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고용평등 포기선언” 민간 고용평등상담실 폐지에 분노24년간 여성노동자 지켜온 고용평등상담실 폐지 소식에 긴급 기자회견 열려“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주장했던 윤석열 정부가 또다시 여성노동자들에게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2000년부터 시작되어 현재 전국 19개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는 민간 여성노동상담창구인 ‘고용평등상담실’ 예산을 하루아침에 삭감하고, 앞으로 전국 8개 고용노동부 지청에서 담당자 1인을 채용하여 직접 운영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고용평등상담실은 운영 초기엔 정부 상담실과 민간 상담실을 함께 운영하다가, 2004년 무렵 전체 상담실을 민간으로 돌려 지금까지 전문성을 쌓아왔다. 그런데 윤 정부는 12억인 고용평등상담실 예산을 5억으로 삭감하고, 상담 또한 정부가 맡겠다고 나선 것이다. 정부는 “상담에서 권리구제까지 원스톱 지원을 위한 창구 단일화로, 피해 권리구제 실효성을 제고하겠다”, “다수 피해 발생 등 문제 사업장에 대해서는 근로감독 부서와의 연계를 통해 적기 근로감독을 실시함으로써 고용평등한 노동환경을 조성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지만. 여성노동상담창구의 기능이 대폭 축소되고 ‘고용평등’에 대한 성인지적 접근도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확대해도 부족한데 전국 8개로 축소, 민간 상담실 폐지…이유가 실효성 제고한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이들은 입 모아 고용평등상담실은 더 늘려야 하는 상황이지, 줄이고 없애야 할 상황이 전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번 결정은 정부 및 고용노동부가 여성노동자들이 마주하는 노동 현장의 문제는 물론, 상담 현장에서 무엇이 요구되는지 모른다는 걸 단면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는 비판도 쏟아졌다.
대전여민회 김예주 상담활동가는 “19개의 상담 창구를 8개로 줄이면서 ‘피해 권리구제 실효성을 제고한다’는 정부의 주장은, 정말 진실되게 피해 권리구제에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마음에선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계획”이라고 꼬집었다.
“형사 사건의 지원을 행정 기관인 노동청이 매끄럽게 할 수 있는지, 심적으로 불안정한 피해자를 위한 재판 동행 및 모니터링 등 심층적인 지원을 할 수 있는지 등 피해자의 권리구제에 대한 계획은 말하지 않은 채, 고용평등상담실을 축소, 폐지하려는 정부의 계획에 문제가 있다.”
김예주 활동가는 또 “고용평등상담실에서 피해자를 위해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지, 상담원들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알고 있다면, 연계 협업 따위의 말로 고용평등상담실을 축소하자는 계획이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피해자들의 피해를 고용노동부와 근로감독관과의 연계, 협업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면, 여성노동자들의 상황은 훨씬 나아졌어야 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단순히 숫자로 이루어진 상담 건수, 실적만 보고 현재 고용평등상담실을 평가했다면 큰 오산”이라며, “숫자 너머에 있는 노동자, 숫자로 가려진 피해 상황들을 하나하나 아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의무이고 역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용평등상담실은 종합상담실이다. 수십차례 상담을 하기도 하고, 의견서를 작성하고, 피해자가 경찰, 고용노동부, 법원 재판 등에 갈 때 동행하기도 한다. 상담을 거듭하며 함께 대응방법을 모색하며, 그 과정에서 노동자 스스로도 문제 해결의 주체로 성장하게 만든다. 이를 위해 서울여성노동자회는 변호사, 노무사, 전임 활동가로 구성된 19명의 자문위원이 있고, 피해자가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심리정서지원단도 있다. 또한 개인의 피해구제를 넘어 고용평등 실현을 위한 법·제도 개선에서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다. 그런데 고작 8개 지청에서 한 명이 피해 상담을 하는 것으로 고용평등을 실현할 수 있겠냐?” 신상아 회장은 “이번 결정은 고용평등 실현을 포기한 것”이라며 윤 정부를 규탄했다.
여성노동자들, “나와 함께 싸워준 상담실 지켜야 한다” 강조
상담실에서 상담 받고, 일상을 회복한 여성노동자들도 목소리를 보탰다.(*각 여성노동자들의 발언은 활동가들이 대독했다.)
A씨는 직장 내 성희롱을 회사에 고발했지만, 회사가 아무일도 아닌 것처럼 행동하는 걸 보고 회사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잃고 퇴사했다. 퇴사 전 국민신문고에 신고하고, 같은 피해를 입은 동료들의 증언을 받아 진술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증언은 증거가 아니’라는 말과 함께 회사에서 조치를 한 것으로 판단했다. 근로감독관도 사건을 종결하라고 할 뿐이었다. 억울한 마음으로 마지막에 찾은 곳이 안산여성노동자회가 운영하는 고용평등상담실이다. A씨는 가해자가 여전히 회사에 남아있으며, 회사에 있는 여러 피해자들과 분리도 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야기를 했고, 상담 활동가는 관련 자료들을 찾고 문제점들을 정리했다. A씨는 상담실과 함께 다시 고용노동부, 안산시청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로 인해 사건은 재조사 될 수 있었다.
A씨는 “만약 안산여성노동자회 고용평등상담실에서 상담하지 않았더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억울한 피해자로 살아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안산여성노동자회 고용평등상담실 덕분에 가해자가 징계 받고 다른 지역으로 발령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며, “이 일로 약자를 위한 고용노동부는 없다는 걸 알게 됐다. 안산여성노동자회 고용평등상담실 같은 곳들이 더 늘어나고 알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B씨는 “트라우마로 일상생활 재기는 꿈도 꾸지 못했었는데, 활동가의 지속적인 상담과 정서적 지지 속에 용기를 얻어 다시 취업해 일상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지금의 삶은 암울한 현실 속에서 상상하지 못했던 기적 같은 일”이라고 전했다. B씨는 “고용평등상담실 상담 지원은 축소되거나 없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고통 받았던 피해자의 외침을 외면하지 말아달라. 고용평등상담실은 노동법 안내를 넘어 피해자의 권리구제를 위해 정말 애쓰고 있다. 생계를 책임지며 사회에서 노동하며 살아가는 노동자 권리 회복을 위해서라도 고용평등상담실은 꼭 필요하다.”
‘고용평등’ 관련한 정부의 행태는 퇴행, 퇴행, 퇴행…
한국여성단체연합 김민문정 상임대표는 고용노동부의 계획에 대해 “부족하고, 위험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김민문정 대표는 “공적 시스템이 외면하거나, 공적 시스템에 접근할 수 없는 노동자들이 분명 존재하는 상황에서 민간 상담실을 없애는 건,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다양한 위치에 놓인 여성노동자들이 안전하게 말할 수 있는 공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고용평등상담실을 폐지하겠다는 건 “피해 권리구제 실효성을 명분으로 귀찮고 피곤한 존재들을 없애겠다, 여성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지우겠다는 의미”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김혜정 소장 또한 고용노동부라는 문턱을 넘을 수 없는 노동자들을 염려하며 질문을 던졌다. “노동자들이 고용노동부에 마음 편히 갈 수 있을까? 직장내 성차별, 직장내 성희롱 상담을 하러 전국 고용노동부 8개 지청에 찾아갈 수 있을까? 특히 3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 종사하는 여성노동자 문제를 전국 고작 8명의 상담원이 경청할 수 있을까?”
김 소장은 덧붙여 “고용평등상담실 인력 지원은 그동안 1명이었다가 2022년 겨우 1.4명으로 바뀌던 참이었다”며, “연간 11,892건의 직장내 성차별, 성희롱, 성과재생산, 괴롭힘 상담을 반토막 내겠다는 것인가?” 반문했다.
전국 고용평등상담실 활동가들은 이 문제만 아니라 현 정부에서 고용평등과 관련된 예산을 삭감, 또 삭감하고 있다는 부분도 지적했다. 건전한 직장문화 조성을 목적으로 운영되었던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자료 제작과 영세사업장 예방교육 지원 예산도 전액 삭감됐다는 것이다. 기자회견이 모인 활동가들은 “고용노동부가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모두 놓아버린 것”이며, 이것은 “사실상 국가의 기능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라고 외쳤다. 정부뿐만 아니라 국회에서도 이 외침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 기사 좋아요 10
<저작권자 ⓒ 일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노동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