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BTQ+ ‘어디라면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시겠습니까?’

신도LGBTQ+연락회…성(性)과 가족의 다양성 인정 요구

가시와라 토키코 | 기사입력 2023/04/15 [21:10]

LGBTQ+ ‘어디라면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시겠습니까?’

신도LGBTQ+연락회…성(性)과 가족의 다양성 인정 요구

가시와라 토키코 | 입력 : 2023/04/15 [21:10]

일본에서는 정초에 신사나 사원에 첫 참배를 가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내가 기도하는 곳이 성(性)과 가족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문제 의식을 가지고 〈어디라면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시겠습니까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기도처가 차별로 얼룩져있다?!

 

발단이 된 사건은 작년 6월, ‘신도 정치연맹 국회의원 간담회’ 모임에서 성소수자에 관한 차별적인 내용의 책자를 배포한 것이다. [신도(神道)는 일본의 종교 중 하나다. 일본 민족의 신에 대한 관념에 기반하여 생겨나 주로 일본인 사이에서 전파된 전통적, 종교적 실천과 이를 지탱하는 생활태도, 혹은 이념을 이른다. 신사(神社)는 이러한 신앙에 기반해 고유의 신앙 대상인 신을 모신 사당을 이른다.] 이 자리에는 자민당 중의원들도 참석했다.

 

「부부별성·동성혼·파트너십·LGBT-가족과 사회에 관한 제 문제」라는 제목의 이 책자는, 일본 페미니즘 운동의 화두인 ‘부부별성’(일본은 혼인한 부부 중 한 명이 자신의 고유한 성씨를 버리고 배우자의 성씨로 바꾸는 ‘부부동성’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가부장적 문화 속에서 대부분 아내가 남편의 성을 따른다) 도입에 반대하는 한편, 동성혼과 파트너십 제도를 비롯하여 성소수자의 권리를 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 혼인하면 부부가 같은 성을 쓰게 되어있는 일본의 ‘부부동성’ 제도에 변화를 촉구하며, ‘선택적 부부별성’ 제도를 도입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신도정치연맹은 이러한 진보적 흐름에 반대하며, 「선택적 부부별성이 정말 필요해? 대답은 ‘NO’입니다!」라는 팸플릿을 만들어 배포했다. 그 내용 중 일부.

 

책자를 발행한 것은 전국 8만 개 신사를 총괄하는 신사본청의 유관단체로, 자민당을 지원하는 단체 중 하나인 신도정치연맹과 ‘신도정치연맹 국회의원 간담회’ 측이다. 간담회에는 259명의 중의원과 참의원 등 다수의 자민당 의원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2022년 11월 기준)

 

책자에는 히로사키가쿠인대학 양상진(楊尚眞) 교수의 강연록 중 “동성애는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후천적인 정신장애, 혹은 의존증”, “성소수자의 자살은 본인 탓”이라는 내용이 인용되어 있다. 또한, 야마타니 에리코 참의원이 “신사에서는 ‘부부별성’이 가족의 일체감을 훼손하며 가족의 붕괴를 초래한다고 여겨왔다”고 쓴 기고글을 게재했다. 신도정치연맹은 「선택적 부부별성이 정말 필요해? 대답은 ‘NO’입니다!」라는 팸플릿을 만들기도 했다.

 

신사 한 곳만 설문에 응해…‘다양한 가족을 지지한다’

 

그러자 성소수자 당사자들과 ‘선택적 부부별성제’를 추진하는 사람들이 7월에 「성과 가족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신사·절·교회를 가시화하는, ‘어디라면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시겠습니까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현 #어디에서기도할수있나 프로젝트. 구 #내헌금의행방 프로젝트)

 

이 프로젝트는 우선 신사를 대상으로 “새해 첫 참배를 하러 갈 신사를 고르고 싶으니, 다양한 가족에 대한 입장을 밝혀 달라”는 내용의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약 2만 명의 동의를 받아, 메이지신궁을 비롯해 새해 참배자 인원 상위 32개에 해당하는 신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에 협력할 것을 요구했다. 설문 내용은 ‘연애성취-인연맺음 기원’이 성소수자 커플도 대상으로 삼고 있는지 등을 물으며, ‘다양한 가족에 대한 입장을 표명해 달라’는 것이다.

 

2022년 8월까지 32개 신사는 응답하지 않았지만, 1개 신사에서 ‘다양한 가족을 지지한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한 신사 관계자는 “신사본청이 전국 신사의 인사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유관단체인 신도정치연맹의 방침에 반하는 의견을 내기는 어렵다. 응답하지 않은 신사가 차별에 가담한다고 판단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 위험을 무릅쓰고 답변한 신사가 있다는 점이 널리 알려지길 바라며, 이번 건으로 질타를 받아야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신도정치연맹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 ‘신도LGBTQ+연락회’ 트위터 계정. @shinto_lgbtq SNS를 통해 들어온 성소수자 당사자의 투고 중에는 “이따금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 소외감을 느낀다. ‘신도정치연맹 책자 내용=신사 관계자의 의견’이 아닐까, 차별에 가담해버리는 것이 아닐까, 솔직히 두렵다. 성소수자 당사자, 여기에 있습니다”(신사 관계자)라는 내용도 있었다.

 

이 프로젝트는 신도뿐 아니라 불교, 기독교를 포함하며 다양성을 지지하는 종교시설을 대상으로 동의 서명을 모으는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전통’이란 말로 가부장제 규범 유포 중단해야

 

이러한 흐름 가운데 작년 11월, 신사 관계자이기도 한 성소수자 당사자들이 ‘신도LGBTQ+연락회’를 만들고 트위터(@shinto_lgbtq)를 통해 신도정치연맹과 신사본청을 비롯해 모든 신사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공개의견서를 발표했다.

 

의견서는 “신도는 일본의 조몬 시대부터 현대에 걸친 여러 시대-장소-사람들의 신앙의 집적이며 명확한 교의나 교전을 갖지 않아 여러 해석이 가능한, 다양성이 내재된 종교”라며, 신도정치연맹과 신사본청이 표방하는 ‘전통적 가족관’은 “성소수자를 비롯해 ‘규범’에 맞지 않는 사람을 배척해 죽일 수도 있는, 극히 차별적인 해석”이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어느 시대든, 어떤 신사든, 씨족 숭배자와 신사 관계자 중에는 성소수자를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사람들이 존재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신사와 관련된 모든 사람이 ‘차별반대 의사표명’을 하도록 요구했다.

 

이 의견서에는 다음과 같은 성소수자 당사자들의 의견도 포함되었다.

“신사는 전통이라는 말로 시대착오적인 이성애 규범, 가부장제 등의 차별과 편견을 온존해왔다. 차별-편견의 온존과 유포에 대해 사죄하고 이를 철회-중단해야 한다” -A섹슈얼 A로맨틱(타자에게 연애 감정도 성적 감정도 갖지 않는 섹슈얼리티) 신사 직원

 

‘살아있는 모든 것은 평등하라’

 

11월에는 도쿄에서 동성혼을 둘러싼 법적 소송 상황을 공유하는 「우리도 ‘좋은 부부’가 되고 싶다」 전시가 개최되었다. 전시의 일환으로 ‘바람직한 종교와 혼인의 모습’이라는 토크 행사가 열렸는데, 패널로 신도, 불교, 기독교 3대 종교인들이 함께했다.

 

‘신도LGBTQ+연락회’ 발기인 라쿠마루 코보네(楽丸こぼね) 씨, 사이타마현 가와고에시에 있는 천태종 사이묘지의 센다 묘칸(千田明寛) 씨, 그리고 도쿄에 있는 일본기독교단 요요기우에하라교회 목사이자 ‘종교와 LGBT네트워크’ 대표 나카무라 요시키(中村吉基) 씨다.

 

사이묘지는 가와고에시가 2020년 5월 ‘가와고에시 파트너십 제도’를 도입함과 동시에, 동성 커플이 경내에서 식을 올릴 수 있도록 했다.

 

센다 묘칸 씨는 “전일본불교회(주요 59개 종파, 37개 도도부현의 불교회, 9개 불교단체 등 총 105개 단체가 회원으로 있다)는 다양성을 상징하는 레인보우 스티커를 사원에 배포해 각 사원의 문과 현관에서 나눠주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살아있는 모든 것은 평등하라’라는 석가모니의 가르침이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 주요 59개 종파와 37개 도도부현의 불교회와 9개 불교단체 등이 회원으로 있는 ‘전일본불교회’가 발행한 레인보우 스티커

  

나카무라 요시키 목사는 성소수자 당사자이다. “성서는 남성중심주의, 일부일처제 가정을 장려하지만, 그것은 성서가 쓰인 당시의 한계이다. 지금의 시대에 맞게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카무라 씨는 “나 역시 (성소수자) 당사자의 입장에서 성서를 다시 읽고 있다”며, “눈앞에 있는 사람을 축복하는 것이 기독교의 본래의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라쿠마루 코보네 씨는 논바이너리(non-binary)인 신사 관계자이다. “신도에는 ‘혼인’의 형태는 정해져 있지 않고 굉장히 다양하다. 애초에 신 자체가 다양성으로 가득하다. 고지키(古事記-고대 일본의 신화와 전설 및 사적을 기술한 책)나 일본서기에는 다양한 신의 결합이 적혀 있는데, 함께 사는 부부도 있지만 함께 살지 않는 부부도 있다. 이혼한 경우도 있고 자녀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애초에 신들은 아이를 낳기 위해 반드시 이성의 상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설명하며, “신도정치연맹이 내건 ‘일본의 전통적 가족’상이 전혀 들어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라쿠마루 씨는 또한 신도정치연맹이 만든 문제의 책자를 언급하며 “신도에는 명확한 교의가 없다. 신도에서의 죄나 추악함을 기재한 ‘오하라에노코토바’(大祓詞)에도 ‘동성애’라는 죄는 없으며, 신도의 결혼 의식에도 남녀가 아니면 안 되는 부분은 없다. 동성 간에는 결혼 이외의 의식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동성예식은 필요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증거 문헌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근소한 가능성 때문에 지금 살아있는 사람의 인권을 침해해도 될 리가 없다. 지금, 신사 안의 성소수자가 자기 목소리를 내기는 굉장히 어렵지만, 조금씩 목소리를 모아 큰 목소리로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성차별, 성폭력도 공론화할 것

 

일본 언론이 보도한 사건 외에도, ‘신도LGBTQ+연락회’에는 회원들의 사연이 모이고 있다. “거처이기도 했던 모 신사의 성폭력을 내부 고발했지만, 일자리와 집을 잃었다. 몇 년 후에 사죄가 있었지만, 비공식적인 구두 사과였다”, “성별을 이유로 한 폭언과 차별이 일상적으로 있다고 느낀다” 등이다. 라쿠마루 씨는 “(신사본청과 신사에서) 개선안이 나온 적이 없고, 현재 상황도 개선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또한 ‘무녀’(巫女, 신직과 함께 신사에서 제사를 지내고, 제사 때 연주하는 무악이나 춤으로 봉사하는 사람)의 정년을 30대로 제한하는 신사가 많아, “계약서 등에 명기하지 않으면서 뒤에서 은연중에 퇴직을 강요하는 일도 있다”, “애초에 신직의 부인 후보로 고용되어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사람도 많다”는 사연도 있었다.

 

앞으로 ‘신도LGBTQ+연락회’는 신사 내 성폭력과 성차별 문제도 다뤄 나갈 생각이라고, 라쿠마루 씨는 전했다. 평소 기도하는 곳에서 다양한 성과 가족에 대한 생각을 전한다면, 종교조직 안에서 목소리를 내려는 사람들에게 지지가 되고 조직의 변혁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일다>와 기사 제휴하고 있는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의 보도입니다. 고주영 씨가 번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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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자 2023/04/20 [21:24] 수정 | 삭제
  • 정말 고무적인 소식이네요.
  • Hyun 2023/04/17 [20:12] 수정 | 삭제
  • 불교가 포용의 종교가 맞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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