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침해하지 않는 인권”을 생각합니다

기후정의, 공공성, 지역주권을 이야기하는 시의원, 스즈키 치히로

이토 하루나 | 기사입력 2023/12/29 [15:58]

“자연을 침해하지 않는 인권”을 생각합니다

기후정의, 공공성, 지역주권을 이야기하는 시의원, 스즈키 치히로

이토 하루나 | 입력 : 2023/12/29 [15:58]

올해 4월에 실시된 일본의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도쿄도 고쿠분지시(国分寺市)에서 시의원으로 처음 당선된 스즈키 치히로(鈴木ちひろ) 씨. ‘시민들이 주체가 되어 환경 문제 등에 주력하는 도시 활성화’를 목표로 내걸고 있다.

 

선거에서는 지하수에서 PFAS(유기불소화합물)이 검출된 문제도 언급했다. 2019년, 고쿠분지시 등 다마 지역에서 지하수의 PFAS 농도가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시민단체가 진행한 혈액검사에서는 고쿠분지시의 피험자 중 94%가 미국에서 건강피해가 있다고 판단하는 수치를 넘겼다. 지하수와 도시농업이 활성화되어 있는 환경에 매력을 느껴 작년에 이 도시로 막 이사했던 스즈키 치히로 씨는 충격을 받았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우선 국가가 원인 규명을 철저하게 해주길 바랍니다. 시에는 무료 혈액검사와 토양 및 농작물 검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신속한 대응을 원하니까요.”

 

▲ 올해 도쿄도 고쿠분지시(国分寺市)에서 시의원으로 당선된 스즈키 치히로(鈴木ちひろ) 씨. 1996년 가나가와현 후지사와시 출생. 일본어 교사로 부임했던 아마미오시마에서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유기농업을 하는 동료로부터 고쿠분지시의 유기농카페를 소개받아 2022년에 이주, 카페 스태프와 돌봄 노동을 하며 시의원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 오치아이 유리코 ©落合由利子)


깨끗한 바다에 이끌려 이주했는데, 백화한 산호를 보고 충격

‘기후 부정의’ 문제와 삶과 정치의 연결에 관심갖게 돼

 

스즈키 씨의 이전 직업은 일본어를 가르치는 교사. 일찍이 해외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택한 직업이었다.

 

“보육사였던 어머니의 방침으로, 저는 ‘놀이’ 중심의 유치원에 다녔어요. 그랬더니 초등학교에 가서 공부가 뒤떨어지더라고요. 달리기도 느리고. 주변 아이들이랑 비교되는 것이 힘들어서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집에서는 ‘마초적인 아버지’에 대한 반발심을 느꼈다. 고등학생 때 담임선생님이 개인적으로 빌려줬던 우에노 치즈코 씨의 『안녕, 학교화사회』를 읽고, 획일적인 삶의 방식을 요구하는 사회의 문제를 깨닫고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자각했다.

 

그 무렵 일본어 교사를 꿈꾸게 되었고, 3년 후 깨끗한 바다에 이끌려 가고시마현 아마미오시마(奄美大島)의 학교에 부임했지만, 해수 온도 상승으로 백화한 산호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게다가 코로나가 퍼지며 직장을 잃게 되었다.

 

시간을 들여 환경문제에 대해 리서치를 시작했더니, 기후위기는 그 원인을 만든 대기업과 윗세대가 아니라 젊은 사람들, 여성, 가난한 사람 같은 소수자에게 피해가 간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그 ‘불공정함이 용납되지 않아’ 적극적으로 ‘기후정의’라는 말을 쓰고 있다.

 

이듬해부터는 지인의 소개로, 도치기현 나스시오바라시의 ‘아시아학원’에서 유기농업을 배우기 시작했다.

 

“(관행)농업이 환경에 미치는 좋지 않은 영향을 알게 되었고, 유기농업을 배우며 환경문제와 삶과 정치의 연결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즐겁게, 느리게, 돈 들이지 않고, 굶지 않는 선거운동

 

스즈키 씨는 ‘기후위기 문제를 널리 호소하기 위해, 도쿄로 와서 횡적 연대를 만들면서 실천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의원이 되기로 결심했다.

 

유기농업을 하는 동료로부터 고쿠분지시의 유기농 카페를 소개받아 2022년에 이주한 후, 카페 스태프, 돌봄 노동을 하며, 이번 선거를 준비했다.

 

‘공공성’과 ‘지역주권’을 지향하는 자치의 방식은 ‘즐겁고 느리게’, ‘돈을 들이지 않는’, ‘굶지 않는’이라는 스즈키 씨의 선거방침에서도 전해진다.

 

▲ 도쿄도 고쿠분지시(国分寺市) 시의원 스즈키 치히로(鈴木ちひろ) 씨. 2023년 4월 열린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유세하는 모습. (출처-공식 홈페이지 https://chihirokokubunji.com)

 

“종종 ‘당신의 한 표가 꼭 필요합니다!’라는 구호를 듣습니다만, 후보자가 아래에 있고 유권자가 위에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이상했어요. 유권자가 책임을 갖고 선택하는 게 당연하니, 위아래가 있을 리 없죠. 그래서 저는 ‘부탁’하지 않고 ‘어떤 사람에게 도시를 맡기고 싶습니까?’라고 호소했어요.”

 

선거팀의 리더가 “일본 사회는 ‘완벽한 인간’의 기준을 강요하기 때문에 버겁다. 모자라는 사람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라고 말했는데, 스즈키 씨는 그 말에 엄청 공감했다고 한다. ‘모자람’이라는 단어도 선거 활동을 도와줬다.

 

“여하간 제가 모자라서 물건도 잘 잃어버리고, 자주 실수도 하거든요(웃음). 하지만 모자란다는 말을 구호로 사용해보니 의외로 다들 실수한다는 걸 알게 됐고, 실수에도 같이 웃어넘길 수 있어 마음이 편했어요.”

 

선거 전부터 스즈키 씨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은 시민운동이 뿌리내린 지역의 활동가와 선배 페미니스트들이다. 이웃한 고가네이시의 간도 아키코 도의원은 그녀의 롤 모델이다.

 

지역을 안전한 장소로 만들기

 

일본어를 가르치던 교사 시절에 만난 학생 다수는 아시아계였는데, 그 학생들이 백인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자주 불심검문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에 힘들어하는 학생들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일본의 입국관리법이 개정된 후, 스즈키 씨는 시의회에서 입국관리 문제를 언급하며 지역의 당사자가 공공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 질문한 적이 있었다. 미적지근한 반응이었다. 동료의원들은 “왜 시의회에서 입국관리에 대한 질문을 하냐”며 놀라워했다. 하지만, 체류자격이 없어도 공공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시의 공무원이 처음으로 알게 되는 등, 스즈키 씨가 질문한 의미는 있었다고 평가한다.

 

“법률은 돌고 돌아 내가 사는 마을에도 영향을 주는데, 그 질문에 놀란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어요. 시 공무원은 체류자격이 없는 사람을 발견하면 신고할 의무가 있는데, (그들이) 범죄자도 아닌데 이상하잖아요? 그래서 ‘신고 의무보다 공공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위에 있다. 상상력을 가져라!’하고 강조했습니다. 이 일을 통해 정말이지 인권의식이 얼마나 없는 사회인지를 통감했습니다.”

 

스즈키 치히로 씨는 시의원으로서 기후위기에 관한 활동을 본격적으로 펼칠 예정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인권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는 의원으로서, 자연을 침해하지 않는 인권에 대해 생각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새롭게 해보고 싶은 일도 있다.

 

“지역에 ‘머물 곳’을 만들고 싶어요. 보다 안전한 공간이기도 하고, 가정도 직장도 아닌 써드플레이스(Third Place) 같은 곳을 상설로 만들고 싶습니다.” (번역: 고주영)

 

-〈일다〉와 제휴한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 제공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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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미모 2026/02/22 [14:30] 수정 | 삭제
  • 우리나라에도 이런 분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스즈키씨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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