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따뜻한 집’ 전시에 100인 아티스트 참여기획자 기무라 리베카 “사회를 움직이는 예술의 힘 믿는다”“팔레스타인 사람이 따뜻한 집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그렇게 기도하며, 예술가 기무라 리베카(木村リベカ) 씨가 친구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사코 나나카(佐古奈々花) 씨와 함께 지난 5월에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에서 〈팔레스타인, 따뜻한 집〉 전시를 개최했다.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요구하는 이 전시회에 100명 이상의 아티스트들이 작품을 출품해 전시장 벽을 빼곡하게 채웠다.
그리고 올 1월에 신주쿠에서 열린 집회에서는 손으로 만든 피켓을 나누는 ‘피켓집’을 열었는데, 그것이 이번 전시 기획으로 이어졌다. 당시 일러스트레이터 사코 나나카 씨가 그린 30장 정도의 피켓은 가장 먼저 동이 났다. 부모가 아이를 끌어안은 모습을 둥근 형태로 그린 일러스트였다. “아이들을 죽이지 말라.”라는 보편적인 메시지부터 부드러운 터치로 호응을 받았다. 즉, 무관심층을 움직일 수 있는 반응을 얻었다.
“역시 예술의 힘은 크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람들이 그 피켓을 갖고 싶어 한 것도, 저 역시 뭔가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안 것도, 스스로에게 위로가 되었습니다.”
“제가 자란 환경이 별로 좋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 ‘행복한 집’에 대한 집착이 있었어요. 미대 졸업작품도 『부드러운 집』이라는 사진집으로 했을 정도였죠. 이후 작업에서도 특별할 것 없는 길 위의 화분 같은 것에서 사람의 행복이나 일상의 신념을 느껴서 작품으로 삼아왔습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그 모든 것을 빼앗긴 거잖아요. 그래서 그냥 사람들이 단순하게 바라는 이상을 언어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사코 씨와 분담해 전시 참여작가를 모으고, 관련 있는 팔레스타인 분들의 의사를 확인하며, 풀뿌리 전시회답게 개최한 것이 이번 전시의 최대 특징이었다.
“미술 ‘계’가 아니라 시민 베이스의 공간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원래 모두가 비슷한 그림을 그리는 ‘자선 전시회’에 위화감을 느끼는 사람이거든요. 사람은 모두 제각각이니, 보다 다양한 채널이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았어요.”
〈팔레스타인, 따뜻한 집〉 전시에서 따뜻한 분위기가 느껴진 것은, 전시장인 ‘NAMNAM 스페이스’가 가진 공간의 의미에서 오는 부분이 컸다고 생각한다.
“공간 운영자가 자본주의에 저항하는 아나키스트(anarchist)인데, 전시 기획에 동의하고 무상으로 공간을 빌려줬어요. 미술관이나 갤러리였다면, 자본주의가 뿌리내리고 있어 팔려야 높은 평가를 받는 작품이라는 구도가 만들어져 버리거든요. 미술계는 남성중심 사회이고, 권력 구조도 있고, 수업에서 미대생이 성희롱을 당하고, 거장 아티스트의 갑질이 일상화되어 있어 다양성과는 한참 먼 세계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게 예술일 리가 없다고 생각해요.(웃음)”
기무라 리베카 씨는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한 반응을 표현하는 것이 아티스트”라고 말한다. “피카소도, 오카모토 타로(1911~1996, 일본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전위 예술가)도, 뱅크시(1990년대 이후 세계 곳곳의 거리를 누비며 활동하는 익명의 그래피티 아티스트)도 그렇잖아요. 표현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기 때문에, 아티스트는 사회와 마주하며 표현 작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일본 미술계에는 정치적인 발언을 피하는 사람이 많다.
“기회가 없어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건지, ‘그런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은 건지, 아무 생각이 없는 건지... 시장에서 ‘팔리기’ 위한 작품이 ‘업계’의 주류가 되어버린 느낌입니다.”
“전통종교에도 2세 문제가 있는데요, 저는 기독교의 ‘장로제’ 같은 가부장적 구조에 위화감과 분노를 갖고 있었어요. 이번에는 유동적으로 기획이 실현되었지만, 전에는 작품 창작도 완벽주의 성향이었어요. ‘보는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강한 나머지, 사전에 확실하게 계획을 세우고, 작품을 통해 나도 타인도 컨트롤하려고 하거나….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지금까지의 기무라 리베카 씨의 작품들은 온화한 유머가 있으면서도 일상을 날카롭게 바라보는 관점이 특징이다. 팔레스타인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후부터 ‘부드럽게 저항한다’, ‘팝하게 분노한다’는 의미를 가슴에 새기고 많은 아티스트들을 끌어들여 왔다.
앞으로도 팔레스타인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위한 액션을 실천하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중시하고 있는 것은?
“정말 좋아하는 가족과 예술과 술! 나에게는 따뜻한 집이 있으니, 팔레스타인인과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참여하는 사람들에게는 ‘가능한 만큼’만이라고 말합니다. 나 역시 갑자기 무너질지도 모르니, 다들 일상과 가족을 소중하게 여겼으면 해요. 그런 생각이 이번 전시의 주제에도 담겨 있었어요. 모두가 일상에서 팔레스타인에 대해, 정치에 대해 말하는 것. 보편적인 문제이니, 다 같이 해나가면 좋겠습니다.” [번역: 고주영]
-〈일다〉와 제휴 관계인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 기사를 번역, 편집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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