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점을 인연으로” 즐거운 베테루 마을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질병을 드러내는 곳

조즈카 사에코 | 기사입력 2008/08/12 [14:09]

“약점을 인연으로” 즐거운 베테루 마을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질병을 드러내는 곳

조즈카 사에코 | 입력 : 2008/08/12 [14:09]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웃으며 살아가는 '베테루'   ©페민
여름 더위 탓만이 아니라 ‘갑갑하다’고 느끼는 일이 많은 이 사회. 빈곤, 경쟁, 불안이 들끓고 인간관계도 어딘가 껄끄럽다. 모두가 고독하게 애쓰고 있다. 그런 와중에 일본 홋카이도 우라카와초의 ‘베테루’는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웃는 얼굴로 함께 사는 불가사의한 곳이다. ‘약점을 인연으로’ 서로 기대고, 병을 드러내며 마을을 발전시킨다.

 
베테루의 “오늘도, 내일도 순조롭게 문제투성이”라는 발상의 전환에, 이 사회를 바꿔갈 힌트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찾아가 봤다.
 
환청 미팅, 가식덩어리 미팅, 반성 미팅…
 
베테루의 하루는 미팅으로 시작한다. 한 명 한 명이 오늘의 컨디션과 기분을 보고하고, 몇 시까지 일할지를 결정한다. 일 끝낼 때는 오늘 좋았던 점과 힘들었던 점, 더 좋게 해야 할 점을 서로 이야기하는 ‘반성미팅’을 가진다.
 
그뿐이 아니다. 환청에 사로잡히거나, 폭력과 도주 등의 폭발을 반복하거나, 아침부터 술 한잔 꺾고 일하러 오는 등, 각자 살아가는 괴로움을 안고서 모여드는 베테루에는 당연히 트러블이 끊이지 않는다. 그리고 미팅이 열린다.
 
환청 미팅, 가식덩어리 미팅, 은둔형 외톨이 미팅, 커플 미팅, 여자의 수다방, 부장과의 불화 미팅 등. 항상 어딘가에서 미팅이 열리고 있고, 그 횟수는 한 달에 100회나 된다고 한다.
 
자신의 약한 구석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철저하게 함께 이야기하는 것으로, 누구도 겉돌지 않는 장소를 만들어내 온 베테루 사람들. 있는 그대로 사는 안심을 손에 넣고, 자신을 이야기할 언어를 획득한 멤버들은 전국 각지의 강연에 나가서도 자신들의 질병체험에 대해 알리며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격리와 보호에서 벗어나 ‘인생의 괴로움을 되찾자’
 
▲  베테루 사람들은 각각의 장기를 살려 생활하고 있다.   © 페민
베테루의 역사는 30년 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마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팔아보겠다’며 우라카와의 특산품인 다시마 포장작업을 시작했다. 활동의 거점이자 멤버의 생활공간이기도 했던 옛 교회당에 ‘베테루의 집’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 1984년. 베테루는 성경에 있는 지명 베델의 일본식 발음으로 ‘신의 집’이라는 의미다.

 
그 후, 사업은 점점 확대되어 유한회사 ‘복지숍 베테루’를 설립했다. 간호용품점 ‘파포’, 베테루와 지역사랑방 ‘4번지 빈둥빈둥방’, 세미나 하우스 등 마을 곳곳에 베테루가 있다. 그룹 홈과 공동주거도 다수 있고, 약 80명의 멤버들이 이곳에서 살고 있다.
 
입원으로 사회에서 격리되고 보호, 관리되는 생활로부터 벗어나 ‘인생의 당연한 괴로움을 되찾자’며 마을에서 함께 사는 베테루 사람들. ‘질병도 괴로움도 장사가 된다’, ‘실패도 순조롭게’라며 아이디어를 함께 내고 각각의 장기를 살려 그림엽서, 티셔츠, 책갈피 등 다양한 제품을 제작하고 판매하고 있다. 연간 매상은 1억엔.
 
당사자들, 나름의 병명 만들고 어려움에 대해 연구
 
▲  자신의 질병을 드러내고 연구하는 곳   © 페민
베테루가 전국에 발신하고 있는 ‘당사자 연구’는 정말 흥미롭다. 폭력의 폭발을 억누르지 못하고 병원 공중전화를 부수고 의기소침해있는 멤버에게 사회복지사 무카이야치 이쿠요시씨가 “폭력이나 자신과 사귀는 방법을 연구하지 않겠나” 하고 제안한 것이 시작.

 
자신의 괴로움의 특징에 따라 각각 나름의 자기 병명을 붙이고, 문제와 사람을 분리하고, 괴로움의 패턴이나 프로세스, 그리고 스스로를 구제하는 방법을 동료들과 함께 연구해간다. 구호는 ‘자기자신과, 함께’
 
‘통합 실조증, 전력 질주형’이라는 자기병명을 가진 당사자 스태프 이토 토모유키씨는 “고도 경제성장기에는 열심히 일하면 보상받았지만, 격차 사회라 불리는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이 불안정한 사회에서 당사자 연구는 누구에게든 효용이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누구든 자신의 괴로움의 주인공이다. 의사나 전문가도 ‘지원의 당사자’로서 연구를 한다. 올해 베테루 축제에서는 전국에서 책과 비디오로 공부한 사람들의 연구발표가 있었고, ‘안심하고 이야기하는 우라카와 수다회’에서는 마을의 상점주인도 자신의 괴로움을 발표했다.
 
‘일을 계속하지 못하는 병 연구’, ‘자기학대 연구’, ‘죄악감 연구’, ‘싸움방법 연구’ 등 각종 어려움이 연구대상이 된다. 파워포인트로 정리된 연구발표는 전문가 못지않은 높은 수준이다.
 
베테루의 명물 ‘환각&망상대회’
 
▲  괴로움을 웃음으로 바꾸는 베테루의 힘은 끝이 없다.   ©페민
1995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환각&망상대회’도 베테루 명물 중 하나다. 1년 간의 독특한 체험에 상이 주어진다.

 
올해의 그랑프리는 35년간 어머니와 2m이상 떨어져 살아본 적 없는 전대미문의 기록과 하루 35알의 처방약을 갖고 우라카와에 찾아온 에도 히로시씨에게 돌아갔다.
 
그는 ‘경찰의존’(뭐든지 경찰과 상담해야 해서, 결국 경찰이 난처해져 베테루에 상담을 의뢰함), ‘여성의존’(사귀고 있는 여성이 차례차례 입원함) 등을 거듭하면서, 자신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을 몸으로 익히고 멋지게 모친의존에서 탈출하여 수상했다. 기념품으로 어머니와의 거리를 측정하는 자와, ‘폭발돌이’의 유혹에서 자신을 구하는 ‘안심순이’ 인형이 증정되었다.
 
그 밖에도 망상의 내용을 모두 함께 연기하는 등, 병의 괴로움을 보란 듯이 웃음으로 바꿔버리는 베테루의 힘은 끝이 없다.
 
베테루 이념
 
・세끼 밥보다 미팅
・안심하고 게으름 피울 수 있는 직장 만들기
・스스로 이름 붙이는 자기의 병
・편견, 차별 대환영
・뜨는 인생에서 지는 인생으로
・괴로움을 되찾기
・약점이 인연
・맘대로 못 고친다, 자기 병
・공사혼동 대환영
・이걸로 만사형통
 


※ 이 기사는 <일다>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여성언론 <페민>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고주영님이 번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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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정선 2008/10/11 [01:14] 수정 | 삭제
  • 저도 성격장애를 앓고있어 사회에 있어서 여러문제점이 많습니다..
    상담도 받아볼까 여러차례 알아보곤했지만 막상 가보지는 못했습니다. 용기가선뜻 나질않더군요...
    오늘 티비 방송을 보고 일본에 이런곳이 있구나... 정말 공감을 많이헀습니다.. 대인공포증이나, 성격장애, 등 저와비슷한 분들이 한곳에 모여 공감하며 지내는것이 행복해보였습니다.. 자신과 동일한 사람들이있어 안심이되고, 공감대형성이되면서 서로이해할수있고..
    한국에는 이런곳이 없나요? 이런곳이 저같이 부족한 사람들을 위한 행복을주는 유일한 공간이될것같습니다..
  • 수풀 2008/09/04 [09:22] 수정 | 삭제
  • 약점이 인연이 된다라.. 멋진데요.
  • pinkfog 2008/08/22 [11:44] 수정 | 삭제
  • 를 읽고 마음의 유쾌함을 찾았었는데 르포기사를 보니 넘 좋으네요.어찌보면 이 패악한 무한경쟁의 능력사회에서 '무능력담론'을 제대로 실천하는 삶인것 같아요.
  • breeeeze 2008/08/19 [10:19] 수정 | 삭제
  • http://bethel-net.jp/ 영어페이지가 없긴 하지만, 도움이 되시길. 얼마전에 한-일-대만 의료자 연수프로그램도 했다고 하네요.
  • 흐르는물 2008/08/17 [08:10] 수정 | 삭제
  • 새롭고 감동적인 내용입니다.
    저 또한 사회적 기준이나 자기 기준으로 보면 한참 모자란 사람인데,
    모자람을 함께 풀어가며 활기있게 살아가는 모습이 참 좋습니다.
    좀 더 많은 내용을 알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 2008/08/13 [11:54] 수정 | 삭제
  • 여름더위를 식혀줄만큼 재밌고 유쾌한데..
    그 안에 고통이 배여있기 때문에 더 값진 웃음인 것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