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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2016/10/24 [10:10]

- 영화감상문 잘 읽었습니다. 저도 그 영화를 보았기에, 독자의견을 통해 제가 인상깊었던 부분도 적어보고자 합니다. / 주인공 나탈리에게 제일 힘든 변화는 평생 자신만을 사랑할 줄 알았던 남편의 변심과 남편과의 별거이지요. 이를 놓고 그는 제자에게, 많은 추억이 담긴 부르타뉴 별장을 가지 못하게 된 것이 아쉽다고 말합니다. 그 별장은 남편이 상속받은 재산이기에 자신이 권리를 주장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남편과 마지막으로 그 별장에 가서 수영을 즐긴 뒤 나탈리는 별장에 둔 자신의 옷을 챙깁니다. 남편이 앞으로 당신이 계속 이 별장을 사용할 줄 알았다고 말하자, 나탈리는 '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구냐'고 화를 냅니다. / 나중에 크리스마스 때 남편이 와서 은근히 자기도 자녀들과 함께 하는 저녁 만찬에 끼고 싶어하지만 나탈리는 남편을 단호하게 쫓아보냅니다. / 한편, 많이 늙어(80-90세 정도?) 외로움과 신체적 허약함에 시달리는 어머니는 나탈리에게 함께 살면 안되냐고 사정을 합니다. 나탈리는 남편때문에 안된다며 단호하게 거절하고, 어머니가 정말 가기 싫어하던 요양원에 보내지요. / 크리스마스날 자녀들과 저녁 만찬을 즐길 때, 손녀 아기가 울자, 자녀들에게는 편히 밥을 먹으라고 하면서, 자신은 기꺼이 옆방에서 손녀를 안고 얼릅니다. / 이런 장면들 속에서 우리는 나탈리가 분별력과 권력을 갖고 자신의 생활과 자신에게 다가오는 변화들을 콘트롤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68세대로 젊은 시절 급진주의에 접했던 나탈리지만 자신의 안정된 생활과 자유를 흔들만한 변화를 들여놓을 생각은 없습니다. 그것이 나이가 가진 성격일까요? 이 영화는 그런 캐릭터와 나이를 연결시켜 놓은 듯 합니다. 사실 나탈리 남편이 나탈리에게 함께 살고 싶은 여자가 있다고 털어놓는 것도, 이를 눈치챈 딸이 태도를 분명히 하시라고 조언한 결과입니다. 딸의 채근이 없었다면, 어영부영 모르고 같이 오래 살았을 수도 있겠지요. 또 나탈리에게 자신이 안정된 생활을 구가하고 있는 계급적 토대를 계속 일깨워주는 것도 그의 젊은 제자입니다. 이 젊은 제자는 임대료 비싼 파리를 떠나 알프스 산자락 아래 집을 빌려 마음맞는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며 당나귀도 키우고, 글도 쓰지요. 제가 나탈리에게 제일 부러운 건 이런 제자더라구요. 자신이 떠나온 20대의 생각과 삶을 만나게 해주고, 지금 자신의 삶에 활기를 제공해주는 존재이지요. 어쨌든 나탈리는 여러모로 부자입니다^^. / 오히려 현실적인 걱정을 던져주는 인물은 나탈리의 어머니지요. 분별력 없는 노인이 되고, 혹은 분별력을 자식을 비롯해 주변인으로부터 의심받고, 또 자신의 의지대로 자신의 거처를 정할 수 없을 정도로 몸과 마음이 쇠약해질 때까지 살게 되면 얼마나 참담할까..... 예상치 못했던 일이 벌어지고, 또 외로워도 어쨌든 몸과 마음과 또 주변을 콘트롤하며 담담히 살아가는 나탈리의 모습을 감독은 큰 애정을 담아 그려낸 듯합니다. 30대 중반의 감독이 자신의 엄마를 모델로하여 만들었다고도 하네요. 그러나 나탈리가 확보한 안정성이 더 큰 사회경제적 철학적 실존적 동요 속에 자리한 것이라는 점이 좀 더 부각되었다면 좋았겠다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긴 감독은 여러 장면을 통해 나름 그런 모습을 보여준 것도 같습니다. 나탈리가 단호하게 잘라내고 맞섰던 여러 가지가 제 머리 속에 들어와 있으니 말입니다. 프랑스 사회의 여러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재미도 쏠쏠한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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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2016/10/24 [10:10]

- 위의 글은 제가 인상깊었던 것을 중심으로 쓴 것이고, 이 영화를 얘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고양이 판도라이지요. 고양이 판도라는 주인공 나탈리의 엄마가 10년 이상 집에서 길렀던 고양이이고, 엄마가 돌아가시면서 나탈리가 어쩔 수 없이 맡게 되지요. 나탈리는 이 고양이를 데리고 제자가 사는 곳으로 여행을 하는데, 고양이가 그 집에서 잠깐 틈을 타 숲으로 달아납니다. 나탈리는 오랫동안 집에서 살아 야생본능이 없어졌을텐데 하며 밤새 걱정을 하지요. 그런데, 다음날 아침 판도라는 쥐를 잡아 돌아옵니다. 남편, 어머니로부터 자유로워진 나탈리와 새로운 환경을 접했던 판도라의 모습이 겹쳐지는 장면입니다. 판도라에게 야생성이 돌아왔던 것처럼, 앞으로 나탈리의 삶도 이전과는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판도라는 결국 제자가 사는 알프스 산자락에서 지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