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 요양보호사들 ‘임금 올려라’ 국가에 소송 제기

재가요양보호사 국가배상 청구소송 항소심 판결과 원고들의 이야기

가시와라 토키코, 구리하라 준코 | 기사입력 2024/06/19 [13:05]

방문 요양보호사들 ‘임금 올려라’ 국가에 소송 제기

재가요양보호사 국가배상 청구소송 항소심 판결과 원고들의 이야기

가시와라 토키코, 구리하라 준코 | 입력 : 2024/06/19 [13:05]

일본에서 2000년에 만들어진 개호(요양)보험 제도는 ‘돌봄의 사회화’를 목표로 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여졌다.(한국은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를 2008년부터 시행 중이다.) 그런데 지난 4년 간 요양보험 제도가 내리막길을 구르듯 붕괴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누구나 결국은 늙음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를 이용하는 고령자뿐 아니라 그 가족에게도, 돌봄노동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에게도 가혹하고 열악한 제도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

 

2019년 방문요양보호사들이 이동-대기-(서비스 이용) 취소 시간에 대한 급여를 지급받지 못하는 것과 저임금을 오랫동안 방치한 것에 대해 ‘국가가 규제 권한을 행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른바 ‘재가요양보호사 국가배상청구 소송’인데, 올해 2월 항소심 판결 결과가 나왔다. 그 내용과 소송 원고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편집자 주]

 

▲ 일본 ‘재가요양보호사 국가배상청구 소송’ 항소심 판결이 난 2월 2일, 도쿄고등법원 앞에서 “원고 등의 주장을 일부 인정한다.”고 적은 종이 현수막을 펼치고 원고들과 변호사 등이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페민 제공 사진)


입주 요양보호사들 저임금 처우에 국가배상청구 소송

도쿄고등법원이 항소 기각했지만, 판결문에 ‘노동실태 인정’

 

등록형 방문요양보호사인 이토 미도리(71세), 후지와라 루카(68세), 사토 쇼코(68세) 3인이 요양보험제도 하에서 이동-대기-취소-서류 작성 등의 ‘부대 노동시간’에 임금이 지급되지 않고, 요양보호사가 노동기준법에 충족되지 않는 저임금에 열악한 노동상황에 있는 것에 대해 국가 책임을 물었다. 그 원인은 후생노동성이 ①규제 권한을 행사하지 않은 점, ②재정 기반을 정비하지 않은 점이라고 주장하며, 2019년에 국가를 상대로 배상 청구를 제기했다.

 

지난 2월 2일, 도쿄고등법원 앞에서 재가요양보호사 국가배상청구 소송의 원고와 변호사가 펼친 직접 쓴 종이 현수막에는 “항소 기각이지만” “원고 측 주장을 일부 인정한다”는 글씨가 꿈틀댔다.

 

2022년 1심에서 도쿄지방법원은 ‘미지급 임금 등은 각 사업소가 시정해야 하며, 국가(후생노동성) 대신에게는 사무소를 직접적으로 규제할 권한은 없어, 위법성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원고 측은 이같은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했다.

 

이번 항소심 판결 후, 국회의원회관 내에서 열린 집회에서 대리인인 야마모토 시즈 변호사가 그 의미를 설명했다.

 

“다니구치 소노에 판사는 ‘사안의 성격을 감안하여’라는 전제를 두고, 판결 이유의 요약문을 낭독했다. 마침 요양보험 제도 개정(2024)에서 방문요양보호 보수가 인하된 것이 사회적 문제가 되어, 많은 사람이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항소는 기각되긴 했지만, 판결문에서 우리가 주장해온 방문요양보호사의 노동실태가 ‘방문요양보호사의 현황(권리침해)에 대해’라는 항목에서 사실상 인정됐다. 그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다.”

 

판결에서는 후생노동성이 요양보호사의 이동 시간 등에 급여를 지급하도록 세 차례 공지를 내기는 했지만, “방문요양보호 현장에서는 오랜 기간 동안 많은 사업소에서 이동 시간과 대기 시간…(중략)에 대한 임금 지불과 취소 및 휴업 수당…의 지급이 적정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또한 낮은 임금 수준과 이것이 원인 중 하나로 작동하는 만성적인 인력 부족이 장기간에 걸쳐 문제시되고 있으나, 아직 문제 해결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그것들이 바로 국가배상법 상의 위법이라고는 볼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 재가요양보호사 국가배상 청구소송 원고들. 왼쪽부터 후지와라 루카, 사토 쇼코, 이토 미도리 씨. (페민 제공)


‘이동-대기-상담-연수’ 등 부대 노동시간과 ‘취소’ 시 급여는?

 

또한 국가는 일관되게 “이동-대기-취소에 따른 급여는 모두 돌봄 보수에 포함되어 있다. 원고 등은 (국가가 아니라) 노동기준감독서에 사업소의 노동법 위반을 호소하라.”고 주장해왔다. 그에 대해 원고 측은 ‘어떤 조사에 근거해 돌봄 보수를 정하는지’를 정부가 명확히 밝히도록 요구해왔다.

 

항소심에서는 국가가 「돌봄사업 경영실태조사」를 근거로 위와 같은 주장을 하고 있으며, 그 외의 조사는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야마모토 변호사는 “해당 조사는 어디까지나 사업소에 대한 조사로, 노동자의 실태를 반영하고 있지 않다. 또한 이 조사는 답변하기 상당히 어려운 내용으로, 소규모 사업소는 조사에 답변하지 못하며, 결과적으로 대규모 사업소에 치우친 조사 결과이다. 더욱 이상한 것은 방문돌봄 범주에 서비스 제공 고령자주택(실버타운) 같은 병설 사업소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조사의 설계는 돌봄노동의 실태와 맞지 않다.”고 정부 입장을 반박했다.

 

한편 소송 원고 측은 2020년에 독자적으로 요양보호사 실태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짓센여자대학 야마네 스미카 교수 협력). 683명의 요양보호사들이 조사에 참여, 비정규-등록형 돌봄노동의 구속 시간 중 이동-대기-기록-상담-연수 등 ‘부대 노동시간’이 구속 시간의 40%에 달한다는 점이 밝혀졌다. 또, ‘취소’에 대해서는 70% 이상이 급여 미지급, ‘이동’에 대해서는 30%가 미지급(지급하더라도 소액), ‘대기’ 시간에 대해서도 78.5%가 급여 미지급이라는 실태가 드러났다.

 

이번 판결은 원고 등이 주장하듯 실태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현저하게 합리성이 결여되었다.”라고는 말할 수 없다고 보았다.

 

방문요양보호사들 ‘돌봄은 사회의 기둥’…상고할 것

 

판결 직후 국회에서 열린 집회에서 원고 3인이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 재가요양보호사 국가배상 청구소송 원고 중 한 명인 후지와라 루카 씨의 발언 모습. 도쿄도 내의 등록형 방문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는 후지와라 씨는 “요양보험 제도는 벼랑 끝에 서 있다”고 경고했다. (페민 제공)


▶후지와라 루카(藤原るか, 도쿄도 내의 등록형 방문요양보호사)

 

2심 판결은 한걸음 본질에 다가섰다. 30년 이상 요양보호사 일을 하면서 지금의 내가 있다. 현장은 즐겁지만, 서비스 제공 시간이 점점 더 세세하게 구분되면서, 일의 보람이 사라지고 있다. 재판을 시작하고부터 사업소가 이동 수당을 지급하게 되었지만, 한 집당 50엔, 1개월에 1,400엔이다.

 

노동기준감독소가 조사하러 나왔으나, 위법성(국가 책임)은 없다고 결론 냈다. 하지만 사업소도 돌봄 보수로 간신히 돌아가고 있으니, 마음이 편치 않다. 현재 유입 인력 대비 수요는 15.53배다. 아무도 이 직무에 들어오지 않는다. 나는 지금 68세이다. 80대의 요양보호사도 많고, 84세의 요양보호사는 자동차로 하루에 여섯 집, 100km를 이동한다. 요양보험 제도는 벼랑 끝에 서 있다.

 

▶사토 쇼코(佐藤昌子, 후쿠시마현 소규모 사업소의 등록요양사 겸 운영 스태프)

 

사업소 운영비의 80% 이상은 인건비이다. 비수도권 지역의 문제는 이동거리가 길다는 점이다. (내가 일하는) 비영리법인 사업소가 요양보호사의 처우 개선에도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이동비를 지급하고 있고, 이 금액이 수익의 10%나 차지하는데도, 국가로부터 보전되는 부분은 없다. 심지어 돌봄 보수에 지역 등급이 있어서, 같은 일을 해도 후쿠시마의 보수는 도쿄보다 10% 적다.

 

이번(2024년 개정) 방문요양 보수 인하의 이유에 대해 “처우 개선 가산율이 높다”고 정부는 언급했는데, 가산이란 전년도 분에 올 1년분의 계획을 더해 그 실적에 근거하여 얻어지는 것이다. 소규모 사업소에서는 그런 복잡한 업무를 맡을 인력이 없는 이상, 가산을 받아 안정적으로 경영하기는 불가능하다. 우리 사업소에서는 다른 큰 사업소가 하고 싶어 하지 않는 돌봄을 거절하지 않고 받고 있다. 우리 같은 사업소가 사라지면 지역의 방문 돌봄은 무너진다.

 

▶이토 미도리(伊藤みどり, 오랫동안 노동문제 관련 활동. 2011년부터 방문요양보호사)

 

방문 돌봄의 보수 인하로 충격을 받은 사람들에게도 이번 판결이 위로가 될 것 같다. 판사가 “포기하지 말라”고 말해준 것 같다. 나는 도쿄도 미타카시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는데, 미타카시에 있는 46개의 사업소 중 15개 사업소가 처우 개선 가산을 받지 못하고 있다. 15개나 되는 사업소가 망해도 상관없다는 얘기인가? 가장 높은 처우 가산을 받아도 적자라는 말도 들린다.

 

요양보험 제도의 문제는 돌봄노동자-서비스 이용자-가족, 모두에 대한 인권침해다. 요양보수의 구조는 복잡해서 알기 어렵다. 얼마 전부터 시를 상대로 민원을 넣기 위해 지역에서 제안해 이에 요양보험에 대한 스터디를 했고, 결과적으로 시의 과제에 요양보호사 부족 등이 들어갔다. 재판뿐 아니라 각자가 있는 자리에서부터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스스로가 법을 배우고 권리를 배워야 한다. 그럴 만한 힘이 요양보호사들에게 있다고 믿는다.

 

원고 3인은 방문요양보호사라는 직업의 장점과 보람, 그에 반하는 요양보험 제도 자체의 파탄을 호소하며, 젊은 세대를 위해서라도 ‘돌봄을 사회의 기둥으로’라는 목표를 갖고 싸우고 있다고 밝혔다.

 

원고 등은 요양보험 제도에서의 방문 요양은 헌법 25조, 27조의 기본이념이라고도 할 수 있는 디센트 워크(decent work, 일의 보람이 있는 인간다운 일)이 보장되지 않는 점 등이 현저하게 합리성이 결여되었다고 판단하고, 최고법원에 상고하기로 결정했다. 지속적인 시민들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번역: 고주영]

 

*방문요양보호사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 홈페이지 https://helper-saiban.net

 

-〈일다〉와 제휴 관계인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 기사를 번역, 편집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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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드낭구 2024/06/20 [16:06] 수정 | 삭제
  • 급여 올라가먼 노인일자리 줄어들수있습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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