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농업은 누구에게 이윤을 가져다 주나요?

[기후위기와 여성농민] 경북 상주 농민 김정열①

나랑 | 기사입력 2023/01/05 [18:25]

스마트한 농업은 누구에게 이윤을 가져다 주나요?

[기후위기와 여성농민] 경북 상주 농민 김정열①

나랑 | 입력 : 2023/01/05 [18:25]

※기후변화를 일터와 삶터에서 피부로 느끼고 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전국의 여성농민들을 만납니다. 여성농민의 시선으로 기후위기 그리고 농업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대안의 씨앗을 뿌리는 새로운 움직임과 공동체적 시도를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 경북 상주에서 30년 넘게 유기농 농사짓는 김정열 씨 ⓒ나랑

 

내 노동력 대비 소득 계산하면 화가 나

 

경북 상주에서 농사지은 지 30여 년. 김정열 씨(56세)는 주로 벼농사를 짓고 천 평 밭에서 고추, 생강 등을 재배한다. 손이 많이 가지만 전부 유기농을 고집해 왔다. 벼농사는 밭농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 농사지으면서 크게 빚질 일은 없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들어 기상 이변으로 작물 수확량이 떨어지고 있어 걱정이다.

 

“쌀이나 고추는 한 20프로 이상, 생강은 30프로 이상 수확량이 떨어지고 있어요. 장마철에 비가 안 오는 바람에 고추에 진딧물이 가득해서 내 손으로 잎마다 일일이 다 훑었어요. 고추 농사로 300만 원 정도 버는데 내가 이거 벌려고 그렇게 고생을 하나, 화가 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내 신세가 처량하기도 하고.”

 

기후위기로 인해 농민들 입에서 “(내가 농사지어 먹는 것보다) 차라리 사 먹는 게 더 싸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전한다. “내 노동력 대비 나오는 소득을 계산하면” 농사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농민 개개인이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약간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생강”은 여름철 이상 고온으로 인해 차광막을 씌우는 게 생강 재배법으로 자리 잡았단다. 3~4년 전만 해도 50~60일에 걸쳐 자연건조 했던 곶감은 이제는 가을 기온이 높아지는 바람에 자연건조가 불가능해 건조기를 이용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농민들은 새로운 자재나 기계들을 도입해야 되는데 그게 결국 농민 개인 부담인 거예요. 그렇게 안 하면 농사 자체를 망치니까 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농민들이 처한 상황에 정부는 관심이 없다고, 정열 씨는 말한다.

 

“정부는 한 번도 나한테 물어보지 않았어요, 기후위기로 인해서 뭐 어떤 피해가 있느냐고. 오히려 정부는 농민들이 농사에서 손 떼길 바라는 것 같아요.”

 

기후위기로 농사가 어려워지면 당장 우리의 식탁이 위협받는다. 이미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45.8%(2020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인 상황이다.(2019년 기준 캐나다, 프랑스, 미국의 식량 자급률은 100%가 넘고 독일은 95%임) 농민과 농업을 지키는 건, 기후위기 시대 우리의 생존을 지키는 일임이 명백하다. 그런데 정부가 농민이 농사에서 손 떼기를 바라는 것 같다니? 무슨 소리일까.

 

“흙 없어도 잘 자라요” 식물공장이 미래의 농업일까

 

정부는 2020년부터 정보통신기술(ICT)과 사물인터넷(IoT)을 농업에 접목하는 일명 ‘스마트팜’(SmartFarm)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농촌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청년층의 귀농을 유도한다는 명목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경북 상주, 전북 김제, 전남 고흥, 경남 밀양 등 네 곳에 스마트팜 거점 조성을 추진해 왔다. 그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이 바로 정열 씨가 살고 있는 상주의 스마트팜 혁신밸리다. 2021년 12월에 준공을 마친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43ha(약 13만평)부지 규모에 1천여 억 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김정열 씨가 방문한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 내 스마트팜 내부 모습. 인공적으로 만든 흙인 상토에서 상추를 키운다. ⓒ김정열

 

스마트팜에 방문한 적이 있는 정열 씨는 이렇게 말한다.

 

“일단 흙은 하나도 없는 거죠. 시멘트나 철골로 만든 배지에 상토(특정 작물의 생육에 유리한 성분을 첨가해 인공적으로 만든 흙. 시간이 지나면 퇴비 성분이 없어짐)를 깔아서 거기에 상추를 키우더라고. 그게 사람 몸에 좋은지는 둘째 치고, 이걸 운영하는데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쓰이겠어요. 온실가스 배출하면서 이 자재들을 만들 것이고, 안에서 엄청난 전기 에너지를 쓸 게 뻔한데, 이걸 기후위기 대응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흙 없어도 잘 자라요”라고 홍보하는 스마트팜은 말하자면 식물공장이다. 온실 안에서 주로 수경 재배를 하거나 인공 토양에서 작물을 재배하고, 모자란 양분은 배양액을 주입해 보충한다. 통합 제어실에서 인공 빛, 온도, 습도 등을 인간이 통제하면서 어떠한 조건에서 작물이 잘 자라는지 데이터를 계속 수집하고 관리한다.

 

정부는 스마트팜에서는 외부 기상의 영향을 받지 않고 365일 고품질의 작물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정열 씨는 대규모 시설과 설비 조성에 들어가는 에너지 문제는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정열 씨는 “농업 기술이 발전하는 것과 농업이 기업화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선을 긋는다. 스마트팜은 다름 아닌, 농업 생산 분야까지 장악하려는 기업의 술책이라는 것.

 

“종자(씨앗), 가공, 유통, 판매에 이미 기업이 다 들어와 있잖아요. 유일하게 못 들어온 게 생산 분야거든요.”

 

농민들은 생산 분야까지 기업이 장악하려는 것에 맞서 싸워왔다. 2013년엔 동부그룹 계열사가 유리 온실 짓겠다는 걸 “농민들이 동부화재 보험 불매운동까지 하면서 저지시켰”고, 2016년엔 LG가 새만금에 ‘스마트바이오파크’를 지으려 했으나 농민들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그런데 “‘기후 위기’와 ‘식량 위기’라는 이름으로 당당하게 스마트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

 

현재 GS 건설, 현대 건설 등 대형 건설 자본이 스마트팜 사업에 뛰어들고 있으며 코오롱글로벌, 호반 건설 등은 스마트팜 전문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국내 최대 스마트팜 기업인 ‘팜에이트’는 이미 서브웨이 샌드위치와 버거킹 햄버거에 채소 상당량을 공급하고 있다. 이렇듯 블루오션인 농업 생산 분야에 뛰어드는 기업들에 정부가 날개를 달아주고 있는 셈이다.

 

힘들게 농사짓지 말고 땅 내놓으라고?

 

지금 한국은 농가 인구 220만 명 중 60%가 60대 이상이며, 농민 평균 연령이 66세이다. 정부는 스마트팜 창업을 장려해 청년들의 귀농을 유도하겠다고 한다. 스마트팜 설계자, 운영자가 되면 “농촌에서 갓생”을 꾸릴 수 있다고 청년들에게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팜을 개인이 설치하려면 엄청난 액수의 대출을 받아야 한다.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에서 5년 동안 스마트팜 무상 임대를 해 줄테니 그 뒤에는 나가서 창업하라는데, 5년 후에 청년이 무슨 돈이 있어서 그걸 지어요? 스마트팜 천 평 짓는데 몇 십 억이 드는데.” 

 

▲ 상주 농민이 생산한 먹거리를 상주 시민이 소비하는 상주로컬푸드협동조합 직매장 ‘상주생각’에서 소비자와 대화를 나누는 김정열 씨의 모습. ⓒ나랑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상주 스마트팜을 방문해 청년들에게 ‘스마트팜 창업을 하면 저금리로 최대 30억까지 30년 동안 대출을 해 주겠다’고 했다. 정열 씨는 “그럼 30년 동안 청년들이 이 빚을 가지고 살란 말이냐”라고 묻는다.

 

게다가 정부나 지자체에서 “지금 상주 스마트팜에서 일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농작물의 안정적인 판로조차 보장해 주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청년들이 농사를 지으려고 하지 않는 이유는 “농사로 안정적인 소득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인데, 농민이 농사지어서 먹고 살기 힘든 한국 농업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큰 빚을 지더라도 투자를 하라고 부추기고만 있다는 것.

 

이 과정에서 농민이 돈을 버는 게 아니라 “그런 자재 만드는 회사들만 돈 버는 거 아니냐”고 정열 씨는 되묻는다.

 

정열 씨가 살고 있는 경상북도는 최근 구미시 등을 ‘디지털 혁신 농업타운’으로 지정했다. “4차 산업혁명기술을 접목한 첨단농업으로 전환하기 위해”(경북 도지사 이철우) 스마트팜, 수직농장, 첨단 온실 등을 짓는 곳에 한 개 타운당 최대 500억까지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내가 (지자체 공무원에게) 한 개 마을에 500억만큼 스마트팜 지을 땅이 있냐고 물으니까 ‘이제 농민들 힘들게 농사짓지 말고 땅을 내놓으면 되지요’, ‘땅 내놓고 주주로 살면 되지요’ 이래요.”

 

“고령의 농민들이 힘들게 일하지 않고 기업의 주주로 바뀌어야 한다.”(경상북도 농업 대전환 추진위원회 출범 보도자료)는 말은 다른 각도에서 보면 고령농, 소농들을 퇴출시키고 그 자리를 대규모 기업농이 차지하겠다는 얘기가 아닐까. 이쯤 되면 정열 씨가 왜 “‘정부가 농민이 농사에서 손 떼기를 바란다”고 했는지, 고개가 끄덕여질 수밖에 없다.

 

농민이 살고, 땅이 살아야 한다

 

사실 디지털 농업, 정밀농업 등 이름만 다를 뿐, ‘기후 위기’와 ‘식량 위기’를 빙자해 농업 생산 영역까지 장악하려는 거대 기업들과 정치인들의 행보는 이미 국제 사회에서 시작됐다.

 

국제 농민 단체인 비아캄페시나(Via Campesina, 스페인어로 ‘농민의 길’을 뜻함)는 “그들이 ‘기후 스마트 농업’(Climate Smart Agriculture)이라고 부르는 것을 우리는 ‘기업 스마트 농업’(Corporate Smart Agriculture)이라고 부른다”며 비판한다.

 

▲ 김정열 씨는 국제 농민단체 비아캄페시나 국제조정위원이자 동남・동아시아 대표를 맡고 있다. 2022년 11월 이집트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비아캄페시나 동료들을 만났다. ⓒ김정열 제공

 

모든 환경을 제어해서 인간의 먹을거리만 생산하면 그만이라는 사고방식은 자연을 착취의 대상으로만 여겨 고갈시켜 온, 기후위기를 자초한 사고방식과 똑 닮아있다.

 

“지구가 뜨겁다고 우리가 밖에 안 나가고 실내에서 에어컨만 돌린다고 기후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잖아요? 스마트팜 같이 산업적이고 기술적인 대안은 기후위기에 대한 진짜 해결책이 될 수 없어요.”

 

김정열 씨의 인터뷰는 기후위기에 대한 “진짜 해결책”으로 생산자 중심, 소농 중심의 협동조합 운동을 펼치고 있는 상주 농민들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2부에 계속)

 

[필자 소개] 나랑(김지현) 독립 인터뷰어. 글쓰기 안내자. 목소리가 되지 못한 목소리를 기록한다. 그런 목소리들이 자기 이야기를 쓸 수 있게 안내한다. 지금은 제주에 살고 있다.

이 기사 좋아요
  • 도배방지 이미지

  • inae 2023/01/19 [20:52] 수정 | 삭제
  • 땅에 뿌리도 내리지 못한 채 자란 작물을 먹고 사는 시대라니 참 암담합니다.
  • danchu 2023/01/09 [15:29] 수정 | 삭제
  • 유기농 쌀과 유기농 채소, 콩, 기름 등을 사서 먹으면서 자연히 환경을 살리는 농업에 대해서 배우게 되더라고요. 전과는 다른 가치관을 가지게 되었고 그래서 이런 기사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이렇게 몇번이나 읽고 문제의식을 갖고 공감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를 인식하고 연결됨을 잃지 않아야 하는 구나 느꼈습니다.
  • 항아리 2023/01/08 [19:44] 수정 | 삭제
  • 대기업들이 농업까지 공장화하고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섭네요. 자본이 움직이면 환경을 생각해 지금껏 일해온 농민들의 마음과는 다르게 농사판이 바뀌지 않을까 우려가 되네요. 평소 자주 사먹었던 서브웨이의 채소들도 스마트팜에서 공급받고 있다니 충격이네요. 농업의 변화에 대해 주시하고 도시에 사는 사람으로서 소비에 대해서도 경계해야할 필요를 느낍니다.
  • 2023/01/06 [22:33] 수정 | 삭제
  • 식물공장 ㅠㅠ 기후위기 대안인 지속가능한 농업, 퍼머컬쳐와 요즘 많이 알려지고 있는 숲밭 운동과 정확하게 반대되는 방향이라 놀랐습니다. ㅠㅠ 뭐든 자본과 기술만 믿고 근시안적으로 정책을 펴는 게 안타깝습니다. 누구를 위한 스마트인지 묻게 되네요.
  • 독자 2023/01/06 [08:15] 수정 | 삭제
  • 농사짓지 말고 땅 내놓으라는 얘기에서 진짜... 쿵. 했습니다. 유기농 하시는 분들 특히 더 힘 빠지겠어요. 이제 땅심이라는 말도 옛말이 될까 무섭네요.
광고
녹색정치 많이 본 기사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