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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 말]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okeesalon.org)은 모든 나이듦이 존엄한 사회, 다양한 나이대가 호혜적으로 연대하는 사회를 꿈꾸는 페미니스트 연구소입니다. 지난 3년간 옥희살롱 연구활동가들이 노인요양시설 안팎의 돌봄에 대해 고민해온 바를 시민들과 나누려 합니다. 이를 통해 ‘정의로운 돌봄사회로의 전환’에 대한 페미니스트 사유 지평을 넓히며, 변화의 지향점을 좀 더 구체화해나갈 수 있는 토론의 장이 열리길 기대합니다.
좋은 돌봄의 요건, 돈보다 더 중요한 이것
지난 해 옥희살롱과 함께 보호자 인터뷰를 진행했다. 모두 서로 다른 보호자 경험을 거쳤음에도, 본인의 노후와 돌봄에 대해 물으면 한 분을 제외하고 깔때기를 갖다 댄 것처럼 생각이 하나로 모아졌다. “돌봄은 결국 돈으로 버티게 되는 것”이니, “결론은 하나.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것이다. 돈이 많아야 자신이 가족을 맡긴 ‘그런’ 요양시설이 아니라 “내가 집으로 느낄 수 있는”, “독립된, 오피스텔” 같은 시설에서 살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맞다. 편안한 노후와 좋은 돌봄을 위한 돈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데 거기서 끝인 것은 어쩐지 이상하다. 우리가 나이듦과 돌봄을 생각할 때, 돈 말고 더 이야기해야 할 중요한 무엇이 있지 않을까?
가족을 요양시설에 맡긴 보호자들의 이야기에서, 듣는 사람까지 막막해지고 화가 나고 속 터지는 사연에서 빠지지 않는 등장인물은 간병인이었다. 환자 옆에서 24시간 지내며 돌봄을 제공하는 간병인의 일당은 환자의 위중한 정도와 신체 크기에 따라 달랐다. 보호자들이 지불한 하루 12만원에서 17만원의 일당은 시간당으로 계산하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액수이지만, 매일 지불해야 하는 개인의 입장에서는 손이 떨리는 부담이다.
그런데, 간병인과 얽힌 사연에서 돈은 도입부일 뿐이다. 잦은 교체가 불가피한 인력으로 채워진 시장에서 계약의 불안정성과 갈등은 운명과 같은 것이었다.
그동안 정부가 간병에 공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높았고, 그래서 등장한 것이 간호간병통합병원이었다. 보호자의 역할을 대폭 축소하고 병원의 간호인력이 간병업무를 담당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이 시스템은 현장에서 크게 환영받았다. 개인적으로 간병인을 고용했을 때보다 저렴하면서 신뢰할 수 있다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돌봄은 사람이 한다
내가 굳이 사회를 바꾸는 어려운 길을 가지 않더라도, 수억 원의 실버타운 보증금을 지불하고 매월 고액의 사용료를 감당할 수 있다면, 이 이야기는 끝이 아닐까. 최근에는 대기업이 만든 ‘호화’ 요양시설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이에 대해서는 럭셔리 노인홈을 두고 일본의 고령화 저널리스트가 한 논평을 소개하고 싶다. 웅장한 외관에, 로비에 대리석이 깔려 있고, 식당에서는 실내악이 연주되고, 유기농 건강식이 매일 제공된다고 하더라도, 나를 돌봐주는 것이 결국 최저임금의 고강도 노동을 하는 직원이라면, 그게 무슨 럭셔리한 돌봄이냐는 반문이었다. 돌봄은 건물이나 설비가 아니라 사람이 한다.
옥희살롱이 인터뷰한 보호자 중에 가족을 사설요양원에 맡긴 시립요양원 요양팀장이 있었다. 업계 사정을 잘 아는 만큼 어지간한 일은 ‘입꾹닫’ 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울컥해서 시설에 항의했던 것은 기저귀 때문이었다. “어쩌다 어머니 기저귀 속을 보면, 속기저귀로 쓰는 패드가 늘 세 개 이상이었다. 요양보호사가 일이 많으니까 신속하게 기저귀 케어를 하려고 속기저귀를 넣어둘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이해한다. 나도 현장에 있으니까. 그래도 세 개, 네 개, 이거는 아니지.”
결국 그 분은 본인이 근무하는 시설로 어머니를 옮겼다고 한다. 팬츠형 기저귀 안에 패드 기저귀를 여러 장 깔아놓고 케어를 해야 할 정도로 손이 모자라는 상황에서, ‘좋은 돌봄’ 운운은 애초에 논외가 되어 버린다. 우리가 좋은 돌봄을 받고 싶으면, 돌봄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우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좋은 돌봄은 좋은 일자리의 산물이다.
일본 방문요양사 ‘헬퍼’의 사례
기저귀케어의 달인들을 다수 보유한 일본도 노인돌봄이 ‘나쁜 일자리’가 되는 것은 막지 못했다. 일본의 개호보험은 2000년 출범 이후 3년마다 보수를 변경해왔는데, 개정을 거듭하면서 방문요양의 수가는 꾸준히 낮아졌다. 제도 출범 당시에는 그럭저럭 괜찮은 일자리였던 방문요양 일이 현재는 슈퍼마켓 단시간 노동의 보수도 밑도는 나쁜 일자리가 되어버렸다.
보수 삭감의 명분은 75세 이상 고령인구의 급속한 증가에 따른 정부재정 부담의 완화였다. 그 결과, 현재 일본은 개호 직종에서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개호직 중에서도 특히 재가 방문요양을 담당하는 방문개호원(통칭: 헬퍼)의 부족이 두드러진다. 구직자 수에 대한 구인 수의 배율이 유효구인배율인데, 1배 이상이 되면 구인이 구직을 상회하는 것으로 본다. 2022년 기준으로 전직종 평균이 1.29배인데 비해 전체 개호직원은 3.6배이고, 헬퍼의 경우는 15.53배에 달했다. 신규 진입하는 이가 없어 현장에는 60대의 헬퍼가 다수를 차지하고, 직원을 구하지 못해서 문을 닫는 사업소가 각지에서 속출하고 있다. 일부 사업소에는 80대의 헬퍼가 기저귀를 차고 방문요양을 다닌다는 소문도 있다.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로봇, 외국인, 고령자’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모아진다. 로봇은 주로 이동을 보조하는 수단으로 개발된 것이 많은데, 현재는 몇몇 시설에서만 집중적으로 활용될 뿐 다수의 현장에서는 외면받고 있다. 개호로봇은 정부보조금을 받는다고 해도 구입비용과 유지관리비용이 높고 부피가 커서 자리를 차지하기 때문에 소규모 요양시설에서는 실효성 있는 대안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또 일본 정부는 2017년 개호복지사 자격을 지닌 외국인의 재류 자격을 신설하고, 이들이 가족을 동반해서 일본에서 영주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베트남 여성의 유치에 힘을 기울였다. 그 결과 2017년 개호복지사 자격을 지닌 외국인이 약 400명이던 것이 2022년에는 6,900명까지 증가하는 성과를 냈다. 그 중 40%가 베트남 여성이었다.
그러나 코로나 종식 후 외국인 개호복지사의 성장세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중국이 돌봄인력 수입에 나서면서 인재확보 쟁탈전이 격화되었고, 엔화 약세로 인해 일본이 이주노동자의 목적국으로서 매력이 감소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은 베트남보다 소득수준이 더 낮은 미얀마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런데 이 방식은 성공한다고 해도 시간이 걸린다. 가장 빠른 길은 ‘있는 직원을 은퇴 못 하게 붙들어 두는 것’이다. 이제 80대의 현역 헬퍼는 화젯거리도 되지 못한다. 92세에 요양원의 치매 전담 직원으로 일하는 이가 언론의 주목을 받더니, 끝판왕이 등장했다. 97세에 고령자주택단지에서 간호사로 근무중인 이케다 키누 씨는 『죽을 때까지, 일한다』(死ぬまで、働く)는 제목의 수필집도 출간했다. 이쯤 되면 소문으로만 떠돌던 ‘일본여성 초인화 계획’이 정말로 진행 중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의 개호보험제도 후퇴를 저지시킨 여성들
그런데 돌봄인력 부족에 대처하는 일본 정부의 본격 대책은 따로 있다. 개호보험제도를 개정해 수요를 획기적으로 억제하는 방안이 그것이다. 낮은 등급 판정을 받은 다수의 이용자를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하고, 복지용구 대여나 케어플랜처럼 무료로 받던 서비스를 모두 유료화하고, 서비스 이용시의 자기부담율을 2배 이상으로 올리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개호보험 개정계획안이 발표되었다.
정부 계획에 대한 반발은 거셌다. 발빠르게 대처한 것은 히구치 게이코와 우에노 지즈코였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대표로 있는 ‘더 나은 고령사회를 위한 여성의 모임’과 WAN(Women’s Action Network) 주최로, 의회 내에서 “개호보험의 후퇴를 절대로 용서 못한다!”는 반대 집회를 개최했고, 이 내용을 즉시 책으로도 출간했다.
“죽을 때까지 싸운다.”
현재 관련 단체와 연합하여 ‘돌봄 사회를 만드는 모임’을 결성하고 “평생 보험료를 내고도, 막상 필요할 때 보험 사용을 못 하게 하는 정부의 개호보험 개악안은 ‘보험사기!’”라는 프레임으로 개악 백지화 투쟁을 전개하는 중이다.
애초에 좋은 돌봄은 주문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 좋은 돌봄을 창출하기 위한 공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돌봄을 좋은 일자리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주어지는 선물과 같은 것이다. 유병장수가 우리 대부분의 운명이 되어가는 시대에서 좋은 돌봄이 있는 미래를 원한다면, 덮어놓고 ‘돈을 벌자’로 치닫기 전에 우선 서로 머리를 맞대보자. 좋은 돌봄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어떻게 현실이 되는가?
[필자 소개] 지은숙. 옥희살롱 연구활동가, 서울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학술교수, 한국과 일본사회를 현장으로 비혼/돌봄/공동체에 대한 인류학적 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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