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대의 록스타는 she/he 아닌 they라 불리길 원한다

[페미니즘으로 다시 듣기] 퀴어 아이콘으로 떠오른 ‘킹 프린세스’

블럭 | 기사입력 2022/03/03 [18:15]

새 시대의 록스타는 she/he 아닌 they라 불리길 원한다

[페미니즘으로 다시 듣기] 퀴어 아이콘으로 떠오른 ‘킹 프린세스’

블럭 | 입력 : 2022/03/03 [18:15]

킹 프린세스(King Princess)는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Spotify) 내 월 청취자만 350만 명이 넘고, 20대 초반의 나이에 벌써 새 시대를 대표하는 록스타로 꼽히고 있다. 2018년 발매한 첫 싱글 “1950”은 미국에서만 백만 장이 팔렸다. 첫 정규 앨범 [Cheap Queen]은 타임지 선정 2019년의 앨범 8위, USA 투데이 선정 2019년의 앨범 2위 등 아홉 개 매체 연말결산에 이름을 올렸다. 당연히 빌보드 차트에도 올랐고, 새로운 문화를 이끄는 아이콘으로 미국에서 급부상 중이다.

 

▲ 킹 프린세스(King Princess)가 2018년 발매한 첫 싱글 “1950” 커버

 

킹 프린세스는 미국 내 최고의 프로듀서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마크 론슨(Mark Ronson)이 자신의 레이블에 가장 처음 영입한 음악가이기도 하다. 뉴욕 타임즈에 따르면 마크 론슨이 그를 만났을 때, 그는 이미 곡을 만드는 데 있어 높은 수준의 지식을 지니고 있었다고 한다.(레코딩 엔지니어였던 아버지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이기도 하다.)

 

그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성 정체성에 관한 부분이 빠질 수 없지만, 그는 정체성으로 규격화되거나 대상화되는 관념을 온몸으로 깨트린다. 그의 음악은 정체성이나 비주얼, 혹은 퍼포먼스만으로 부각되는 것이 아니다. 킹 프린세스의 음악은 과거의 록 음악부터 가장 최근의 유행까지 흡수하고 있다. 올드한 스타일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면서 록스타의 의미를 전복시키는가 하면, 세련된 표현을 통해 음악적 역량을 증명하기도 한다.

 

킹 프린세스는 스스로를 젠더퀴어, 레즈비언, 드랙 퀸으로 이야기한다. 뉴욕 타임즈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사실 여성도 아니고, 여성이었던 적도 없고, 드랙 퀸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더블유 매거진 인터뷰에서는 “49퍼센트의 시간 정도는 내 가슴을 사랑한다. 하지만 난 완전히 여성은 아니다. 나는 젠더 스펙트럼의 한 가운데 있고, 그건 매일 바뀌며, 내가 결정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인터뷰에서는 “드랙(Drag)은 내 퀴어함의 연장선에 불과하다. 드랙을 통해 나 자신에 대해 편안함을 느끼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의 이야기를 듣거나 그의 작품을 보고 듣다 보면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은 이미 킹 프린세스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중이다.

 

*King Princess – “1950” M/V https://youtube.com/watch?v=LNxWTS25Tbk

 

가사에는 그의 정체성이 있는 그대로 드러나 있다. “1950”은 영화 <캐롤>의 원작 소설인 『소금의 값』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곡인데, 이 곡을 발표할 때만 해도 자신의 정체성을 이토록 전면으로 드러낼 의사는 없었다. GQ 인터뷰에 따르면 그저 자신의 관계에서 오는 슬픔을 표현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한다.

 

▲ 킹 프린세스(King Princess)가 2019년 발매한 첫 정규 앨범 [Cheap Queen] 커버

 

하지만 “Pussy Is God”에서는 당당하게 자신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 들었고, “Cheap Queen”은 드랙 커뮤니티를 위한 헌정사라고 밝혔다. 그렇게 첫 정규 앨범 [Cheap Queen](2019)은 완성되었다. 앨범은 전체가 성적인 정체성을 드러내는 공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계에서 오는 여러 이야기와 감정을 풀어내며 퀴어의 연애 서사를 썼다.

 

이미 “1950”을 썼을 때부터 영국의 음악 매체 <라인 오브 베스트 핏> 인터뷰에서 그는 “퀴어의 사랑은 긴 시간 동안 오직 사적으로만 존재할 수 있었고, 암호화된 예술 형태를 통해 사회에서 표현되었다. 나는 이 곡을 내 인생의 짝사랑 이야기로 썼고, 역사의 그런 부분을 인정하고 (퀴어 예술가들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퀴어의 사랑은 투쟁의 연속이었으며, 이렇게 예술의 형태로, 공적인 영역에서 표현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킹 프린세스는 이를 온몸으로 표현하며 즐기는 중이다.

 

난 가끔 좋은 사람일 수도 있고, 난 싸구려 왕비야.

난 네가 원하는 것이 될 수도 있고, 난 가끔 나쁜 사람일수도 있지.

-Cheap Queen 중에서

 

*King Princess – “Cheap Queen” M/V https://youtube.com/watch?v=IYyjiP4O00Y

 

자기야, 날 볼 때 무릎을 꿇어

난 빌어먹을 여왕처럼 차려 입었는데 넌 부탁하지, “제발”

나는 부드러운 혀로 다스리고, 내 드레스는 풀렸어

-Holy 중에서

 

*King Princess – “Holy” M/V https://youtube.com/watch?v=kOa0kSzdU6o

 

네 음문은 신이야, 너도 알잖아

난 네가 절정에 이르면 정말 귀엽다고 생각해

난 이렇게 좋은 걸 잘했던 적이 없지만, 네가 좋아한다면 시도해 볼 수 있어

-Pussy is God 중에서

 

*King Princess – “Pussy is God” M/V https://youtube.com/watch?v=ZGIkGbs1VEc

 

그는 끊임없이 금기를 깨는 작업을 해왔다. “Pussy Is God”은 제목 그대로 여성이 여성의 성기를 탐하는 내용이다. “Holy”에서는 섹스와 종교, 동성애와 종교라는 금기를 깨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 곡은 마돈나(Madonna)가 “Like a Prayer”를 선보이면서 예수와 관계하는 모습을 담은 뮤직비디오를 발표하며 금기를 깨고자 했던 시도에서 영감을 받았다고도 한다. 누군가는 이러한 표현에 거부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거침없고 과감한 표현 안에는 날카로운 위트와 진심 어린 감정이 공존한다. 때문에 많은 매체들이 공통적으로, 그의 이러한 거친 면모를 방어적인 측면으로 분석하는데, 1998년생 Z세대 킹 프린세스의 음악과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저 자신을 분출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 킹 프린세스(King Princess)의 “Pussy Is God” 커버

 

그는 올해부터 자신을 지칭할 때 대명사로 ‘they/their/them’을 쓰기 시작했다. 영어에서 he/she라는 성별을 지칭하는 대명사로부터도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she를 썼지만, 이제 이분법을 탈피하는 대명사를 적극적으로 쓰는 중이다. 위키피디아에서도 이를 반영했다. 가사에서 화자와 청자는 당연히 “I”와 “You”만 썼다. 킹 프린세스의 가사에서는 he나 she를 쓰는 일이 거의 없다. 성별을 지칭하는 인칭대명사를 쓰지 않는 것은 곧 특정 성별을 대상으로 쓴 곡이 아니게 된다. 자연스럽게 곡을 듣는 사람이 어떤 성별을 지니고 있건, 어떤 성적 정체성을 지니고 있건 사랑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다. 이것은 누군가에게는 배려이고, 누구나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2018년에 BBC가 선정한 2019년의 신인 2위를 차지한 이후로, 그는 마음껏 하고 싶은 음악을 만들면서도 메인스트림 음악 시장에서 당당하게 존재하고 있다. 곡의 도입부에 1938년 반 레즈비언 공익 광고(직장 내 레즈비언을 조심하라)를 조롱하듯 실은 “Cheap Queen”. 바텀 게이들의 앤썸(Anthem)인 “Hit the Back” 등을 통해 퀴어 팝 아이콘이 된 킹 프린세스는 SNS를 통해서도 부지런히 소통하고, 예술가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성장하는 과정도 공유하고 있다. 여전히 보여줄 것이 많은 그이기에 앞으로 음악 시장에서 더욱 많은 역할을 해주리라 기대한다.

 

[참고 자료]

-영국 음악 매체 The Line of Best Fit, “킹 프린세스의 데뷔 싱글 ‘1950’은 짝사랑의 아름다운 탐험이다.”(아멜리아 마허, 2018년 2월 24일)

-미국 보스턴 음악 라디오 WERS, “사랑, 열정, 수용으로 채운 킹 프린세스”(리지 헤인츠, 2019년 1월 30일)

-미국 패션 매거진 W, “팝의 새로운 퀴어 아이돌이 될 수 있는 최대치에 도달한 킹 프린세스”(크리스토퍼 배글리, 2019년 6월 6일)

-뉴욕 문화 매거진 벌처(Vulture), “브루클린 퀴어 왕족 킹 프린세스, 왕좌에 오를 준비가 되다”(이브 발로우, 2019년 9월 9일)

-미국 연예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킹 프린세스의 거침없이 당당한 퀴어니스”(케렌사 카데나스, 2019년 10월 24일)

-미국 음악 매체 노이지(Noisey), “킹 프린세스는 다음 세대를 위한 퀴어 팝 앤썸을 만들고 있다”(에이브리 스톤, 2019년 10월 24일)

-미국 음악 잡지 <롤링 스톤>, “킹 프린세스의 드랙 페르소나와 타이타닉 혈통”(앤지 마르토키오, 2019년 10월 31일)

-미국 인디펜던트 미디어 Bitch, “‘Cheap Queen’을 통해 킹 프린세스는 그녀의 힘을 찾았다”(엘리 샤프, 2019년 12월 13일)

-뉴욕 타임즈, “새로운 시대를 위한 오래된 종류의 록 스타”(리지 굿맨, 2020년 3월 11일)

-영국 GQ 스타일 매거진, “킹 프린세스: 나는 결코 일어나서 드레스를 입고 밖으로 걸어 나갈 수 없었다.”(2020년 3월 29일)

 

[필자 소개] 블럭: 프리랜서 디렉터, 에디터, 칼럼니스트.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국내외 여러 음악에 관하여 국내외 매체에 쓴다. 저서로 『노래하는 페미니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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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04 [14:28] 수정 | 삭제
  • 영미권에서 she나 he 안 쓰고 they를 쓰는 사람들이 많이 늘고 있습니다. 왜 it이 아니라 복수를 쓰는지 궁금했는데, 옛날에도 문학작품들에서 우리처럼(그녀/그남이 아니라 그) they를 단수로 쓰는 경우가 꽤 있었다고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어가 성별을 특정하지 않는 인칭대명사도 있고, 서구권에 비하면 훨씬 성중립적인 표현들이 많아서 그점은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영어권에서의 이런 변화가 재밌고 엄청 반갑더라고요. 킹 프린세스는 이름부터가 성별 이분법을 조롱하는 위트가 느껴져서 기분이 좋아요. 뮤비도 재밌고, 가사를 조금 더 즐기고 싶은데.. 영어를 좀더 잘했으면......
  • мир 2022/03/04 [11:14] 수정 | 삭제
  • 음악이 너무 좋아서 놀랐어요. 킹 프린세스를 왜 몰랐을까 하구요. 요즘 넘 매력넘치는 뮤지션들이 많아져서 행복합니다. 코로나 시기에 음악이 없었으면 절망적이었을 거 같거든요.
  • 초대 2022/03/03 [23:40] 수정 | 삭제
  • "많은 사람은 이미 킹 프린세스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중이다." 이 말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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