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조작으로 우수한 사람들만?

‘완벽한 아이’…생명공학 들여다보기

정인진 | 기사입력 2009/03/23 [09:47]

유전자 조작으로 우수한 사람들만?

‘완벽한 아이’…생명공학 들여다보기

정인진 | 입력 : 2009/03/23 [09:47]
6학년인 지혜, 상빈이와 오늘은 ‘완벽한 아이’를 추구하는 ‘생명공학적 기획’에 대해 공부했다. 게놈(유전자) 지도가 완성되면서 인간 수정란 상태일 때 유전자를 재조작할 수 있는 기술이 성공했다. 이러한 성공으로, 태어나기 전에 문제 유전자를 재조작해 유전적으로 완벽한 아이를 출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그것이 좋은 일일까? 하는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함께 공부하는 주제들 가운데는 아이들이 지금까지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문제들이 많다. 생명공학에 관한 주제도 아이들에겐 낯선 것이지만, 아이들은 놀랍게도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차근차근 생각해보며 의미 있고 통찰력 있는 의견들을 스스로 내놓곤 한다.
 
우선, 유전정보를 인간이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떤 좋은 점이 있을지 예를 들어 발표하라고 했다. 이에 대해 상빈이는 “처음부터 안 좋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을 때 유전정보를 이용해 건강한 사람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불치병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면, 이것을 새로운 유전자로 바꾸어서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또 지혜는 상빈이와 같은 지적과 함께, 다음과 같은 의견을 발표했다. “자기가 원하는 아이의 모습이나 적성에 맞추어서 아이를 출산할 수 있어서 좋다. 예를 들어, 눈은 크고, 코는 오똑하고, 음악적으로 재능이 발달한 아이를 출산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한다면, 부모가 원하는 대로 아이를 낳을 수 있다.”
 
▲ 유전자 조작 시대를 다룬 영화 <가타카>
이번엔, 이런 좋은 점에 감추어져 있는 걱정스러운 점은 없을까를 물었다. 그리고 그것들 중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골라 그 이유를 쓰게 했다. 나는 아이들이 어떤 대답을 할지 자못 기대가 됐다. 아이들은 유전자를 조작할 때 그 과정에서 잘못된 유전자가 탄생할 수 있다는 것과, 사람마다의 개성이 없게 된다는 것을 둘 다 중요하게 지적했다.

 
특히, 지혜는 “부모가 바라는 대로 아이를 낳았어도 그 아이가 자기가 발달한 쪽을 싫어하거나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면, 그 아이는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유전자 조작을 해 봤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만약, 부모의 강요로 아이가 발달한 쪽의 일을 하게 되더라도, 자기가 싫어하는 것을 하기 때문에 흥미가 없어서 그 일을 열심히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발표했다.
 
상빈이는 자신의 본 모습을 잃는 것을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꼽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왕이면 완벽한 유전자로 우수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우수한 유전자로 바꿀 것이다. 그렇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비슷하게 되고, 그런 현상이 일어나면 자신의 개성과 본 모습을 잃는 사람들이 생길 수 있다. 그리고 사람은 다 다르기 때문에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 가고 발전시킬 수 있는데, 대부분이 비슷하면 더 발전하지 못할 것이다.”
 
이 공부는 생명공학에 대해 아이들이 문제가 될만한 점은 없는지 더 생각해 보길 바라면서 만들었다. 매스컴이나 여론에서는 생명공학을 우리가 추구해야 할 첨단과학쯤으로 다룰 때가 많다. 그러나 나는 아이들이 그것의 이면에 담겨있는 걱정스러운 점들을 생각해보길 바란다.
 
그래서 다음으로 이런 ‘유전적으로 완벽한 아이’에 대한 소망 속에는 ‘우생학적 생각’이 담겨있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에 대해 소개하면서,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했다.
 
아이들은 그들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대답했다. 그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미리 유전자 조작이 되어 우수하게 태어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업신여기면서 차별할 수 있다. 이렇게 차별 받는 사람은 자신의 삶이 싫어지고,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저하되어 결국 사회 속에서 어울리지 못하고 외롭게 지내게 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경제적인 이유로 유전자 조작을 받지 못하는 경우라면, 자신의 부모를 원망하게 될 수도 있다고 대답했다.
 
끝으로 ‘완벽한 아이’를 향한 생명공학적 기획 속에 담겨있는,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생각은 어떤 것이 있는지 물었다. 두 아이는 “완벽한 아이로 태어나지 못한 사람들을 하찮게 여기고 무시하는 것”을 지적했고, 지혜는 “유전자를 너무 쉽게 조작하게 되면 사람의 유전자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므로, 그것 자체가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상빈이는 “유전자를 바꾸는 것은 유전자, 즉 생명을 교체만 하면 좋게 만들 수 있다고 하는, 생명을 물건으로 여기는 생각이 담겨 있다”고 했다.
 
물론, 모든 아이들이 이렇게 똑똑하고 통찰력 있는 생각을 발표하는 것은 아니라서, 오늘 지혜, 상빈이와 ‘완벽한 아이’에 대해 공부한 것은 정말 좋았다. 교사로서도 아이들이 생명공학에 대한 사전정보 없이도 이야기를 잘 해주어 감동적인 시간이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훌륭한 생각을 발표했다고 해서, 그것이 자기의 가치관으로 자리 잡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저 첫발을 내디뎠을 뿐이다. 그래도 한번이라도 이런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본 경우와,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경우는 분명 다를 거라고 기대하면서 그들을 만난다. 그래서 아이들을 만나는 그 시간들은 내겐 설렘으로 넘친다. 오늘 발표한 의견들을 그들이 살면서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 교육일기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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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10/01/28 [12:17] 수정 | 삭제
  • 이 영화 한번 보고싶은데 어디서 구해볼수있을까요?
  • 충전 2009/03/23 [11:05] 수정 | 삭제
  • 아이들 얘기에 동감합니다.
    인생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 것도 누구에게나 주어지지는 않는 행운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