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여성이 주거의 권리를 묻습니다

집값도 금리도 치솟는데. 청약에서도 대출에서도 제약받아…

완두 | 기사입력 2023/05/26 [11:06]

1인 가구 여성이 주거의 권리를 묻습니다

집값도 금리도 치솟는데. 청약에서도 대출에서도 제약받아…

완두 | 입력 : 2023/05/26 [11:06]

※혼인, 혈연, 입양 관계만 ‘가족’으로 협소하게 정의한 건강가정기본법 제3조 1항을 삭제하고, 가구 형태에 따른 차별을 해소하고, 다양한 가족 구성의 권리를 인정하라고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연재합니다.

 

탈서울 해도, 공공임대아파트에 살아도, ‘주거불안정’

 

저는 1인 가구주입니다. 아시다시피 대한민국에서는 부모의 도움 없이 혼자 벌어 집 장만을 꿈꾸기 어렵습니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서울의 전셋값을 감당하기 어려워 30대 후반에 탈서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도권으로 이사 오고 주거환경은 나아졌지만, 출퇴근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해야 했습니다.

 

이사 온 곳은 초기 신도시로, 도처에 수많은 아파트와 건물, 지하철, 공원이 한창 공사 중에 있었습니다. 마트, 편의점 하나도 제대로 없었고, 사람이 살 만한 환경이 되기까지 꽤 오랜 세월이 필요했습니다. 여기 사는 동안 매일 새 아파트 분양이 이어졌습니다. 물론 내가 접근할 수 있는 집은 없었습니다.

 

▲ 예전에 살던 도시의 풍경. 무수히 많은 아파트가 있었지만 내 집은 없었다.  ©완두


그러던 어느 날, 운 좋게도 작은 평수의 10년 공공임대아파트에 입주하였습니다. 10년 후에는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살던 이에게 분양한다는 아파트였습니다. 당시 신도시 아파트 가격은 분양가보다 낮아진 상태였기에, 이 지역 아파트 값이 올라갈 리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습니다. 아파트 분양가가 점점 올라가고 있었고, 어느 정도 도시 기반이 조성된 신도시 아파트 가격은 반등하기 시작했습니다.

 

점점 불안해졌습니다. 이 작은 아파트마저도 내게서 멀어져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서울을 떠나 산 지 7년, 공공임대아파트에서 산 지 4년이 흘렀습니다. 당시 판교에 있는 10년 공공임대아파트가 분양 시점에 있었습니다. 분양가는 입주 시점 2억에서 무려 7억이 되었습니다. LH에서 주민들에게 요구한 7억은 주변 시세보다 싼 값이라고 하지만, 내가 평생 모을 수 없는 액수이기에, 나의 미래가 어떻게 될 지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살다가는, 임대 기간인 10년이 지나면 살던 집에서 쫓겨날 거라는 불안감이 엄습했습니다.

 

미분양 물량만 청약 당첨을 기대할 수 있는 1인 가구

 

그러던 중, 내가 사는 신도시 인근에 또 새로운 신도시가 조성되기 시작했습니다. 매일같이 아파트 분양이 이어졌고, 경쟁률은 수십 대 일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분양권 전매 금지 조치가 시작되자 아파트는 미분양 사태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건설사들은 중도금 무이자에 가전제품 무료 제공 등 여러 가지 좋은 조건들을 제시하며 주인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습니다. 부양가족이 없는 1인 가구는 아파트 청약을 넣어봤자 당첨될 리 없기에, 미분양이 쏟아지고 있는 이 지역은 1인 가구인 내가 청약 당첨을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신도시는 분양가 상한제 지역이라 주변보다 낮은 가격이긴 했지만, 이 지역의 아파트들은 모두 30평 이상이었습니다. 작은 평수 아파트가 나오기를 기다렸지만, 줄줄이 분양대기중인 아파트들은 모두 국민 평형이라는 84제곱미터였습니다. 어느덧 미분양 물량이 점점 소진되고, 분양 예정 아파트들도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84제곱미터의 아파트에 청약을 넣었습니다. 미분양이라 당연히 당첨되었습니다. (이후 몇 개월의 시간이 흐르고 집값이 급등하기 시작하,자 미분양이던 이 지역의 아파트 청약경쟁률은 갑자기 치솟기 시작했습니다. 조금만 늦었어도 내 집 마련은 불가능한 일이 되었을 겁니다.) 상당 금액을 대출해야 했지만, 당시만 해도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 이내였습니다. 감당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내가 청약한 아파트는 분양권 상태에서 전매할 수 있게 하려고 보통 2년인 아파트 건설 공정을 3년으로 잡았습니다. 분양받은 아파트의 입주 기간은 2022년 하반기였습니다. 하지만, 그새 금융환경은 너무나 달라져 있었습니다. 2021년까지만 해도 2% 이내였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1년만에 5% 중반대까지 치솟았습니다.

 

부부 가구 중심으로 설계된, 내집마련 대출지원 정책

 

디딤돌 대출(서민들의 내집마련을 위해 시중보다 낮은 금리로 제공하는 정부 지원 주택담보대출)을 알아보았습니다. 1인 가구는 30세 이상만 가능하고, 주택가격 3억 원, 주거전용면적 60제곱미터라는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부부 가구에게는 주택가격 5억 원 이하, 주거전용면적 85제곱미터를 허용합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주택가격이 오른 상황에서, 3억 원 미만의 주택을 찾기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또 대부분의 아파트 분양이 84제곱미터에 집중된 상황에서, 안 그래도 주택 구입이 어려운 1인 가구가 대출에서도 차별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1인 가구 예외조항이 있었는데, 직계비속을 6개월 이상 부양할 경우 부부 가구와 같은 조건을 적용한다는 조건이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2년 전부터 코로나19로 고립된 상황을 힘들어하시는, 홀로 지내던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던 터라 기사회생의 방법이었지만, 1인 가구로서는 인정받지 못하고 어머니를 모신다는 조건이 붙어야만 비로소 시민으로서 주거의 권리를 가질 수 있는 현실이 씁쓸했습니다.

 

▲ 이사 온 뒤 새로 들인 반려식물. 집 주변은 아파트 사이에 둘러싸여 답답한 감도 있지만, 내 집이 있다는 안정감이 든다.  ©완두


결과적으로 1인 가구는 아파트 청약에서도 밀리고, 대출에서도 제약을 받습니다. 이런 제약을 만든 이유에 대해 정부는 “서민층 실수요자에게 혜택을 집중하겠다는 취지로 단독세대주 대출 요건을 따로 떼어 강화했다. 여럿이 사는 가구가 더 많은 돈을 빌릴 수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럿이 사는 가구가 더 많은 돈을 빌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평면적이고 산술적인 판단입니다. 이런 정책 기조라면 1인 가구가 구입할 수 있는 주택이 많이 마련되어 있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현실입니다. 안전하고 좋은 주거환경을 가질 권리는 다인 가구든 1인 가구든 모두에게, 기본적으로 주어져야 합니다. 이에 대해 책임 있는 정책적 변화를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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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 2024/03/31 [18:15] 수정 | 삭제
  • 1인가구도 30평대 아파트 사고싶다 ㅈ같은제한으로 못사서 분하다
  • 리진 2023/05/29 [00:35] 수정 | 삭제
  • 댓-댓) 부부와 자녀 가정에게 혜택을 더 주는 것이 1인가구 차별인데용
  • 빌리 2023/05/28 [13:34] 수정 | 삭제
  • 아파트값 미친.. 꿈도 못꿈.. 근데 왜 소형아파트는 없는지 이해가 안돼 2인가구도 소형아파트 원하는 사람들 많은데..
  • 2023/05/27 [16:16] 수정 | 삭제
  • 도대체 이 글 어디서 “여성”이라서 힘들다는 제목이 ..
  • ㅇㅇ 2023/05/27 [15:48] 수정 | 삭제
  • 국가가 결혼을 강요하면 안 되죠
  • 휴우 2023/05/26 [16:54] 수정 | 삭제
  • 나라에서 1인가구를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신혼부부 및 일반 가정에게 혜택을 더 주려는 방향입니다. 1인가구 혜택이 결혼한 사람과 같다면, 누가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 들어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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