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업인 정책은 ‘공공 페미니즘’, 아래로부터 변화를광주에서 열린 〈여성농어업인 성평등 정책 거버넌스 연속 포럼〉 (상)지난 4월 28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컨퍼런스홀에서는 〈여성농어업인 성평등 정책 거버넌스 포럼〉이 열렸다. 농번기가 이른 남도라 본격적인 농사 채비에 들어가는 바쁜 상황인데도, 전남·전북·제주 지역 여성농어업인 단체 대표와 활동가, 그리고 여성농어업인 100여 명이 자리를 가득 채웠다.
여농특위는 농업인에게도 아직 낯설다. 2025년 9월에 농어촌 성평등 확산 및 정착, 여성 농어업인의 지위와 권리 향상을 위해 신설된 기구이기 때문이다.
여성 농어업인들은 농어업의 주역임에도 불구하고, 가부장적인 농촌사회와 남성중심의 농어업 정책 속에서 복합적인 차별 상황에 놓여있다. 따라서 여성 농어업계에서는 농어촌 성평등과 여성 농어입인의 권한을 강화시켜야 한다고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그 결과,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산하 기관으로 농어촌기본소득특별위원회, 농어촌재생에너지특별위원회와 함께 여성농어업인특별위원회가 함께 만들어졌다.
정영이 여농특위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농촌의 성평등 정책이 개별 사업의 확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정책 설계와 집행 전반에 일관되게 반영되고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체계로 구축되어야 할 시점”이라며 포럼을 열었다.
지자체에 전담부서 없거나, 전담인력 없거나, 전문성 없어
주제 발표를 맡은 이순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001년 여성농업인 육성법이 제정된 이후 지난 25년을 돌아보았다.
“25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리는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25년 동안 달려왔는데 체감 가능한 긍정적인 변화가 왜 만들어지지 않는가? 저는 핵심 원인으로 중앙-지자체-농촌 현장을 잇는 정책 전달 체계의 부재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여성농업인 육성 기본계획은 1차부터 6차까지 체계적으로 만들어져 왔고, 수립된 전략 과제들도 혁신적이다. 그럼에도 그 정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가를 보면 회의적이다.
현재 지방정부 중에 광역은 전담부서가 있는데 반해, 기초 단위는 고성군 한 군데밖에 없다. 절대 다수의 지방이 여성농민 보호 및 육성 전담체계를 갖추고 있지 않다. 전담부서가 있는 지방정부라고 해도, 1~3명의 인력으로 방대한 현장 수요를 감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담당하는 부서 이름은 여성농업인 지원팀, 여성농업인 정책팀이라고 붙여졌지만, 사실 그 안에서 일하는 공무원 담당자의 여성농업인 업무 비중은 20~35%에 불과했습니다. 청년농업, 농지관리, 귀농귀촌 같은 업무들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거죠. 기존에 다른 업무를 하던 조직이나 담당자를 그대로 두고 이름만 바꾸고 여성농업인 업무를 부과시키는 수준입니다.”
여기에 잦은 인사이동까지 겹치면 전문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순미 연구위원은 강원도가 ‘전문관 제도’를 통해 한 담당자가 3년 이상 여성농업인 업무만 전담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을 대안으로 소개했다. 그럴 경우 여성농업인 관련 업무 비중은 90% 이상이며, 이후 비약적인 예산 확보와 새로운 정책으로 이어졌다는 것.
성주류화 예산의 낮은 비중, 지방정부의 낮은 성인지 역량
정부가 ‘여성농업인 육성조례’ 표준조례안을 만들어 보급해도, 일부 지방정부에서는 명시조차 되지 않기도 한다. 또한, 여성 공동경영주와 관련된 정책 사업, 양성평등 교육 사업이나 의사결정 기구의 여성비율 확대 사업 등 성주류화 전략 사업은 예산 비중이 턱없이 낮다.
이순미 연구위원은 지방정부의 성인지적 역량의 문제도 지적했다. 현장 여성농민의 요구가 있어도 ‘역차별’, ‘중복지원’ 등의 이유를 대며 거부당하기 일쑤다. 여성농업인 업무를 ‘잔잔한 업무’, 즉 취약성을 지원하는 시혜적인 복지정책으로 생각하는 담당자들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성평등 거버넌스(정부·비정부 기관·시민·기업·학계 등이 함께 의사결정하고 운영하는 체계)는 실현되기 어렵다. 행정이 주도하고 여성농업계는 거수기 역할을 배당받거나 동원되는 형태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시정 간담회에 여성 관련 단체를 초대하는 것을 ‘거버넌스’라고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여성농업인 전담부서나 인력이 없는 경우, 여성농민은 이마저도 배제된다.
이순미 연구위원은 “제도를 움직이는 힘은 민간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공무원과 국가 정책 입안자들이 제도와 행정을 만들지만, 그것을 추동하는 힘은 현장의 여성들에게서 온다는 것이다.
실제, 1992년 여성농업인 육성이 법제화되기 시작한 이후 제6차 여성농업인 육성 기본계획이 수립되기까지, 현장의 여성농민들은 지난한 시간 정책 과제들을 천명하고 요구하였으며, 이러한 노력을 정부가 수용하면서 법 제도가 만들어져왔다. 이 연구위원은 “바로 이것이 ‘공공 페미니즘’(Public Feminism)이며, 여성농업인 정책들은 공공 페미니즘의 전형”이라고 말했다. 이때, 다양한 이해관계자, 즉 민관의 상호의존성에 기초한 파트너십, 성평등 거버넌스 구축이야말로 여성농업인 정책 성공의 가장 중요한 동력이 되는 것이다.
이순미 연구위원은 성평등 거버넌스를 위한 과제로 1) ‘성인지적 관점의 행정’과 ‘스스로 의제를 형성하는 민간’의 교차, 2) 최소 2인 전담인력과 여성농업인 업무 비중 60% 이상, 전문관 제도 활용 등 행정구조의 정상화, 3) 여성농업인 의사결정참여 확대, 공동경영주 자격 개선 등 성주류화 접근 전략, 4) 조례 개정, 예산 확보, 지속성 담보 등 민관협의체의 제도화, 5)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성인지 정책역량 강화, 6) 여성농업인 정책 연대(라운드테이블) 결성 등을 제시했다. (하편에서 계속)
[필자 소개] 호미. 귀농운동본부 귀농통문 편집위원,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여성농어업위원회 위원, 장애활동지원사, 동화집필 노동자이다. 서울에서 귀농했다가 도시로 역이주했지만 다시 귀농 준비를 하고 있다. 여자들이 귀농하기 만만치 않지만, 그 여자들도 만만치 않다는 걸(지민주 노래 ⌜세상에 지지 말아요」를 따라썼다) 드러내려고 쓴다.
이 기사 좋아요 2
<저작권자 ⓒ 일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
녹색정치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