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의 빛과 그림자 다룬다더니…‘날조’ 방송 논란

NHK “가와세 나오미가 본 도쿄올림픽” 보도, 무엇이 문제인가

교고쿠 노리코 | 기사입력 2022/05/12 [15:34]

도쿄올림픽의 빛과 그림자 다룬다더니…‘날조’ 방송 논란

NHK “가와세 나오미가 본 도쿄올림픽” 보도, 무엇이 문제인가

교고쿠 노리코 | 입력 : 2022/05/12 [15:34]

일본 NHK 방송사에서 작년 말에 방영한 <가와세 나오미가 본 도쿄올림픽> 프로그램 중, 도쿄올림픽 개최에 항의하는 집회 참여자가 “돈을 받았다”는 등 사실에 반하는 자막을 달아 내보냈다. 이에 대해 올림픽 반대 집회를 주최한 <2020 ‘올림픽 재해’ 거부 연락회>는 NHK와 관계자 등에 항의문을 보내고, 기자회견도 열었다. 연락회 멤버인 교고쿠 노리코(京極紀子) 씨가 그 내용을 보고한다. [편집자 주]

 

▲ 2020 도쿄올림픽 개최에 대해, 일본 사회에서는 우려와 반대 여론이 컸다. 올림픽 반대 시위를 하는 이들의 모습. 중간에서 플래카드를 잡고 있는 사람이 필자 교고쿠 노리코 씨다. (촬영: 반올림픽모임)

 

돈 받고 올림픽 반대 집회에 참가했다고?

 

NHK의 다큐멘터리 방송 <가와세 나오미가 본 도쿄올림픽>은 충격이었다. 방송 내용은 올림픽의 ‘빛과 그림자’를 담는다며 올림픽 공식 기록영화를 만드는 가와세 나오미(河瀬直美) 감독을 밀착 취재한 것이었다.

 

가와세 감독의 의뢰를 받아, 시마다 카쿠에이(島田角栄) 담당 감독이 취재와 촬영을 하는 장면에서, 어떤 남성이 얼굴에 모자이크 처리가 된 모습으로 등장했다. “올림픽 반대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는 남성”이라는 자막에 이어, “실은 돈을 받고 동원되었다고 밝혔다”는 자막이 들어갔고, 남성이 “집회는 전부 윗사람들이 하니까 (주최자가) 쓴 말을 따라 할 뿐…”이라고 말했다. 시마다 감독이 ‘어떤 식으로 집회 참가 의뢰가 오는지’를 묻자, 남성은 “일정표를 받았기 때문에 그걸 보고 갈 뿐”이라고 대답한다…. 뭐지, 이거?

 

방송 내용에는 <2020 ‘올림픽 재해’ 거부 연락회>가 주최한 집회 모습도 담겨 있었다. 하지만, ‘돈을 주고 집회에 참여하게 하는’ 일 따위는 있을 수 없다.

 

자기 시간과 돈을 쓰며 집회에 참여하는 것이 우리가 하는 운동의 모습이다. 물론 돈이 없는 사람도 운동에 참가할 수 있도록, 행사 참가비를 무료로 하는 등의 배려는 있다. 신 국립경기장 건설을 위해 도립메이지공원이 파괴되고, 거기에 살던 노숙인들이 살 곳을 잃었던 문제. 그 ‘강제퇴거’에 대한 국가배상 소송의 원고에는 우리 동료인 ‘반올림픽모임’도 참가하고 있다.

 

그런데, 고토(江東)구의 일용직 노동자가 다수 사는 산기슭 가까운 공원에서 맥주를 한 손에 든 남성을 등장시켜 “돈을 받고 올림픽 반대 집회에 참가”했다고 이야기하게 한 것은, 분명히 도쿄올림픽-패럴림픽 반대 운동을 의식한 편견과 악의에 가득한 날조 보도이다.

 

방송 후, NHK에는 항의가 쇄도하여 사과를 하는 사태로 번졌다. NHK는 조사팀을 만들어 올 2월 10일 조사보고서를 정리하고, 같은 날 방송윤리·방송향상기구(BPO)는 방송윤리 위반의 혐의가 있다며 심의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 1월 28일, 측은 NHK에 날조 방송에 대한 항의문을 제출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촬영: 반올림픽모임)

 

날조 보도, 누가 피해자인가

 

NHK의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문제의 장면은 애매한 정보를 단서로 증거 취재도 하지 않은 채 잘못된 자막을 달아 방송된 것이다. 그리고 사죄와 함께 관계자 처분이 발표되었다. 이날 올림픽 반대운동 참가자에 대한 사죄도 처음으로 언급했지만, 가장 강조된 말은 처음부터 일관되게 ‘날조’는 NHK 스태프의 책임하에 이루어져 가와세 감독, 시마다 감독 등은 전혀 잘못이 없다는 말과, 공식 기록영화와는 상관이 없다는 말이었다.

 

편견으로 가득한 보도로 인해 운동에 대한 신뢰를 크게 훼손당한 우리 당사자들은 거들떠보지 않고, 두 감독에게 사과를 되풀이하는 모습은 기이하기까지 하다. 가와세 감독은 “사실과 다른 내용, 정말로 유감”이라고 언급, 마치 자신은 피해자라고 하는 것 같았다. 심지어 시마다 감독은 직접 취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설명 한마디 없이 경과에 대해 NHK에 항의했다고 한다.

 

NHK로 말할 것 같으면, 2000년 ‘일본군 성노예 전범 여성국제법정’을 다룬 방송 개찬(당시 아베 신조 내각 관방장관 등이 NHK 임원에게 압력을 가해 방송 내용을 수정함)으로 큰 문제를 일으켰던 전적이 있다. 그 이후에도 문제적인 보도와, 방송 내용에 대한 정치적 개입 등이 종종 화제가 되었다. 올림픽 보도에서는 작년 4월, 나가노에서 열린 성황봉송 시, 중계 영상에서 항의집회 소리를 삭제한 것이 문제가 된 바 있다.

 

2017년 말에 도쿄MX텔레비전의 프로그램 <뉴스여자>도 오키나와 다카에의 미군 헬리패드 건설에 항의한 사람들에 대해 “일당을 받는다”고 보도했다가, 시청자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이 프로그램은 BPO의 방송윤리 위반·인권침해 사안으로 인정받아 폐지되었다. 작년 재판에서도 시민 측이 승리했다.

 

미디어와 다큐 저널리스트의 윤리를 묻다

 

우리는 올해 1월 28일에 NHK에 항의문을 제출,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사무실에도 공개 질의서를 보냈는데, 2월 18일에 NHK로부터 온 회신은 “이미 조사보고서를 공표했다”는 말 일색이었다. 방송으로 피해를 입은 당사자와 마주하려는 진지한 태도는 눈곱만큼도 찾을 수 없었다. 또한, 가와세 감독 사무실로부터의 회신은 3월 30일 현재, 오지 않았다.

 

▲ 1월 28일, NHK의 날조 방송에 대한 기자회견 이후, 피켓을 들고 NHK 방송사 앞에서 항의하는 모습. (촬영: 반올림픽모임)

 

신종코로나 감염이 만연하는 가운데, 많은 사람들(교도통신 조사로는 78%)의 반대를 물리치고 강행한 도쿄올림픽-패럴림픽에서는 코로나 방역과 감염 문제뿐 아니라, 당시 아베 총리의 “언더 컨트롤” 발언(2013년 9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IOC 총회의 2020올림픽 후보지 선정 프레젠테이션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의 방사성 물질 누출 문제에 대해 Under Control, 즉 잘 통제하고 있다고 답함)에서 시작해, 유치를 둘러싼 매수 의혹, 방대하게 불어난 예산, 파괴된 사람들의 생활 등 언론이 제대로 보도해야 하는 다양한 문제점이 있었다.

 

NHK는 그것을 어디까지 제대로 보도했는가? 한편으로 커다란 부정적인 흔적을 미래에 남겨야 할 ‘유산’으로 바꿔 말하며 덧칠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방송 날조는 이런 흐름과 보조를 맞춰 공모하는 행위이다.

 

시마다 감독은 해당 방송에서 “(반대 운동에도 여러 가지가 있어서) 프로-반대파도 있다”고 말했다. 조사보고서에 ‘프로 반대파’의 의미는 “강력한 생각을 가지고 집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이라고 적혀 있지만, 실제 방송에서는 항의 행동에 참가하는 사람에게 다가가 그 본질을 추궁하려는 자세와는 거리가 있었다. ‘프로 반대파’란, 악의적인 ‘낙인찍기’인 것이다.

 

가와세 감독은 공식 기록영화 감독으로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임명했다. 일련의 경력과 젠더평등에 대한 공헌 등이 평가되어 작년 11월에는 일본인 여성 처음으로 유네스코 친선대사에 임명되었다. 그런 인물이 방송프로그램 서두에 “올림픽을 7년 전에 유치한 것은 우리들”, “(모두가) 기뻐했다…. 그러니까 당신도, 나도 물을 수 있는 이야기. 나는 그런 식으로 그린다”고 이야기한다. 공식영화의 내용이 어떨지 상상이 된다.

 

영화는 젠더평등 문제, 올림픽-패럴림픽 교육, 지진 피해지역 복구 등 몇 가지나 되는 과제를 가린 채, “코로나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도쿄올림픽이 위대한 유산을 남겼다”는 공식적인 이야기를 고정화하려는 목적이 있다. 2030 삿포로 동계올림픽에도 연결되는 움직임이다. 기록영화는 올 6월 극장에서 공개된다. 언론과 한 몸이 된 ‘유산’의 날조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

 

-<일다>와 기사 제휴하고 있는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의 보도입니다. 고주영 님이 번역하였습니다.

이 기사 좋아요
  • 도배방지 이미지

  • 얼음땡 2022/05/18 [19:22] 수정 | 삭제
  • 어떡해...너무 충격...가와세 감독님...왜 그래요 T.T
  • 토끼 2022/05/16 [15:57] 수정 | 삭제
  • 충격적이다.
  • ㅇㅇ 2022/05/13 [13:46] 수정 | 삭제
  • 좋은기사 감사합니다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