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버린 쓰레기의 생애를 따라가다

마포자원회수시설, 수도권매립지, 재활용 선별장…〈쓰레기 투어〉

박주연 | 기사입력 2024/03/20 [11:17]

내가 버린 쓰레기의 생애를 따라가다

마포자원회수시설, 수도권매립지, 재활용 선별장…〈쓰레기 투어〉

박주연 | 입력 : 2024/03/20 [11:17]

다가오는 2026년부터 수도권 쓰레기(*종량제봉투에 담아 버리는 생활쓰레기)는 직매립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시민은 얼마나 될까? 매일 약 5천톤의 쓰레기가 땅에 묻히고 있고, 서울 내 5개 자원회수시설(쓰레기 소각장) 중 한 군데에서만 매일 600톤의 쓰레기가 태워지고 있다는 사실은? 매일 매일 쓰레기를 버리면서 그 쓰레기가 어디로 가는지 추적해보거나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이제 코앞까지 와 버린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실감하면서도, 내가 배출하는 쓰레기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할 때가 많다. 인간이 먹고 살면서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고서는 살 수 없다고.

 

그렇다면 적어도 쓰레기가 어디로, 어떻게 가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지구를 공유하는 생명체 중 가장 많은 쓰레기를 배출하는 이로서 최소한의 도리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마침 〈쓰레기 투어〉가 진행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와 제로웨이스트 샵(리필 스테이션) 알맹상점이 함께 주최한 이 〈쓰레기 투어〉는 마포자원회수시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재활용선별장을 거쳐 알맹상점과 ‘수리상점 곰손’까지 둘러보는 일정으로 채워졌다.

 

3월 14일 오전 9시 40분, 서울 합정역에서 모인 서른 명이 조금 넘는 시민들이 쓰레기를 쫓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 마포자원회수시설. 반입장을 통해 들어온 쓰레기들을 크레인이 어느 정도 분해하고(왼쪽), 이후 파쇄기에서 넣는다(오른쪽). ©일다


쓰레기를 줄이면 ‘소각장’ 더 만들 필요 없잖아요

 

처음 도착한 곳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마포자원회수시설. 현재 우리가 버린 쓰레기는 세 가지 방법, 재활용, 소각, 매립으로 처리되는데, 이곳은 소각 처리하는 곳이다. 2005년 5월 준공되어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마포자원회수시설은 서울 시내의 총 5개(마포, 양천, 노원, 강남, 은평)의 자원회수시설 중 하나로, 종로구, 중구, 용산구, 서대문구, 마포구의 생활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다. 하루 250톤씩 3번, 총 750톤을 소각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지만 현재는 시설이 조금 노후화된 관계로 하루 200톤씩 3번, 총 600톤의 쓰레기를 소각한다.

 

이른 새벽 종량제 봉투에 담긴 가연성 생활 쓰레기가 트럭에 담겨 오면, 악취 확산 방지 시설을 갖춘 반입장 출입문을 통해 쓰레기를 이동시키고, 이후 크레인이 쓰레기들을 30m미터 이상 들어 올렸다가 아래로 던져 소각장에 들어갔을 때 잘 탈 수 있도록 파봉 작업을 한다. 이후 이 쓰레기는 벙커에 있다 소각로로 투입되고, 800도 이상의 불에서 소각된다. 소각시 발생하는 연기는 당연히 그대로 배출되는 게 아니라 여러 단계를 걸쳐 유해가스를 최소화한다. 소각로 굴뚝 꼭대기엔 오염 물질을 측정하는 시스템이 있어, 실시간으로 측정된다. 이는 홈페이지에서 확인도 가능하다. 또한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 에너지는 전기로도 판매되며, 소각재를 통해 벽돌을 만들기도 하는데 현재는 생산하고 있지 않다.

 

쓰레기가 소각되는 과정이 여러 공정을 거쳐 안전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인상적이었고 안심되기도 했다. 이번 투어를 총괄 진행한 고금숙 알맹상점 대표는 “이런 소각시설이 주민들 가까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야 소각 과정이 안전할 수 있고 데이터가 계속 공개될 수 있는데, 시설을 멀리 (사람이 적은 곳으로) 치워버리면, 쓰레기의 이동 경로도 길어질뿐더러 관리가 덜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고금숙 대표는 “시설 밖으로 나가는 공기는 안전하지만, 시설 내부 공기가 나쁘다. 이것이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나온 적 있었다”고 지적했다. “주민들의 건강 뿐만 아니라, 8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을 안전하게 지키는 방법에 대해서도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이 마포자원회수시설을 2035년에 폐쇄하고 하루에 1,000톤을 감당할 수 있는 새로운 시설을 2030년까지 지하에 건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해 마포구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현재의 시설이 점점 노후화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2026년부터 수도권 쓰레기의 직매립이 금지되기 때문에 지금 매립하는 쓰레기를 소각할 장소가 필요한 탓이다.

 

고금숙 알맹상점 대표는 시설을 어디에 만들지가 아니라, 어떻게 쓰레기를 줄일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했다. “천 톤의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으면, 새로운 시설을 만들 필요가 없지 않은가?" 천만 명 수도권 시민이 한 사람 당 100g(라면 한봉지가 85g)의 쓰레기만 줄이면 천 톤의 쓰레기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또한 “생활폐기물 전처리시설(종량제 봉투의 생활 쓰레기를 매립 전 파봉하여 기본적인 재활용 가능 물질을 자동으로 분류함)을 통해 소각 쓰레기를 줄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무엇보다 분리수거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소각시설을 지하에 만드는 점에 대해서도 “외관상 좋을지 몰라도, 시설 안 환경은 당연히 나쁠 수 밖에 없다. 또한 쓰레기를 안 보이는 방향으로 치우는 건, 쓰레기를 줄이는 방안은 아니”라고 짚었다.

 

▲ 인천에 위치한 수도권매립지. 현재 매립이 끝난 제2매립장 위로 올라가 제3매립장을 바라봤다. 큰 트럭들이 드나드는 모습이 보였다. 쓰레기 매립장이라고 하지만, 쓰레기 냄새는 인지할 수 없는 정도였다. ©일다


수도권 폐기물이 매립되는 장소에 가다

 

인천에 위치한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로 이동했다. 수도권매립지는 전체 면적 약 1,600만 제곱미터로, 서울 여의도의 5배 반 정도다. 1992년부터 매립을 시작했고,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인근 지역의 66개 시군구 중 64개 시군구의 생활 폐기물, 사업장 폐기물이 들어온다. 현재 제2매립장까지 매립이 완료된 상태로, 지금은 제3매립장을 사용하고 있다. 제1매립장은 현재 드림파크 스포츠센터, 골프장, 야생화단지로 변모한 상황이다. 제2매립지의 사용 방안에 대해선 여전히 논의 중이지만, 태양열 단지 등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쓰레기 매립은 총 8단으로 이뤄지며 한 단 당 5m, 그러니까 총 40m까지 쌓아 올린다. 이 때 쓰레기만으로 5m를 채우는 건 아니고, 쓰레기 4.5m와 흙 0.5m로 채워진다. 쓰레기가 매립된 후 쓰레기가 썩어 부패되면서 땅 아래로는 침출수가 발생하고 땅 위로는 매립가스가 발생하는데, 이것을 친환경으로 처리하기 위해 침출수 처리장이 마련되어 있으며, 매립가스는 포집해 발전 시설로 이송한다. 침출수는 생물학적 처리공정, 화학적 처리공정을 거쳐 최종 처리수로 만들어, 발전용 냉각용수, 조경 및 청소용수 등으로 재이용한다. 이 때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는 에너지로 쓰기도 한다.

 

▲ 침출수 및 폐수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바이오가스로 난방하여 식물을 키우는 양묘온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견학을 하면 이 곳에서 키운 식물을 기념으로 입양해 갈 수 있다. ©일다


2021년까진 하루에 약 1만 2천톤의 쓰레기가 매립장에 들어왔다. 이후 건설현장 폐기물 중 중간잔재물인 금속, 유리 등을 정리해서 뺀 후 나머지 것들만 들어오도록 정책이 바뀐 후로는, 약 5,500톤의 쓰레기가 들어오고 있다. 2026년부터는 쓰레기 직매립이 아예 금지되고, 소각 이후의 소각재만 들어올 예정이다.

 

재활용 선별장에 ‘사람이 있다’는 걸 기억해 달라

 

다음은 인천의 한 민간 재활용 선별장. 정부·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마포자원회수시설과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와 달리 환경이 녹록치 않았다. 이 재활용 선별장은 단독주택 및 다세대 빌라 등에서 온, 분리배출이 되지 않은 재활용 쓰레기가 모이는 곳이다.

 

담당자는 쓰레기 더미 앞에서 쓰레기 봉투 하나를 파봉하며, 재활용 쓰레기들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점부터 언급했다. “예전보단 나아졌지만, 음식물이 남았는데 그대로 재활용 쓰레기로 버리는 일이 여전하다”는 것. “재활용 쓰레기를 깨끗하게 버리기만 하면, 버리는 것 중 70%는 재활용 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 인천의 한 민간 재활용 선별장에 쌓인 재활용 쓰레기. 담당자가 음식물이 여전히 남아있는 유리병을 들어 보여주며, 세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다


아파트 등에서 분리수거 된 재활용 쓰레기가 오는 게 아니라 분리배출이 되지 않은 쓰레기가 오는 이 선별장의 경우, 결국 노동자가 일일이 선별하는 과정을 거친다. 스티로폼 박스에 붙어있는 종이나 테이프, 노끈 등도 제거해야 하지만 일일이 다 할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재활용 과정에서 불순물이 섞인 제품이 나오게 되고, 이는 좋은 재질의 상품으로 여겨지지 못한다.

 

선별장 곳곳에 쌓인 재활용 쓰레기, 이들의 활용 방안을 설명해 준 담당자는 재활용율을 높이기 위해선 무엇보다 시민들의 노력과 동참이 필요하다고 했다. “많이도 필요 없다. 딱 한번 만이라도 물로 헹궈서 쓰레기를 버려달라”는 점을 재차 언급했다. 음식물 쓰레기 등 이물질이 그대로 남아있으면 몇 번이고 세척해야 하는데다 화학용품을 써야 하고, 일일이 선별해야 해서 일도 많아지고 그에 따른 비용도 커지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의 모습도 보였다. 고금숙 알맹상점 대표는 “재활용 쓰레기에 음식물을 함께 버리면 악취 뿐만 아니라 곰팡이 등의 문제가 발생해, 지금은 그래도 좀 낫지만 여름엔 일하기 힘들다. 쓰레기를 버릴 때 일하는 사람들의 인권과 노동권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짚었다.

 

또한 “쓰레기를 처리하는데 사실 정말 많은 세금 및 비용 들어가는데, 그걸 시민들이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쓰레기가 이동하고, 처리되는 과정에 관심을 촉구했다.

 

▲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제로 웨이스트 샵/리필 스테이션 ‘알맹상점’엔 페트병 뚜껑, 우유팩 등 재활용할 수 있는 용품을 기부할 수 있다.(알맹상점 수거 안내 https://almang.net/recycle) ©일다


다시 쓰고, 고쳐 쓰고, 채워서 쓰자!

 

투어의 마지막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알맹상점과 수리상점 곰손. 알맹상점은 쓰레기를 줄이고 싶어서, 일회용품을 덜 쓰고 다회용기로 장을 보고 싶었던 고금숙 대표를 비롯한 시민들이 뜻을 모아 2020년 6월에 오픈한, 국내 최초 리필 스테이션이다. 알맹상점에서 세제, 화장품, 과자 등을 사려면 용기를 가져와야 한다. 손님들은 직접 용기에 구매할 제품을 담아, 무게를 재고, 그에 따른 가격을 지불한다. 이외에도 재생용품으로 만들어진 물건이나 오래 반복해서 쓸 수 있는 친환경적인 물건들도 구매할 수 있다. 알맹상점의 이런 시도는 전국 곳곳에 제로웨이스트 샵 및 리필 스테이션이 생기는데 일조했다.

 

올해 2월엔 알맹상점 근방에 수리상점 곰손도 생겼다. ‘수리할 권리’를 이야기하는 수리상점 곰손은 옷 수선, 우산 수선, 아이폰 액정 수리, 도자기 복원 등의 기술을 알려주고 다양한 공구 등을 공유한다. 새 제품을 사고, 또 버리고, 사고를 반복하는 생활을 통해 발생하는 쓰레기를 줄이는 건 물론, 다양한 수리 기술도 익힐 수 있는 공간을 꿈꾸고 있다.

 

투어를 마무리하며 고금숙 대표는 “쓰레기를 줄이고, 환경을 지키는데 제도나 정책도 물론 중요하지만, 시민의식과 문화 또한 무척 중요하다”고 했다.

 

▲ ‘수리상점 곰손’ 내부에 적힌 문구. 인스타그램 @gomson_repair   ©일다


쓰레기는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우리는 어떤 쓰레기를, 어떻게 배출할 것인가? 쓰레기 투어를 통해 내가 버렸던 쓰레기를 다시 쫓아가며,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충분히 쓰레기가 변모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하지만 그냥 쓰레기를 치워버리는 걸로는, 그 변화에 도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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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30 [11:00] 수정 | 삭제
  • 기사를 통해 시설이 우리와 가까이 있어야 하는 이유를 처음 알게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 2024/03/24 [15:41] 수정 | 삭제
  • 내가 떠나는 날, 지구에 쓰레기를 많이 남기지 않고 돌아가고 싶다.
  • 2024/03/23 [00:56] 수정 | 삭제
  • 페미니스트 저널이 아니라 환경저널인 줄 알았네요 독자의 니즈를 좀 파악해주세요
  • 독자 2024/03/22 [15:30] 수정 | 삭제
  • 국도 다회용기에 받아서 사오고, 음식점에서 남은 음식 싸오는 나를 칭찬해. 더 끈질기게 해보자.
  • 곰발바닥 2024/03/21 [22:03] 수정 | 삭제
  • 수리상점 이름이 곰손이라니 너무 귀엽잖아
  • ㅇㅇ 2024/03/21 [22:00] 수정 | 삭제
  • 힘내게 하는 기사 좋아요 :) 자꾸 자기 저능함 뽐내려고 분리수거 다 쓸모없다 그런 멍청한 소리나 해대는 인간들 인생 그렇게 모자라게 살든지 저는 더 열심히 분리수거, 일회용(특히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하려구요 링크 저장해놓아야겠어요!!
  • 와썹 2024/03/21 [15:58] 수정 | 삭제
  • 이런 투어 굉장히 유익한 것 같다. 몰랐던 것도 알게 되고.. 개인이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경각심도 생기고.. 공교육 쪽에서도 연계해서 환경교육 차원으로 투어 프로그램 많아지면 좋겠단 생각이 듭니다.
  • 팔레트 2024/03/21 [14:47] 수정 | 삭제
  • 코로나 시기에 배달 많이 시키다 보니까 진짜 쓰레기가 너무 늘어났다고 느꼈는데, 이게 우리집만이 아니니까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겠다 싶더라고요. 분리수거 깔끔하게 하고 다회용기 들고 다니고 비닐봉투 새로 안 사게 더 많이 노력하면 좋겠네요. 알맹상점에도 조만간 가보고 싶어요.
  • ㅇㅇ 2024/03/20 [16:30] 수정 | 삭제
  • 재활용이 70% 가량 된다고 하니까 분리수거 깨끗하게 신경 써서 하는 보람이랄까.. 의지가 더 생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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