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범위, ‘동성애’에 대한 규범적 판단이 변화했다

성소수자 차별 용납되지 않아…7월 18일 결정된 두 개의 판결

박주연 | 기사입력 2024/08/26 [11:59]

‘가족’의 범위, ‘동성애’에 대한 규범적 판단이 변화했다

성소수자 차별 용납되지 않아…7월 18일 결정된 두 개의 판결

박주연 | 입력 : 2024/08/26 [11:59]

2024년 7월 18일은 한국 사회에 무척 의미 있는 판결과 결정이 이루어진 날이다. 첫 번째는 “동성 동반자에 대한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4. 7. 18. 선고 2023두36800 전원합의체 판결)이고, 두 번째는 “이동환 목사가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였다는 이유 등으로 이뤄진 기독교대한감리회 경기연회의 출교 처분의 효력을 정지한 가처분 결정”(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24. 7. 18자 2023카합10093 결정)이다.

 

대법원 판결은 2021년 2월, 한 동성 부부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관련 기사: 차별에 맞선 어느 부부의 ‘특별한’ 용기 https://ildaro.com/9211)의 결과이고, 수원지법의 결정은 기독교대한감리회가 지난 3월 4일, 2019년에 열린 제2회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축복식을 진행했다는 이유로 이동환 목사의 출교(신자의 자격을 박탈하여 교인을 교적에서 내쫓는 일) 처분한 것(관련 기사: 복직 투쟁으로 “사랑을 잃어버린 한국 교회에 전하는 메시지” https://ildaro.com/9861)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결정이다.

 

▲ 8월 19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강북노동자복지관에서 열린 긴급포럼 〈사랑은 [계속] 이긴다- ‘동성부부 피부양자 자격 인정’ 대법원 판결과 ‘이동환 목사 출교판결효력정지’ 가처분 판결의 의의와 전망〉이 ‘성소수자 환대목회로 재판받는 이동환 목사 공동대책위원회’ 주관으로 열렸다. 왼쪽부터 사회를 맡은 장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 정명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 변호사, 몽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위원장  ©일다


동성 동반자도 피부양자로 인정!

 

이 두 개의 판결/결정을 분석하고, 그 의미와 전망을 논의한 긴급포럼 〈사랑은 [계속] 이긴다〉이 8월 19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강북노동자복지관에서 열렸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 정명화 변호사(법률사무소 이채)는 두 사건이 닮은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두 사건에서 법원은 모두 한국 사회에서 법이 보호하는 ‘가족’의 범위 및 ‘동성애’에 대한 규범적 판단이 변화하였음을 전제로, 성적지향에 따른 차별은 헌법 제11조 제1항에 규정된 평등 원칙에 반하고 국민의 평등권을 침해하여 위법하다고 인정했다.”

 

그리고 “이 결과는 그간 법원 안팎에서 이루어진 사회운동을 통해 만들어진 인식과 제도의 변화가 반영된 결과라는 점”에서도, “헌법상 평등권의 실현을 위하여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을 뿐 아니라, 국가의 적극적인 보호 및 결단이 필요함을 사법부가 천명함으로써 이후 입법, 행정부의 변화를 이끌어낼 단초라는 점”에서도 “의미심장한 사건”이라 분석했다.

 

정명화 변호사는 “동성 동반자에 대한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 내용 의의로 몇 가지 점을 들었다. 먼저 법원이 “피부양자의 범위는 법률이 정한 ‘가족’과 ‘부양을 받을 사람’에 한정되지 않고 시대상황의 변화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되어 왔음을 지적했다”는 것.

 

또한 대법원은 “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법 시행 당시부터 ‘자격관리 업무지침’을 통해 직장가입자의 ‘배우자’에 ‘사실혼 배우자’가 포함되는 것으로 취급하여 왔고, 사실혼 배우자의 자격을 인정하기 위한 절차 또한 정하고 있으므로, 건강보험공단의 법 해석에 따른 재량권의 행사 결과 ‘사실혼 배우자’ 역시 건강보험법의 피부양자인 ‘배우자’ 개념에 포섭되어 운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는 점이다.

 

더불어 대법원은 “피고(국민건강보험공단)가 이 사건 처분을 통하여 ‘사실상 혼인관계 있는 사람’ 집단에 대하여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면서도, 동성 동반자 집단에 대해서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두 집단을 달리 취급하고 있고, 이러한 취급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을 차별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짚었다.

 

결국 “이성 동반자와 달리 동성 동반자인 원고를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고 처분(건강보험료 부과)을 한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원고에게 불이익을 주어 그를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과 차별하는 것으로, 헌법상 평등 원칙을 위반하여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함께 생활하고 서로 부양하는 두 사람의 관계가 전통적인 가족법제가 아닌 기본적인 사회보장제도인 건강보험의 피부양자 제도에서조차도 인정받지 못함”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자유, 법 앞에 평등할 권리를 침해하는 차별행위”라고 밝힌 대법원은 그러나 애매한 입장도 드러냈다. “동성 동반자에 대해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에 준하여 건강보험의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문제와, 민법 내지 가족법상 ‘배우자’의 범위를 해석·확정하는 문제는 충분히 다른 국면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선 것이다.

 

판결에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정명화 변호사는 “이 사건 처분이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하여 위법하다는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하여, 동성 동반자에 대한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 8월 19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강북노동자복지관에서 열린 긴급포럼 〈사랑은 [계속] 이긴다- ‘동성부부 피부양자 자격 인정’ 대법원 판결과 ‘이동환 목사 출교판결효력정지’ 가처분 판결의 의의와 전망〉 2부에선 토론이 진행됐다. 왼쪽부터 정경일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 네트워크’ 활동가, 황인근 ‘성소수자 환대목회로 재판받는 이동환 목사 공동대책위원회’ 활동가, 이호림 모두의결혼 활동가, 장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  ©일다


‘동성애’의 규범적 평가는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바뀌어

 

이동환 목사의 경우, 퀴어/성소수자에 대해 축복식을 행한 것이 ‘감리회 교리와 장점 1403단(범과의 종류) 제3조 제8항 마약법 위반, 도박 및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정직 그리고 이후 출교 선고를 받았다.

 

이에 대해 이동환 목사 측은 4개의 사회재판 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난 7월 18일 ‘경기연회출교효력정지 가처분’(수원지법 안양지원 2023카합10093) 결정이 나왔다. 정명화 변호사는 이에 대해서도 의미를 짚었다.

 

법원은 이 사건 권징결의가 징계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면서 “이 사건 권징결의에 중대한 절차상·실체상 하자가 있는지 본안소송에서 다툴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보일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범과사실이 모두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채권자(이동환 목사)에게 출교 처분까지 한 것이 비례의 원칙이나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할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로 “동성애의 규범적 평가는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바뀌어 왔고”, “제11조 제1항 헌법에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고,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정하여 평등의 원칙을 선언함과 동시에 모든 국민에게 평등권을 보장하고 있는 점”과,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는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를 정의하면서 차별사유의 하나로 ‘성적 지향’을 명시하여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적 지향에 근거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점을 들었다.

 

그런 점에서 “‘출교’는 교회에서 추방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채권자의 이 사건 목사로서의 지위뿐만 아니라, 교인으로서의 지위까지 박탈하는 최고 수위의 징계에 해당하고, 채무자 교단 내에서의 종교적 지위뿐만 아니라 개인으로서 헌법상 누리는 종교 및 양심의 자유 본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징계에 해당하므로, 더욱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법원은 “이동환 목사와 경기연회 사이의 연회재판위원회판결 무효확인 소송의 판결 확정시까지, 이 사건 권징결의의 효력을 정지한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성소수자를 향한 환대와 축복, 우리는 이 길을 끝까지 가보려 한다”

 

이번 법원의 판단들엔 한계 지점도 있지만 사회의 변화에 응답하고, 발맞춰 가고자 하는 의지를 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를 가능하게 한 건, 반차별 운동을 지속해 온 사회운동의 힘이기도 하다. 법원의 판결을 분석한 정명화 변호사와 판결의 의미에 말을 보탠 몽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 역시 그 부분에 동의했다. 앞으로도 사회운동의 역할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호림 모두의결혼 활동가는 이번 결과에 대해 “이제 더 이상 성소수자의 인권을 논의하는 사회 영역에서 종교를 이유로 한 혐오나 차별의 논리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큰 의미를 가진다”고 짚었다. 또, 이를 통해 사회운동도 더 나아갈 것이라며, “앞으로 동성혼 법제화를 위해 대중들을 대상으로 한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하반기 내 “동성 부부들의 혼인신고를 불수리하는 행정 처분에 불복하는 소송을 약 10쌍의 부부와 함께 진행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황인근 ‘성소수자 환대목회로 재판받는 이동환 목사 공동대책위원회’ 활동가/목사는 이동환 목사가 진행 중인 소송은 이동환 목사 개인을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교회 내 변화를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목사는 “이동환 목사 외 6명의 목회자가 지난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축복식을 진행했다는 이유로 6명 다 고발 조치가 됐다. 또한 이동환 목사 재판이 부당하게 진행됐다며 이에 연서명을 한 목회자 137명 중 7명에 대해서도 자격심사위원회가 열렸다.”고 아리며 “현 상황이 너무 어처구니가 없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이동환 목사가 투쟁했고,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것은 이어 투쟁하는 사람들에게 힘이 된다. “이번에 고발된 6명 중 한 분이 며칠 전에 자격심사위원회에 불려가 4시간 조사를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얼마나 힘들었을까 했는데, 알고 보니 불려 간 사람이 혼자 두 시간 반 동안 이야기 했대요.(웃음) 이동환 목사의 싸움이 좋은 예가 되어, 준비가 됐던 거죠.”

 

▲ 2024년 8월 21일, 성소수자 환대목회로 재판받는 이동환목사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동환 목사 정직2년징계무효확인소송 1심 선고 결과(각하)에 대해 “성소수자를 향한 환대와 축복, 우리는 이 길을 끝까지 가보려 한다!”고 밝혔다.  ©일다


긴급포럼이 끝나고 며칠 뒤인 8월 21일, 성소수자 환대목회 이동환 목사의 총회재판징계무효확인소송 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23가합45086) 결과가 나왔다. 재판부는 이동환 목사에 대한 감리회의 '정직 2년' 징계에 대해 어떤 판단도 하지 않은 채 각하 결정하는 것으로 한발 물러섰다. 나아가는 듯 보이다가 또 이렇게 뒷걸음질 하는 모습에 대해, ‘성소수자 환대목회로 재판받는 이동환 목사 공동대책위원회’는 “매우 유감스럽다”고 논평하고, 항소를 결정했다.

 

평등과 환대를 향한 누군가의 투쟁이 이제 ‘누군가들’의 투쟁이 되고 있다. 이 투쟁이 이 조금 더 빨리, 수월하게 길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더 많은 이들의 참여와 지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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