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조선인, 부락민, 아이누, 난민…차별당하지 않을 권리를

일본 인권단체들 ‘포괄적 차별금지법 만들자’

다카키 스미코 | 기사입력 2024/03/16 [12:05]

재일조선인, 부락민, 아이누, 난민…차별당하지 않을 권리를

일본 인권단체들 ‘포괄적 차별금지법 만들자’

다카키 스미코 | 입력 : 2024/03/16 [12:05]

2013년 유엔 고문금지위원회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에 권고했을 당시, 아베 정권은 “권고에 법적 구속력은 없다”고 내각 의결했다. 지금까지도 일본은 많은 인권권고를 무시하고 있다. 이에 문제의식을 가진 인권단체들이 ‘유엔 인권권고 실현을 위한 실행위원회’를 발족해, 매년 12월 10일 세계인권의날 전후로 집회를 진행해왔다.

 

작년에는 12월 7일에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만들자!’는 주제로 집회를 열었다. 집회의 제목이기도 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란,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것과 더불어 국가 인권기관과 개인 진정 제도의 요건을 모두 갖춘 것을 뜻한다. 다음은 이날 발표한 5인의 연사들의 발언을 정리한 것이다.

 

▲ 일본의 인권단체들이 모여 발족한 ‘유엔 인권권고 실현을 위한 실행위원회’가 2023년 12월 7일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만들자!”는 주제로 집회를 열었다. 기조 강연을 하는 마에다 아키라 초센(朝鮮)대학교 법률학과 강사.  ©페민

 

기조 강연-마에다 아키라(초센대학교 법률학과 강사)

인종차별 철폐,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일본의 재판 사상 최초로 ‘차별당하지 않을 권리’가 인정된 것은 ‘전국 부락 조사 복각판 금지 소송’에 대한 2023년 6월 28일의 도쿄고등법원 항소심 판결에서이다. 248명의 원고와 변호단의 노력이 쌓여 이뤄낸 결과다.

 

[부락민(部落民)은 전근대 일본의 신분제도 하에서 최하층을 가리키는 말이다. 신분제가 폐지된 근현대에 와서도 부락민의 후손, 부락 출신자에 대한 차별이 암암리에 지속되고 있다. 부락 출신임이 알려지면 취업에 불이익을 겪거나, 혼인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전국 부락 조사 복각판 금지 소송’은 일본 전역의 피차별부락 소재지 리스트를 현재 지명으로 업데이트해 복각판으로 출간하려는 출판 주체 ‘돗토리 루프’에 대해, ‘차별을 조장한다’는 사유로 기소한 사건이다.]

 

2013년의 유행어 대상에 ‘혐오발언(hate speech)’이 올랐고, 2016년에는 ‘혐오발언 해소법’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처벌 규정이 없어 실효성은 미미하다. 전 세계 150개국 이상에 ‘혐오발언 금지법’이 있고, 당연히 처벌 규정이 있다.

 

유엔은 ‘인종차별 철폐조약’을 1965년에 채택했으며, 일본은 그로부터 30년 후인 1995년에 이 조약에 비준했다. 조약비준국은 차별 철폐를 실현하기 위해 ①‘존중 의무’(국가가 차별적인 정책을 펴지 않는다), ②‘보호 의무’(차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특별법이나 정책을 만든다), ③‘실현 의무’(구체적인 조치. 과거의 불이익에 대해 적극적 시정 조치도 포함)라는 세 가지 의무가 있다.

 

‘인종차별철폐 NGO네트워크’는 공동으로 보고서를 작성해, 유엔에서 법률 제정을 위한 로비활동을 펼쳐왔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지금까지 일본 정부에 네 차례 ‘차별금지법 제정, 국내 인권기관 설치’를 권고했지만, 일본 정부는 모두 거부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꼭 만들고 싶다.

 

▲ 다나카 히로시 ‘외국인·인권법 연락회’ 공동대표는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중국인 대학살로부터 100주기가 되도록, 일본 정부가 사실관계를 밝히거나 인정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페민


특별보고① 다나카 히로시(외국인·인권법 연락회 공동대표)

관동대지진 100년의 해…정부의 기록이 없다?!

 

100년 전, 도쿄제국대학신문(1923년)에는 조선인 유학생 윤태동이 관동대지진(간토대지진) 당시 일어난 조선인 학살과 관련하여 “...조선인을 죽이는 것이 일본국에 대한 공로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라고 쓴 기사가 있다.

 

2021년,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00년 전 흑인 학살 사건의 땅을 찾아 “암흑은 많은 것을 감출 수는 있지만, 아무것도 지울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중국인 대학살로부터 100주기인 2023년, 기시다 수상과 고이케 도쿄도지사로부터 이런 발언을 들을 수는 없었다.

 

일본 정부의 통일된 견해는 “정부 내에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기록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 학살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큰 문제이다.

 

▲ 오다 아사히 ‘외국인수용소 수용자의 친구들’(SYI) 활동가는 출입국관리소 구금과 강제송환 정책이 만드는 인권 문제를 지적하며, 2023년 6월 통과된 출입국관리·난민인정법 개정안의 여파에 대해 이야기했다. ©페민


특별보고② 오다 아사히(SYI, 외국인수용소 수용자의 친구들)

체류자격 없는 외국인은 인권도 없나…문제적 ‘출입국관리·난민인정법’

 

도쿄올림픽 개최가 결정된 2013년부터 출입국관리 정책이 강화되었다. 체류자격이 없는 외국인이 어떤 사정이 있든, 용서 없는 강제수용과 송환이 진행되었다.

 

2018년 “송환 가망이 없는 자도 원칙적으로 수용을 계속하고, 송환을 위해 노력한다”는 공문으로 인해, 출입국관리소 구금이 장기화되고 수용자에 대한 수용소 직원의 폭력도 늘었다.

 

인권침해 소지로 인한 여론의 반발로 한번 폐기되었던 ‘개정’ 출입국관리·난민인정법이 2023년 6월에 끝내 통과되면서, 난민 신청은 세 번까지로 제한되고, 송환을 거부하면 형사처벌에 처하는 등 상황은 더욱 엄격해졌다.

 

‘외국인수용소 수용자의 친구들’(SYI)이 교류하고 있는 쿠르드 배경 어린이들은 일본에 남아 열심히 살고 싶다고 말한다. 출입국관리소는 일본에서 태어나 학교에 다니는 18세 미만의 어린이들 140명과 부모에게 특별 체류자격을 부여한다고 했지만, 아직도 그들의 비자는 나오지 않았다. 심지어 유소년기에 일본으로 온 아이들이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점은 중대한 문제다.

 

▲ 재일조선인인권협회 사무국에서 일하는 박금우기 씨는 일본 정부의 조선학교 차별에 대해 비판하며, “차별금지법이 있다면 가장 먼저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일본 정부일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페민


특별보고③ 박금우기(재일조선인인권협회 사무국)

“정점에는 제노사이드가 있어” 조선학교 차별의 현재

 

(재일조선인에 대한 혐오 피라미드 그림을 스크린에 투사하며) 삼각형의 정점까지 5단계의 차별구조가 있다. 가장 넓은 저변은 ‘선입견에 근거한 태도’이고, 다음이 ‘무의식적인 차별과 편견’, 그리고 ‘차별행위’부터 ‘폭력행위’, 정점에는 ‘제노사이드-대학살(genocide)’이 있다.

 

관동대지진 당시의 학살은 민간인 외에 경찰 등 공인도 가담한 제노사이드이다.

 

일본 정부는 조선학교를 ‘고교 무상화 제도’에서 배제하는 등 스스로 차별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차별금지법이 있다면 가장 먼저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일본 정부이다. 정부가 차별금지법을 만들지 않는 이유는 바로 그것 때문이 아닐까.

 

▲ ‘선주민족 아이누의 목소리 실현! 실행위원회’ 대표 다와라 요시코 씨는 홋카이도에서 온라인으로 집회에 참여해, 정치권에서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 발언이 반복되고 있는 현실을 호소했다. ©페민


긴급호소-다와라 요시코(선주민족 아이누의 목소리 실현! 실행위원회 대표)

아이누 사업 관계자를 ‘공금 빨대’라고 야유…정치인의 차별 발언 반복돼

 

마지막으로, 온라인을 통해 ‘선주민족 아이누의 목소리 실현! 실행위원회’ 대표 다와라 요시코 씨로부터 홋카이도에서 긴급호소가 전해졌다.

 

“아이누족 여성은 일본 사회의 민족차별, 가부장제 등 소수자의 ‘복합차별’을 받아왔다. 자민당의 스기타 미오 중의원 의원이 아이누 사업 관계자를 ‘공금 빨대’라고 야유한 일은 삿포로법무국에 인권구제 신청이 되었고 ‘인권침해’로 결론이 났다. 내각관방 아이누통합정책실 역시 ‘(아이누)지원사업에 부정 운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스기타 의원은 차별 발언을 반복하고 있다.”

 

다와라 요시코 씨는 이렇게 호소하며 울분을 토했다.

 

객석에 있던 ‘유엔 인권권고 실현을 위한 실행위원회’ 사무국의 다니구치 시게루 씨는 “인권침해를 호소하기는 정말 어렵다. 스기타 의원은 정권의 비호 아래 다와라 씨에 대한 혐오를 반복, 증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집회에서는 정부, 정치가 등 공권력에 의한 차별 문제가 극히 심각한 수준이라는 얘기가 반복적으로 나왔다. 그리고 다시 한번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참가자 모두 공감하는 자리였다. [번역: 고주영]

 

-〈일다〉와 제휴 관계인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 제공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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