람들이 결심하고 동참해주길 바란다.

 

[필자 소개] 소란(유희정) 전환마을은평 대표. 퍼머컬처학교, 잡초라도 충분한 풀학교, 숲밭디자인학교 등 생태적 전환 다단계사업을 펼치고 있다. 풀 뜯어 먹을 때 가장 행복을 느끼며 전국의 모든 풀을 먹어보고 모든 땅에 퍼머컬처 알박기를 하기 위해 곳곳에 퍼머컬처 실현지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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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O 2021/11/02 [12:09] 수정 | 삭제
  • 아 진짜 공터에 감자 심어서 캐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게 기후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였다니 기쁩니다! 숲밭 운동이 널리 퍼졌으면 좋겠어요
  • J 2021/11/01 [23:23] 수정 | 삭제
  •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해 가고 있어요. 그런데 실천하고 적응하는 속도보다 지구가 더 빨리 나빠지는 것 같아 마음이 조급합니다. 아휴. 많은 사람들이 지역 먹거리와 자연 파괴, 과도한 생산과 소비에 관심을 가져야 해요.
  • 두리안 2021/11/01 [11:58] 수정 | 삭제
  • 전환마을에 나도 살고 싶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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