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연극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

책 〈농담, 응시, 어수선한 연결〉의 김슬기, 김지수 下

박주연 | 기사입력 2023/01/22 [12:44]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연극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

책 〈농담, 응시, 어수선한 연결〉의 김슬기, 김지수 下

박주연 | 입력 : 2023/01/22 [12:44]

〈농담, 응시, 어수선한 연결〉의 두 주인공, 비장애연극인 김슬기(글)와 장애연극인 김지수(말)의 만남(https://ildaro.com/9541)에 이어, 본격적으로 책에 대한 이야기와 장애연극에 대한 생각을 함께 나눴다.

 

▲ 책 〈농담, 응시, 어수선한 연결〉(가망서사, 2022)을 쓴 두 사람(왼쪽 김슬기, 오른쪽 김지수)이 마주 보고 웃는 모습. (출처: 가망서사 인스타그램 @GAMANG_NARRATIVE)

 

-책 구성이 신선해요. 보통의 구술생애 인터뷰집 같지 않고, 책 자체가 하나의 연극 같아요. 책의 시작, 1막 ‘명백히 농담이 될 수 없는’의 첫 글 ‘농담’이라는 내용부터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두 분이 얼마나 다른 위치에서 만남을 시작했는지 드러나기도 하고, 재미있는 글이고요. 이 ‘농담’을 책의 시작으로 했다는 것이 의미심장하다고 느꼈어요.

 

슬기: 책 제안을 받고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나 고민했을 때 처음 떠올랐던 것, 이건 꼭 쓰고 싶다고 생각했던 게 지수 님의 농담이었어요. 그 농담을 들었을 때 충격이었거든요. 그런 농담을 한다는 것도, 그걸 듣고 웃으며 반응한다는 것도 너무 충격이었어요. ‘이게 괜찮은 건가? 왜 이게 괜찮은가? 당사자가 해서 괜찮은가? 당사자가 하면 다 괜찮은건가?’ 혼란스러웠죠. 당시만 해도 장애가 어떤 결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누군가의 결함을 두고 놀림거리로 삼으면 안 된다,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당사자가 해도 그건 자학 개그, 셀프 디스라고요. 근데 왜 그런 걸 할까 싶어서, 그에 대한 생각을 오래 했죠.

 

극단 애인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난 후에야 알게 됐어요. 이들이 하는 농담은 장애를 웃음거리로 삼는 게 아니라, 비장애 중심 사회를 웃음거리로 삼는 거라는 걸요. 스핑크스의 수수께끼(아침엔 네 발, 점심엔 두 발, 저녁엔 세 발로 걷는 것이 무언인지)도 그래요. 나한텐 너무 당연해서 답을 외울 필요도 없는 거였는데, 지수 님은 그게 안 외워지는 이유가 “두 발로 걸어본 적이 없어서”라고 말하며 웃잖아요. 자신의 장애를 놀림거리로 삼는 게 아니라, 그 수수께끼의 정답인 ‘사람’, ‘우리가 사람이라고 상정했던 것은 무엇인가?’를 질문하는 농담이었던 거죠.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 알게 됐어요. 그게 자학 개그가 아니라는 것, 이런 농담이 어떤 힘을 갖고 있다는 걸요. 장애가 결함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세계가 얼마나 좁은 세계였는가도 알게 됐고요.

 

-지수 님은 원래 농담을 많이 하나요?

 

지수: 난 진실을 말하는 거에요.(웃음) 딱히 농담을 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슬기: 저한테도 그렇게 말했어요. “난 팩트만 말해요”라고. 정말 그렇긴 해요. 곰곰이 생각하면 그게 사실이거든요. 근데 그 사실이 어떤 맥락 안에 있는지 우리가 생각해 보지 않았던 거죠. 지수 님 그 이야기도 재미있었는데, 화장실에서 있었던 일이요.

 

지수: 여고생들이 하교 후에 옷 갈아입고 화장하고 그럴 때 장애인화장실을 이용하는 경우가 꽤 있어요. 한번은 화장실 이용 중이었는데, 그럼 밖에서 봤을 때 ‘이용중’이라고 나와있거든요. 근데 여고생들이 문을 열려고 (자동문) 스위치를 누르더라고요. 3번이나 누르길래 “(사람) 있어요”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밖에서 “어머 깜짝이야. 진짜 장애인인가봐”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네, 진짜 장애인이에요” 했죠.(웃음) 밖에서 “어머, 어떻게 해”이러면서 소란스럽더라고요. 뭘 어떻게 해요? 그냥 기다리면 되는데. 왜 저렇게 놀란 걸까 싶었어요. 재미있더라고요. 문 열고 나오니까 “죄송해요”라고 하길래 “괜찮아요” 했어요. 그 분들은 뭘 생각했던 걸까요?

 

슬기: ‘농담’이라는 글을 꼭 써야겠다고 생각한 건, 이 농담들이 충격적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그것이 열어준 세계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어울려서 살지 못하는 이 사회에서 많은 비장애인들이 이 농담을 들었을 때 나처럼 혼란스럽지 않을까, 그들에게 어떤 세계를 열어주는 글을 써야겠다. 그걸 처음에 쓰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죠.

 

▲ 책 〈농담, 응시, 어수선한 연결〉(김슬기 글, 김지수 말) 표지 이미지. (출처: 가망서사)

 

-1막의 마지막 글인 ‘약속시간’에선 장애인 이동권 이야기가 나옵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장애인의 이동권 요구를 얼마나 폭력적으로 대하고 있는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더라고요. “연극 한 편을 볼 때도 자연스럽게 금방 되지 않는다”는 지수 님의 말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나를 환대하지 않는 공간에 들어가는 경험이 연극하는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나요?

 

지수: 나를 환대하는 공간을 만난 경험이 많지 않아요. 어딜 가면 환대 받는다는 생각이 들까요? 장애인화장실? 엘리베이터? 엘리베이터도 요즘은 노인 분들과 약간의 경쟁이랄까 부딪힘이 있어서…. 장애를 가지고 비장애 중심 사회를 살아간다는 자체가, 계속 ‘나도 여기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키는 일인 것 같아요. 이 과정이 그냥 제 삶이에요. 이게 연극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요즘 내가 하고 싶은 연극에 대해 고민하는데요. 되게 뾰족한 생각으로 글을 시작하는데 다 써놓고 보면 둥글둥글 해지더라고요. 분명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어서 글을 시작하는 건데… 필력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사실 (장애인이 경험하는) 첨예한 상황을 쓰는 게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리고 내가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자립생활운동을 했고, 동료상담도 했던 사람이라 그런지, 결국 ‘이렇게 해야 같이 잘 살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거에요. ‘같이 살려면 어때야 된다, 어떠한 마음, 어떠한 말, 어떠한 상황이 되어야 우리가 함께 잘 살 수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은 거죠. (장애인으로서 겪는) 속상하고 힘든 일이 많지만 그런 이야기보다, 희망적인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내 안에 있는 거 같아요. 그렇다 보니 내 안에서 싸움이 있죠.(웃음) ‘(문제가 많은) 현실을 살고 있는 나와 앞으로 어떤 세상을 살고 싶은 나, 장애인과 모든 사람이 함께 살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나’가 있는 거에요. 이게 계속 고민이에요.

 

-지수 님이 극단을 만든 과정도 독특한데요. 극단을 창단하기로 결심한 후 단원들을 찾으러 “장애인 국토 종단 여행”을 떠났잖아요. 배우를 찾는데 오디션도 아니고 왠 국토 종단 여행인가 했어요. 근데 “무대를 좋아하는 것보다 연습하는 지난한 시간을 견디는 게 되게 중요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듣고 ‘아하!’ 했죠. 그런 지수 님의 기준이, 지금 사회에선 잘 안 쓰이는 거잖아요. 지금은 소위 스펙이 얼마나 되고, 나의 ‘능력’이 어떤지 보여줘야 하고, 그걸 또 빨리 해야 하죠. 성과를 내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극단 애인은 시작부터 ‘지난한 시간이 걸리더라도’ 였는데, 그런 과정 속에서 ‘우리도 빨리 성과를 내야 한다’는 고민이 든 적은 없었나요?

 

지수: 성과를 늘 고민하죠. 큰 성과도 내고 싶어요. 근데 우리에게 그 성과라는 건 결국 ‘우리에겐 우리만의 필요한 시간이 있다는 걸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어떤 사회적 기준에 맞춰 가는 게 아니라 ‘우린 그걸 맞출 수 없어, 그게 우리야, 그리고 그걸 꼭 맞추지 않아도 돼. 안간힘 쓰지 않아도 돼’라고 알리는 거요. 오해가 있을까봐 덧붙이는데, 맞추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맞출 수 없다는 거에요. 조건이 다르니까요. 그걸 인정해야죠. ‘우린 당신들과 절대 같아질 수 없다는 것, 서로가 다르다’는 걸 알게 하는 것이 우리의 성과라고 생각해요.

 

애인 단원들도 ‘나에게 필요한 시간이 얼마인지, 나의 고유성을 어떻게 지켜 갈 것인지’ 스스로 인식하는데 시간이 걸렸어요. 스스로 인식한 뒤에도 다른 사람들과의 작업 속에서 그걸 또 이야기하고 맞춰 가는데도 시간이 걸리죠. 하지만 그렇게 되는 게 우리의 성과인 거에요. 그걸 갖는데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어요.

 

슬기: 지수 님이 이런 이야기 할 때마다 너무 놀라워요. 성과라는 걸 아예 다르게 정의하잖아요. 연극인들은 흔히 ‘관객이 몇 명 들었나, 무슨 상을 받았나’를 성과로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잖아요. 근데 지수 님의 성과 기준을 연극 현장에 적용하기 참 어렵기도 해요. 지금 많은 연극이 어떤 지원금에 의존해서 돌아가는 구조이다 보니까, 정해진 예산 안에서 정해진 기간 내에 작품을 만들어야 하거든요. 그러니까 속도 문제가 중요해지고요. 작품 시작할 땐 ‘우리 만의 속도대로 해 보겠다’고 해도 기간이 다가오면 또 우당탕탕 되고….

 

▲ 김지수 씨가 대표로 있는 극단 애인이 2017년, 창단 10주년을 맞이해 올린 작품 〈전쟁터 산책〉(페르난도 아라발 작, 이연주 연출) 중 한 장면. (제공: 극단 애인)

 

-극단 애인도 지원금으로 작품을 만들고 있는 거죠?

 

지수: 그쵸. 보통 지원금을 받아서 제작을 하는데, 단원들이 돈을 모아서 몇 년에 한번은 지원금 없이 순수 우리 제작비로 극을 올리기도 해요. 지원금 신청 기간이 한정적이다 보니까, 그거랑 안 맞아서 지원금을 못 받은 경우에 그렇게 하기도 하고요. 또 이 작품은 ‘돈이 되든 안 되든 우리가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지원금이고 뭐고 상관 없이 해요. 우리가 지금 꼭 해야 할 이야기가 있을 땐 그렇게 하죠.

 

-”장애연극을 둘러싼 연극계 지형이 급변해서인지”라는 말이 책에 나왔는데요. 이 변화는 좋은 변화겠죠? 연극계의 미투 운동과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가 늘어난 것과 연관이 있을까요? 미투 운동 이후 연극계 변화는 분명 가시적이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지수: 지금 연극계는 장애연극인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걸 인지하는 것 같고, 이들과 함께 작업하는 것이 어떤 흐름이 된 부분이 있는데요, 그 기점이 미투 운동이었다고 생각해요. 미투 운동 이후 연극계의 여성 연극인들이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를 했잖아요. 원래 페미니즘과 장애운동은 굉장히 밀접한 부분이 있으니까, 페미니즘 논의가 나오면서 저희도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슬기: 분명 좋은 변화이긴 해요. 동시에 고민할 것도 굉장히 많아진 변화이기도 하고요. 저 또한 미투 운동의 영향이 크게 있었다고 봐요. 미투 운동 이후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잘 돌볼 수 있나’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 고민을 하는 창작자들이 ‘그걸 우리 팀에선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안전하게 서로의 존엄을 지키면서 작업할 수 있나’ 고민하기 시작했으니까요. 물론 모두가 그렇다고 볼 순 없지만, 분명 고민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생겼죠. 그것이 어떤 흐름을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창작 환경뿐 아니라 연극 내용에도 변화가 있죠. 지금껏 들리지 않았던 이야기를 더 듣고, 그걸 전하려고 하죠. 이전엔 ‘여성서사’라고 하더라도 성공한 여성 혹은 이 사회 시스템 안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그것에 편입되려고 하는 서사였다면, 지금은 기존의 시스템 자체를 문제시하고 그것에 질문을 던지는 여성이 등장하잖아요? 또한 단지 여성이라는 하나의 정체성이 아니라, 이 사회 속 다른 위치에 놓인 존재들의 목소리 또한 가시화하려고 하고요. 그런 움직임들이 자연스럽게 연극계 한 쪽에서 열심히 활동해 오고 있던 장애연극과 만나는 접점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정말 미투 운동이 없었다면 이런 변화가 없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베리어프리’(barrier-free) 공연 회차를 마련하는 연극도 조금씩 생기는 것 같아요. 장애인 접근성 매니저가 스텝으로 참여하기도 하고요. 다만, 말씀하신 대로 연극계가 지원금에 의존해 작품을 만들다 보니, 베리어프리 공연을 만들고 싶어도 지원금이 기존과 변화가 없다면 어려운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비장애 중심 연극 환경을 바꾸기 위해 시스템의 변화도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지수: 맞아요. 베리어프리 공연에 대한 예산 또한 제작비 안에 항목으로 정해져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는 동일한 제작비 안에서 베리어프리 환경을 만들어야 하다 보니, 다른 제작비 혹은 인건비를 줄여서라도 베리어프리 공연의 회차를 만들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경우가 많아요. 선택이 아니라 의무가 될 수 있도록, 제정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봐요. 베리어프리가 아닌 공연은 누군가는 향유할 수 없는 공연이니까요.

 

▲ 2021년 극단 애인의 희곡 쓰기 프로젝트에서 개발된 〈복작복작 수선리〉(김지수 작, 강예슬 연출)의 2022년 공연 (제공: 극단 애인)

 

-앞으로 비장애 중심 연극 환경에 더 큰 균열을 내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하다고 보나요?

 

지수: 연극계의 또 다른 흐름 중 하나가, 이제 극단 작업보단 프로젝트 형식이 많아진다는 거에요. 애인 단원들도 개별로 그런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일이 늘고 있어요. 단원들 각자 시도하고 싶은 것도 늘어나고 있고요. 물론 굉장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죠. 다만, 장애연극인이 새로운 사람들과 작업할 때 ‘자신에게 필요한 무언가를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가, 장애연극인과 함께하는 프로덕션이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들을 수 있는가, 장애를 가진 배우가 자신의 실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는가, 일방적인 방식이 아니라 함께 만들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봐요.

 

‘장애연극인, 장애예술가가 자신의 고유성과 정체성을 지키면서 다른 사람과 함께 공동작업자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는가?’ 그것이 가능해진다면 변화가 많이 생기겠죠. 이제 제 역할은, 그런 과정 속에서 힘들어 하는 사람이 있을 때 어떻게 함께 할 수 있을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인 것 같아요. 상처 받지 않는 단단함을, 그리고 열린 마음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 고민이네요.

 

슬기: 지금 장애배우들이 활동하면서 각개전투를 하며, 지수 님이 이야기한 것들을 (비장애중심 연극계에) 질문하고 있는 시점인 것 같아요. ‘지금까진 비장애인들을 기준으로 삼았지? 근데 그거 아니다?’라는 질문들이요. 이렇게 이미 (비장애 중심 연극계에) 균열을 내고 있는 거죠. 문제는 이 균열에 어떻게 대응하냐인 것 같아요. 장애 연극인들이 자신만의 시간을 쓰고, 자신만의 호흡을 찾는 과정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판단하고 평가하느냐, 그 기준은 무엇이냐, 계속 질문해야겠죠. 한편으론 확 뒤집어 엎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장애 연극인들이 너무 각개전투하고 있거든요. 함께하는 사람이 많아져야죠. 이전보다 장애연극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어나긴 했어요. 장애연극 비평하는 사람도 있고.

 

-책에서 “영국 공영방송 BBC 채널 중 하나인 BBC4엔 비장애 배우가 장애인 캐릭터를 연기하지 않도록, 장애를 가진 배우를 캐스팅하는 규정”, “2015년 도입된 ‘360° 다양성 헌장’(주연 캐릭터 중 적어도 한 명은 소수민족이거나 장애를 가지고 있거나 LGBT여야 한다. 주연 캐릭터 중 적어도 50퍼센트는 여성이어야 한다)” 이야기도 나옵니다. 우리도 이런 제도를 만들면 환경을 바꾸는데 도움이 될까요?

 

지수: 방송이나 영화 쪽이라면 그런 제도가 필요할 것 같아요. 다만 연극계에선 ‘할당제’보다 먼저 장애연극들이 활동하는데 어려움이 없는 연습실, 장애 접근성이 가능한 공연장부터 확대되어야 한다고 봐요. 장애배우와 함께 하는 프로덕션 내의 의사소통 환경이 어떻게 마련되는지도 무척 중요하다고 보고요. 장애배우를 포함한 모두가 서로를 이해하고, 공동 작업을 안정적으로 해낼 환경을 만들기 위해 방법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이야기를 듣고 나니 앞으로 두 분의 활동이 더욱 기대됩니다. 극단 애인 작품도 꼭 보고 싶고요. 올해 어떤 계획이 있는지 알려주세요.

 

지수: 3월에 극단 애인 단원이 모두 출연하는 작품을 올릴 예정이에요. 애인의 이야기를 온전히 담은 공연이 될 거고, 지원금 없이 만드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공연은 아마 극단 애인 연습실에서 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 작품 준비를 시작하고 있고요. 이 작품이 끝나고 나면 ‘나의 이후’도 어떻게 할지 결정하지 않을까 싶어요. 대표 역할은 이제 마무리할까, 어떻게 할까 등을 정하겠죠. 슬기 님과 애인 단원들과 함께 장애배우를 위한 연기 워크숍도 예정하고 있고요. 앞으론 장애 연극인이 독립적인 활동을 할 때의 환경에 대해 고민할 것 같아요.

 

슬기: 장애배우를 위한 워크숍을 함께 할 거고, 또 다른 연구모임에서 예술의 접근성에 대한 연구도 진행할 예정이에요. 지수 님이 극단 애인 이야기를 담은 책도 써 달라고 하셔서(웃음) 그것도 있고요. 대학원 휴학 상태인데, 다음 가을 학기엔 복귀해서 박사 논문을 써야 하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올해는 연구자 모드로 돌입하려고 해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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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ird 2023/01/25 [19:00] 수정 | 삭제
  • 연극계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가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미투 운동 이후에 변화가 가시적이라는 것도 놀랍고요. 장애연극과의 만남이 시너지를 일으킬 것 같다는 기대도 되고요. 연극을 한참 좋아해서 보러다니다가 몇년 동안을 뜸했었는데, 다시 보러다녀볼까 싶어졌어요.
  • 헤드셋 2023/01/24 [12:58] 수정 | 삭제
  • 맞아요. 베리어프리 공연은 제도적인 차원에서 지원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멋짐 2023/01/22 [20:21] 수정 | 삭제
  • 몇년 전에 대학로에서 장애 캐릭터가 주인공인 연극을 보았는데, 비장애 배우가 연기를 해서 마음이 복잡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지금 연극계라면 조금 다를까요.. 두 분의 이야기가 무척 반갑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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